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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판 '질문은 사양합니다'  지난해 경찰이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을 수사할 당시 사건을 맡은 수서경찰서에 부당하게 개입해 수사를 축소시킨 의혹을 받고 있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조사를 받고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밖으로 나서고 있다.
▲ 김용판 '질문은 사양합니다' 지난해 경찰이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을 수사할 당시 사건을 맡은 수서경찰서에 부당하게 개입해 수사를 축소시킨 의혹을 받고 있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조사를 받고 5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밖으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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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수사방향에 전반적으로 개입했다."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지난 5월 8일 검찰의 참고인 조사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권 전 과장의 진술은 검찰수사를 통해 명백한 사실로 드러났다.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허위 중간수사 결과 발표문 작성·배포 지시 ▲검색 키워드 축소 ▲증거분석 결과물 회신 거부 등 통해 국정원 선거·정치개입 의혹 사건 경찰수사를 적극 방해해 온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용판 전 청장을 공직선거법(선거운동 금지)과 경찰공무원법(정치운동 금지) 위반,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저는 이번에 박근혜를 찍습니다' 게시글 찾아내 놓고 "발견되지 않았다"?

수서경찰서 수사팀은 지난 2012년 12월 13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분석의뢰서를 보냈다. 여기에는 국정원 여직원 김아무개씨의 인터넷 접속과 계정·닉네임 등이 포함돼 있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다음날(12월 14일) 김씨의 노트북에서 '_꾩씠_붿뼱'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복구해냈다. 여기에는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이하 오유) 운영·관리방식,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판 게시물 선정 지원·저지방법, 30여 개의 ID·닉네임 등이 적혀 있었다.

ㅇ베오베
->밀어내기밖에 방법이 없음
->베오베 되기 직전 선동글 무력화(반대11)

ㅇ베스트
->밀어내기 혹은 추천 1/2에 해당하는 반대표 획득
->베스트 되기 직전 선동글 무력화(반대3)

오유뿐만 아니라 '뽐뿌'와 '보배드림', 'SLR클럽' 등 또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ID·닉네임도 들어 있었다. 이 문서를 통해 국정원 직원인 김씨가 인터넷 여론조작 활동을 벌여온 실마리가 포착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디지털증거 분석을 통해 총 40여 개의 ID·닉네임을 확보했다. 또한 인터넷 접속기록을 분석해 김씨가 오유 1만7116회, 보배드림 1348회, 뽐뿌 1076회 접속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김씨의 노트북에서 오유에 올린 '저는 이번에 박근혜를 찍습니다' 등 다수의 정치성 게시글을 찾아냈다.

'저는 이번에 박근혜 찍습니다. (중략) 저희 가족은 압구정동에 아파트 두 채가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종합부동산세를 천만 원 넘게 내고 있습니다. (중략) 도리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되시고 저희는 더 많이 세금을 내고 여러 가지 제재가 많이 가해졌습니다.'(2012년 12월 10일)

이렇게 찾아낸 정치·선거 관련 출력물이 100여 쪽에 이르렀다. 또한 김씨가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문재인이 다음 대선에서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이유' 등의 게시물에 찬성·반대 클릭활동을 한 사실도 확인했다. 특히, 김씨는 MAC 주소 변조프로그램인 'TMAC V6'를 노트북에 설치해 IP주소를 바꿔가며 게시글을 올리거나 찬성·반대를 클릭해왔다.

국정원 직원이 인터넷 여론조작을 통해 선거·정치에 개입해왔음을 보여주는 이러한 내용은 모두 김용판 당시 청장 등 '상부'에 보고됐다. 하지만 12월 16일 오후 11시에 배포된 중간수사결과 보도자료에는 이러한 내용이 빠져 있었다.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 박근혜·문재인 지지·비방 내용의 게시글·글을 게재한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김용판 전 청장이 주도해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를 은폐한 결과였다.

검찰은 "사실대로 '국정원 직원이 수십 개의 ID·닉네임을 사용해 인터넷 여론 사이트 등에서 활동한 사실이 다수 확인되었고, 이를 기초로 추가수사를 하겠음'이라고 발표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2010년 10월 이전 글 분석대상에서 제외하고, 검색 키워드 4개로 축소하고...

국정원에서는 지난 2012년 12월 13일 김씨의 노트북을 임의제출하면서 "2012년 10월 이후부터 문재인 후보 및 박근혜 후보 비방 사실 유무 확인에 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수서경찰서 수사팀은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 증거분석팀에 "혐의사실 전체를 분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마이크 뿌리치는 국정원 직원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가 4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 마이크 뿌리치는 국정원 직원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가 1월 4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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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지방경찰청은 분석대상을 '10월 1일 이후 박근혜·문재인 후보 지지·비방 게시글을 게재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로 한정했다. 2012년 10월 이전에 게시한 글 등은 분석대상에 제외한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이 국정원 쪽의 요청을 충실하게 수용한 모양새다. 이는 차문희 당시 국정원 2차장이 김용판 전 청장과 직거래했다는 의혹과도 무관하지 않다.

또한 수서경찰서 수사팀은 지난 2012년 12월 14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대선토론', '단일화', '이정희', '안철수', '반값등록금', '종북', '통합진보당' 등 총 100개의 키워드로 검색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지방경찰청은 이것을 '문제인-박근혜-새누리당-민주통합당' 4개로 줄이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수서서가 (이를) 불응하자 서울지방경찰청 수사2계장 김아무개가 (권은희) 수서서 수사과장과 통화해 재차 요구했다"며 "(결국) 수서서는 12월 16일 오후 키워드를 4개로 축소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은 서울지방경찰청이 수사팀에 '키워드 검색 축소'를 요구한 것은 '12월 16일 발표'를 추진하기 위한 수순이었다고 판단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오후 9시 15분 디지털 증거분석작업을 마친 뒤 오후 10시 30분 수사팀에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 보고서를 보냈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허위로 작성된 것이었다. 검찰은 "수사팀은 대선후보 등 정치인과 정당 지지·반대 글 및 찬반 클릭 활동에 사용된 40개의 ID·닉네임, '오유' 등 여론사이트 접속기록 등을 발견했기 때문에 보고서에 '혐의사실 관련 내용을 발견치 못했다'고 기재한 것은 사실과 다른 허위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복구된 메모장 파일의 다수의 ID·닉네임이 국정원의 여론 조작용으로 사용되었음을 은폐하기 위하여 'url 주소 등을 통한 ID·닉네임 추출'이라고 허위 기재함."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렇게 치밀하게 증거를 은폐했다. 이 때문에 디지털 증거분석에 참여한 일부 분석관들이 이 보고서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분석관들은 "다수의 ID·닉네임이 발견되었고, 그 ID·닉네임으로 작성한 게시글도 남아 있었다"고 기재할 것을 요구했으나 묵살됐다.

검찰은 "당시 수사 의지가 높았던 수사팀에서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를 가지고 수사를 진척시키면 국정원 개입 의혹이 더욱 가중되거나 실체가 일부 드러날 가능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서경찰서에서는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직후인 지난 12월 1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디지털 증거분석자료를 반환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를 거부하다가 일과시간이 끝난 뒤인 오후 7시 35분에서야 자료를 수사팀에 보냈다. 이 과정에서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수서경찰서에 '거짓 언론해명'을 지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날 오후 4시 54분께 <경향신문>에서 "중간수사 결과 발표 후 하드디스크 분석 데이터가 18일에도 전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서울지방경찰청은 "오후 4시쯤 반환받았다고 언론사에 대응하라"고 수서경찰서에 지시했다. 결국, 수사경찰서는 받지도 않은 자료를 받았다고 해명했고, <경향신문>은 이날 오후 9시 2분 "18일 오후 4시쯤 수사결과 원자료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정정보도했다.

김용판 전 청장, 보고 흔적 안남기 위해 '수기 보고 작성' 지시

서울지방경찰청의 '증거 은폐'의 중심에는 김용판 전 청장이 있다. 김 전 청장은 디지털 증거 분석작업이 진행된 지난 2012년 12월 14일부터 16일까지 주말에도 출근해 관련내용을 보고받았다. 그가 보고받은 내용에는 김씨의 노트북에서 복구된 메모장 문서파일내용, 인터넷 접속 현황 등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김용판 전 청장은 수기로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자신이 보고받은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한 목적이었다. 또한, 수사팀에 디지털 증거분석 상황이나 결과를 알리지 마라고 지시했다. 중간수사 결과 보도자료와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 보고서도 그에게 보고되고 승인을 얻은 뒤 수서경찰서에 전달됐다. 청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수사결과를 주물러온 것이다.

검찰은 "김용판 전 청장은 수서경찰서장으로 하여금 실체를 은폐한 허위의 보도자료를 배포 및 브리핑하게 함으로써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고 대선 전까지 수서서 수사팀에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물 회신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정당한 수사권 행사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특정후보에 유리한 보도자료 배포를 결정하고, 증거를 수사팀에 전달하지 않은 것은 선거에 관여하기 위한 행동이다"라며 "대통령 선거 직전에 실체를 은폐한 허위의 수사공보를 하도록 한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 외에는 다른 의도를 상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은희 전 수사과장은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1월 <한겨레> 기자에게 "경찰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용판 전 청장은 그 "가장 중요한 사건"의 실체를 치밀하게 은폐함으로써 '정치경찰'의 존재를 확인해주었다. 

한편, 박아무개 디지털증거분석팀장이 검찰이 서울지방경찰청을 압수수색하기 전에 '무오(MooO) 회복 방지기'(안티 포렌식 프로그램)를 이용해 전임 팀장이 사용했던 컴퓨터에서 증거자료를 삭제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로 인해 '국정원 직원 대선개입 의혹 관련 디지털 증거분석 일지'와 '국정원 여직원 사건 디지털 증거분석 일지-1' 등의 파일이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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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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