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매 주 실제의 사건들을 긴장감 넘치게 재구성해내고 있다. 그런 이유로 시청자들로부터 웬만한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욱 몰입하게 된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시공간을 오가는 치밀한 구성은 스릴 만점의 상황을 만들어내고, 세트 등의 사실적 재연은 실제상황을 맞닥뜨린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도 한다.

이 프로그램은 때로는 아주 큰 규모의 사건들, 또 때로는 지극히 개인적 사건들을 다루기도 한다. 개인적이며 소소한 사건들에서는 초동수사의 부실함에 대해 다루기도 하고, 재심이 꼭 필요한 사건의 경우 조목조목 사건을 되짚어주어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 사회의 어두운 곳, 억울한 사연들을 재조명하는 이 프로그램의 의의는 상당하다.

▲ '그것이 알고 싶다' 사회의 어두운 곳, 억울한 사연들을 재조명하는 이 프로그램의 의의는 상당하다. ⓒ SBS


이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결국 '냄비'에 불과한 것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누군가에게는 그 어떤 영화보다 재미있는 것이기도 하고, 어떤 이에게서는 사건의 재구성에서 오는 긴장감에 대한 경탄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때로는 그저 골치 아픈 일들을 방송하는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도 듣는다. 

그러나 재미든 관심이든,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그저 제 3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간혹 사건에 극단적으로 감정이입을 한다 하더라도, 결국 먼발치에서 피해자들을 심정적으로 위로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런 답답함은 프로그램의 시청을 회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간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사건들도 많았다. 특히 2002년의 여대생 청부살인사건을 재구성한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편은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켰다. 그 외에도 각종 정치적 사건들, 종교단체 비리 폭로 등은 방송 직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세간의 관심은 그리 오랜 기간을 버티지 못한다. 언제 그랬냐싶게 세상은 조용해지고, 사건은 또 다른 사건으로 덮이고 만다. 당장이라도 세상을 뒤집을 것 같던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토와 의지의 표현도 일주일이 못가 잠잠해진다.

쉽게 불타올랐다 또 쉽게 꺼지는 통에 때로는 '냄비'가 아니냐는 자조적인 말들도 들린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대중들을 '냄비'라고 부르는 것이 온당한 일일까? 그러한 일에 대해 관심이 없어졌다기보다는, 그저 답답한데다 그 이후의 일을 잘 모르는 때문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15일에는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나온 한 소년의 이야기가 방송되었다.

▲ '그것이 알고 싶다' 15일에는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나온 한 소년의 이야기가 방송되었다. ⓒ SBS


대중들의 분노, 이제 사회, 시스템이 풀어야

15일에는 '목격자'에서 '살인범'이 된 15세 소년의 이야기가 방송되었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의 마음은 또 다시 복잡해졌다. 그저 살인사건을 목격했고 증언을 했을 뿐인 어린 소년이 삶의 가장 황금시기 1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단다. 많은 증거가 그가 범인이 아닐 수도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억울할 데가! 돈 없고 힘없는 소년과 그 어머니가 흘린 눈물과 비통한 외침이 애처롭기 그지없다.

그렇듯 매 주 <그것이 알고 싶다>의 시청자들을 가장 숨 막히게 하는 것은 바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현장이다. 그러나 그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하더라도 각 개인으로서는 어떻게 해 볼 도리 없는, 꼼짝달싹하기 어렵게 느껴지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시청자들의 숨통을 조인다. 우리가 사건들의 '제 3자'로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밀려온다.

그러니 '냄비'라는 자조적인 비판은 접어두자. 관심과 분노는 시청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다. 그러나 사건들이 개선의 여지없이 반복되고, 계란으로 바위치기의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지쳐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바라는 일일 수도 있지만 결코 건강한 사회가 지향할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매 주 말하고 있는 것, 제작진이 각종 위험을 무릅써가며 발굴해내고 대변해주는 억울한 사연들, 그것에 대한 시청자들의 분노를 넘어 이제 사회가, 시스템이, 그리고 양심이 대답할 차례다.

그것이 알고 싶다 사모님 목격자 살인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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