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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카이네틱 댐이 설치됐을 경우 물에서 반구대 암각화가 보호되는 가상도. 16일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이 안을 합의했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카이네틱 댐이 설치됐을 경우 물에서 반구대 암각화가 보호되는 가상도. 16일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이 안을 합의했다.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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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되고 있는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법을 두고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지난 16일 '투명하고 강도가 높은 카이네틱 댐을 설치해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것을 막는다'는 안에 합의한 것과 관련 각계에서 찬반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관련기사 : 반구대 암각화 보존법 찾았다)

그동안 울산시의 생태제방안(반구대 암각화 앞에 흙으로 제방을 쌓는 것)을 찬성해온 지역 언론과 단체 등은 찬성하고 나선 반면, 그동안 울산시의 토목건설안을 반대하며 댐 수위 조절안을 요구해온 문화계와 환경단체는 절대 불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울산시장 "식수 손실 전혀 없다는데 의미 둘 수 있다"

우선 지역 언론 등은 17일 이 문제를 1면 주요기사로 다루며 "울산의 청정수원인 사연댐을 그대로 둔 채 반구대암각화를 물에서 건져낼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또한 보수 성향 인사들로 구성된 반구대암각화보존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변양섭)도 "암각화를 일단 물속에서 건져낼 수 있다는 점에서 찬성하며 울산의 식수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정부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맹우 울산시장도 협약식 후 "카이네틱댐 건설방안은 식수 손실이 전혀 없다는데 우선 의미를 둘 수 있다"면서 "가장 적은 비용으로 우선 반구대 암각화의 침수를 막을 수 있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안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와 환경운동연합은 절대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연구소 누리집에 밝힌 성명을 통해 "소수 전문가들과의 토론과 협의 과정에서 불가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또한 공개적인 국민적 합의가 없었다"며 "댐 설명회에 참석한 토목, 엔지니어 전문가들과 문화재 전문가들이 모두 부정적이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나도 역시 설명회에 참여해 부정적인 의견을 냈으나 고위 부서에서 밀어붙이고 있다"며 "완전하고 온당한 합의가 아닌 논쟁을 임시로 봉합한 조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황 소장은 이어 "울산은 '물 부족'이 아니며, 맑은 물도 충분히 공급되고 있다"며 "울산시의 '울산은 물 부족 상태이며 맑은 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검증 없이 받아들여져 일방적으로 댐으로 협약하는 것은 중대한 오류"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현 정부는 밀양 송전탑, 전국의 댐 공사, 진주의료원 등 사회적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 국정 전반의 운영에 위기감을 느껴온 것이 사실이다"라며 "반구대 암각화 보전방법을 이렇게 급하게 임시 봉합을 하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얼음에 바늘 대고 망치질 하면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보라"

울산에서 25년간 토목공사를 해온 전문건설업체 김태남 대표는 "토목 전문가로 봤을 때 이 안은 지난 5000년 역사를 지켜온 반구대 암각화에 욕 먹을 짓"이라며 "반구대 암각화 앞에 쇠 파일을 박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화재가 나올지도 모르며, 파일을 박는 과정에서 진흙이 굳은 셰일로 된 반구대 암각화가 붕괴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고강도 재질인 카이네틱 댐을 반구대 암각화 주변 암반에 고정하기 위해서는 역시 파일을 박는 공사를 해야 한다"며 "이는 얼음에 바늘을 대고 망치질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생각해보면 상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태남 대표에 따르면, 카이네틱 댐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지지장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반구대 암각화 5m~10m 앞에 철골 파일을 박아야 한다. 또한 그 파일을 지지하기 위해서는 견고한 매립 구조물을 지반을 뚫고 설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칫 반구대암각화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16일 문화재청과 울산시 간 합의된 카이네틱 댐 설치 안은 앞으로 문화재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문화계를 중심으로 이 안이 "문화재의 원형 보존과 경관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심의가 불허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반구대 암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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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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