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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인조 인디밴드 밤섬해적단이 '두리반' 내부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2인조 인디밴드 밤섬해적단이 '두리반' 내부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 영화 <51+>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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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서울 마포구 동교동 167번지. 재개발 공사로 여기저기 파헤쳐진 이곳에 3층 건물이 섬처럼 홀로 서 있었다. 철거딱지가 붙은 건물을 지키는 이들은 칼국수집 '두리반'의 주인 부부와 인디(독립)밴드 60여 팀이었다.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세입자와 나날이 뛰는 임대료에 무대를 잃고 거리로 나선 음악인들이 하나가 됐던 것이다.

두리반에서 인디음악인들은 투쟁하듯 돌아가며 공연을 벌였다. 이 싸움은 531일 만에 두리반의 승리로 끝났다. 재개발 시행사와 건물주는 지금의 상권과 비슷한 곳에서 두리반이 다시 문을 열 수 있도록 영업손실 배상금 명목으로 2억5000만 원을 지급하고 농성 과정에서 발생한 민·형사 분쟁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현실로 돌아온 독립음악인들의 불안정한 처지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들은 '자립음악생산조합'을 결성했다. 이 과정을 고스란히 기록한 정용택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51+>는 이들을 '자본에 대항하는 음악공동체'로 자리매김했다. 의미 있는 출발이었지만, 이들의 영화 밖 이야기는 아직 현재진행형의 지난한 실험이다.

작은 힘들을 모아 비옥한 토양 만드는 작업

"크라잉넛과 같은 몇몇 밴드가 성공했다고 홍대 인디뮤지션들의 상황이 특별히 좋아지진 않았어요. 모두가 잘되려면 비옥한 토양을 먼저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트랙터나 농기구가 필요하잖아요. 결국 돈이죠.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생활협동조합이에요. 혼자하기 어려웠던 것을 공동으로 나눠하면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 거죠."

지난 달 말 만난, 자립음악생산조합의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단편선(28·가수)씨는 조합의 설립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2011년 8월에 발족한 자립음악생산조합은 생활협동조합 형태의 음악공동체다. 이들은 서울 홍대 부근 등 여러 지역에서 활동하는 소규모 음악가들이 대기업 자본과 거대언론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적으로 음악을 생산하도록 돕고 있다.

월 5000원씩 걷는 조합비를 재원으로 음악가에게 공연장비와 공간을 저렴한 가격에 빌려주고 음반제작에 필요한 돈을 지원한다. 조합업무는 단편선씨 등 10여명이 맡고 있는데, 공연을 기획해 더 많은 음악가들이 무대에 설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자립음악생산조합은 아직 법적 지위를 갖춘 생활협동조합은 아니다. 이들이 조합을 발족할 당시에는 농협과 수협 등 8개 분야만 생활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개정되면서 보험과 금융업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생협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현재 자립음악생산조합은 이에 맞춰 정식 생활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사무실 마련 등 넘어야 한 산이 첩첩

 자립음악생산조합 운영위원 단편선(28·가수)씨.
 자립음악생산조합 운영위원 단편선(28·가수)씨.
ⓒ 이청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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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인 생활협동조합이 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사무소 소재지를 관할 시·도지사에게 신고해야 하지만 자립음악생산조합은 아직 자본금이 부족해 정식 사무실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조합은 2011년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버려진 건물(현 한예종 학생회관) 지하에 임시로 자리를 잡고 '클럽 대공분실'이란 이름을 내걸었다. 대공분실이란 이름은 이곳이 옛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건물이란 점에 착안한 명칭이다.

조합은 이곳을 한예종 동아리연합회와 2년 동안 공동 관리·운영하며 사무실 겸 공연장으로 무료 사용해왔다. 하지만 협약을 맺었던 학생회가 바뀌면서 앞으로 공연장 운영도 불투명해졌다. 단편선 운영위원은 "사무실을 마련하기 위해 800만 원 정도 모았는데 앞으로 2000만 원 정도 더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합의 주요 사업 중 하나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소액대출이다. 2012년 상반기의 경우 1회당 대출한도 50만 원, 1년 안에 10%의 이자를 붙여 상환하는 조건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정식으로 협동조합을 운영하려면 그동안 해 온 방식의 소액대출 사업을 접어야 한다. 편법으로 신용사업 위주의 협동조합이 난립할 우려가 있어 정부가 법으로 보험과 금융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립음악생산조합은 앞으로 음반제작을 위한 소액대출 대신 조합 측이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자립음악생산조합이 합법적인 협동조합으로 전환되면 서울시로부터 협동조합 융자금 등 투자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협동조합 전환을 서두르기보다 조합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에게 생활협동조합은 어떠한 자본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양질의 음악을 생산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단편선 위원은 "모든 조합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가장 좋은 답이 나올 때까지 이야기 한다"며 "이렇게 느린 의사결정 과정이 단점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생활협동조합으로 인가받는 것 외에도 이들에겐 대중적인 기반을 넓히는 일 등 숙제가 많다. 두리반 지원을 위한 노동절(5월 1일) 공연으로 시작한 '오십일플러스(51+)페스티벌'이 지난 달 4일 4년째 행사를 열었을 때, 현장을 찾았던 관객 김진솔(29·여·회사원)씨는 "홍대 두리반에 관심이 있어 3년째 페스티벌에 왔지만 자립음악생산조합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민우 음악평론가는 "자립음악생산조합은 생산자조합이지만 음악을 즐기는 소비자들과의 연계 없이는 자립이 어렵다"며 "조합 내에서 여성듀오 무키무키만만수(대표곡 '안드로메다')나 남성2인조 밴드인 404('말해다오') 같은 인상적 뮤지션을 키우는 등 호소력 갖춘 결과물을 만들어야 음악적 인프라를 자율적으로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립음악생산조합이 음악씬(음악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에서 보다 분명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조합원의 수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참여하는 밴드의 수를 늘려야 지속가능한 독립 체제를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조합의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술협동조합 성공의 시금석

 지난달 4일 문래예술공장에서 열린 '51+페스티벌'은 홍대 두리반 철거농성을 계기로 자립음악생산조합의 기획아래 시작돼 올해로 4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4일 문래예술공장에서 열린 '51+페스티벌'은 홍대 두리반 철거농성을 계기로 자립음악생산조합의 기획아래 시작돼 올해로 4년째 이어지고 있다.
ⓒ '51+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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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음악생산조합의 조합원 수는 지난 5월 기준으로 음악인과 비음악인을 포함해 약 200명이다. 지난해 9월 120명에서 60% 가량 늘었다. 조합은 올해 조합원 수를 250~300명으로 늘리고 장차 최대 500명 정도까지 키울 계획이다. 그 이상은 소규모 음악가들의 자립이라는 당초의 방향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운동과 문화운동의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도 계속할 계획이다. 조합은 7년째 정리해고에 대한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콜트콜텍 기타노동자의 복직과 공장 정상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기획하고 있다. 오는 7~8월에는 음악관객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악기 교육, 스튜디오 녹음, 소규모 공연음향 등의 '자립에듀'라는 교육프로그램도 추진할 예정이다. 

문화예술교육사업을 했던 사회적기업 '자바르떼'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등 문화예술인들의 협동조합 운동은 앞으로 점점 활성화할 전망이다. 자립음악생산조합이 정식 생활협동조합으로 전환해 성공할 경우 예술인들 스스로 알찬 사업체를 꾸려나갈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될 것이다. 단편선 운영위원도 긍정적인 미래를 낙관했다. 

"조합 내에서 음악으로 오롯이 먹고 살 수 있는지에 아직 논쟁이 많고, 참고가 될 만한 예술협동조합이 없다는 것도 아쉬워요. 그래도 힘들진 않아요. 이런 시도를 통해 많은 이들이 음악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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