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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부터 어린이집 관련 비리가 지속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0세부터 5세아에 대한 전면 무상보육이 실시되고 있는 요즘 왜 이리 사건사고가 많은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주 오래 전부터 이런 사건사고는 계속되었다. 예전에는 관계당국이 적극적으로 조사하지도, 조사할 수도 없었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물론, 대다수 어린이집은 여전히 우리 아이들을 잘 돌봐주고 있지만, 일부 어린이집의 비리 소식은 전체 어린이집에 대한 불신을 재촉한다.

부모와 교사, 어린이집 원장이 각자 자신의 처지만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발전적인 대안을 찾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동안 '보육의 공공성'을 요구해 온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은 총 3회에 걸쳐 어린이집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조적인 개선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글을 쓰는 필자도 아침마다 58개월 된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기 위해 온갖 감언이설을 남발하고 있는 엄마이다. - 기자 말

서울 용산구 원효로 공동육아로 운영하는 '동글동글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나무조각 쌓기 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동글동글 어린이집은 학부모들이 직접 출자해서 만든 부모협동조합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다.
 서울 용산구 원효로 공동육아로 운영하는 '동글동글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나무조각 쌓기 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동글동글 어린이집은 학부모들이 직접 출자해서 만든 부모협동조합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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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통해 퍼렇게 상처가 난 아이 등 사진을 보는 순간, 가슴이 미어졌다. 그 부모는 어떤 마음일지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여론은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지만, 결국 어린이집 교사는 구속되었고, 원장의 구속영장은 기각되면서 부모들의 분노가 지속되고 있다. 이 문제를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가 개인적으로 책임져야 할까? 그동안 정부는 이를 예방하기 위한 어떠한 정책도구를 가지고 있을까? 그 정책도구가 현재 보육환경에서 제대로 작동될까? 결국, 구조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한 것은 아닐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국공립어린이집에 입소할 수 있다, 좋은 보육교사를 만나는 것은 하늘의 뜻"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두고 일을 해야 하는 부모가 자신의 정보만으로 좋은 어린이집을 찾기 어렵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정부는 10년 전부터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늘려서 엄마들도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세금으로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을 계속 확대해 왔고, 부모는 어린이집 보육료를 전액 지원받고 있지만, 여전히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누구나 보낼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몸과 마음을 다치는 아이들, 이 아이들의 상처를 보며 흘리는 부모의 눈물, 미안함, 자책감은 누가, 어떠한 방법으로 보듬어줄 수 있을까?

아이에겐 CCTV보다 좋은 보육교사가 필요하다

어린이집에서 사건사고가 계속 일어나니, 일부 부모님들은 CCTV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한다. CCTV는 부모들이 어린이집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상징과도 같다. 보육교사를, 원장을 믿지 못하니 직접 살펴보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CCTV 설치가 우리 아이를 보호하고 부모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안은 아니다. 누군가 나를 계속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보육교사들은 어떤 심정일까?

사실 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CCTV를 의식하여 보여주는 행동이 아니라 아이를 보살피는 보육교사의 진심어린 애정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곳, 맞벌이 부모의 아이는 부모보다 많은 시간을 보육교사와 지내기도 한다. 보육교사에 대한 신뢰없이 어린이집을 이용해야 하는 부모는 하루하루가 곤욕일 것이다. 재미없다고, 이유없이 가기 싫다고 주장하는 아이를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부모라면 누구나 체감하기 때문이다.

'따라쟁이' 우리 아이들

부모들은 자신과 닮은 말과 행동을 하는 아이를 보며 즐겁거나 깜짝 놀라기도 한다. 또한, 보육교사의 행동을 따라하는 아이를 보면 보육교사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백팩 지퍼를 제대로 닫지 않아 "엄마, 제대로 채워야지", "의자 밑에 두고 가는 거 없는지 확인했지?" 하고 말하는 딸아이를 보면 말하는 방식이나 손놀림, 고개짓도 영락없이 지금 담임선생님 모습이다.

부모를 따라하고, 보육교사도 따라하는 아이들은 '따라쟁이'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육교사의 역할과 행동은 아이들의 본보기이기 때문에 중요하고, 좋은 보육교사가 행복하게 일 할 수 있는 어린이집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보육정책을 담당하는 정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그런데, 현재는 좋은 보육교사, 양심적인 보육교사가 어린이집에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졌듯이 대표적인 저임금 직종이고, 소문으로만 나돌던 '블랙리스트'가 존재하고 있다. 어린이집 문제를 신고하거나 외부에 알리면 퇴직당하고, 다른 어린이집 취업도 어렵다.

사실 부모는 아침, 저녁으로 정문이나 교실 앞에서 볼 수 있는 모습만 믿을 수밖에 없다. 어린이집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것은 보육교사이다. 아이들의 먹거리가 부실한 것도, 원장의 보육철학도, 특별활동 실태도 교사가 잘 안다. 하지만, 교사들은 이를 외부에 알리면, 원장과 갈등이 생겨도 어린이집을 그만두는 것으로 해결해야 한다. 양심적인 보육교사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래서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은 지난해 한해 동안 이러한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보육교사가 안심하고 제대로 된 사회적 대우를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안과 어린이집 내부 모니터링이 가능한 방식에 대해 고민했다.

보육교사는 아이를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안

현재 어린이집은 원장선생님이 보육교사를 직접 채용한다. 고용계약서 작성 주체가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이다. 해임도 원장이 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보육교사는 원장의 일방적인 요구에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해결책이 필요할까?

그 논의를 진행하면서 보육교사 재교육 등을 통해 보육교사가 좋은 보육내용으로 아이돌봄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고,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부모는 어린이집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보육서비스 품질을 관리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했다.

(가칭) 보육지원센터는 부모가 어린이집 이용을 신청하면, 적절한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린이집을 소개하고(시설 정보제공), 부모가 어린이집에 대한 민원을 제기할 경우 이를 처리하기도 한다. 또한, 보육교사의 경력관리와 재교육을 담당하면서 보육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를 구인할 경우 취업을 희망하는 여러 교사를 소개한다.

어린이집 원장은 소개 받은 교사 중 면접 등을 통한 선발, 해고 등에 관한 임면권을 가진다. 근로계약이 체결되면 보육교사는 센터로부터 직접 급여를 받기 때문에 어린이집 내부 문제를 공론화 할 수 있다.

* 이번에는 보육교사를 중심으로 이야기했다. 다음에는 어린이집에 대한 정책 중 일부 원장선생님의 입장을 살펴보면서 대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박차옥경은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사회권 활동을 하다가 올해부터 사무처장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 여성연합 사이트(www.women21.or.kr) 과 네이버 블로그, 여성연합 해피로그



태그:#여성연합, #보육의 공공성, #보육지원센터, #보육정책, #국공립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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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창립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고 여성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연대를 이뤄나가는 전국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로 구성된 여성단체들의 연합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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