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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새의상실. '재봉틀을 매개로 마을과 이웃을 잇는 재미있는 방법을 연구합니다'라는 글귀가 씌여 있다.
 참새의상실. '재봉틀을 매개로 마을과 이웃을 잇는 재미있는 방법을 연구합니다'라는 글귀가 씌여 있다.
ⓒ 심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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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봉틀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유대를 만드는 재미있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 해누리타운 8층은 혁신적인 사업아이템을 보유한 청년 사회적 기업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곳에 '참새의상실'(대표 최하나)이 있다. 위에 적힌 문구는 최하나(28) 대표가 참새의상실을 소개하기 위해 만든 문구다. 지난 5월 30일, '혁신'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긴장감을 가진 채, 최 대표를 만나기 위해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참새의상실은 한마디로, 재봉틀로 옷을 만드는 의상실이다. 사회적기업인 만큼, 옷을 판매해 매출을 올리는 행위만 생각해선 안 된다. 이들이 지향하는 것은 '커뮤니티 아트', 즉 공동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공동체 구성원들이 문화예술 활동에 직접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하는 '청년 등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돼 사무실과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올해는 이에 대한 후속 지원 사업으로 현대자동차에서 진행한 'H-온드림' 오디션에서 인큐베이팅 사업 그룹으로 선정돼 사무실과 사업비 이외에 인건비를 추가로 지원받고 있다. 사업 방향을 잡아가고 있을 뿐, 아직 뚜렷한 매출이나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없음에도, 심사위원들은 그들의 사업 성공률과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직원은 최 대표를 포함해 세 명. 이들이 지난해 벌인 가장 큰 사업은 재봉틀을 들고 마을 축제를 찾아다니며 주민들이 직접 헤어밴드를 만들게 한 것이다. 여기까지 들어선 이들이 하려는 사업이 무엇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최 대표가 참새의상실을 연 사연부터 차근차근 들어봤다.

'무중력 청년'에서 사회적 기업가로

최 대표는 8년 전 대학에 입학하며 서울 땅에 발을 디뎠다. 원래 대학 대신 패션학원에 가고 싶었지만 부모가 반대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 회사 사택에서 지낸 그는, 또래 아이들 30여 명 중 유일하게 소위 '2류 고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였다.

"사택에 스쿨버스가 다녔는데, 저만 다른 색 교복을 입고 버스를 탔어요. 대학도 소위 말하는 명문대가 아니어서 자신감이 없었던 것 같아요. 대학 생활에 불만이 쌓이고 친구들과 관계를 맺기도 어려웠어요."

결국 그는 자퇴를 했다. 자신을 설명해주던 소속이 사라지자 자취방에서 나오는 것이 점점 두려워졌다. 1년 동안 누구와도 연락을 끊은 채 혼자 지냈다. 어느 날 잡지에서, 악으로 청소년을 만나는 사회적 기업 '유자 살롱'을 소개한 글을 읽었다. 그 글에서는 '은둔형 외톨이'를 '무중력 청소년'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었다.

"누구 하나 찾는 이가 없어 나올 필요도, 나오고 싶지도 않은 이들을 그렇게 부르더라고요. 방안으로 걸어 들어간 것도 나이고, 언제든 두 발을 땅에 내딛고 걸어 나올 수 있는 것도 나라는 간단한 사실을 깨달았어요. 만난 적 없는 누군가에게 위로받는 느낌을 받았고, 이것이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어렴풋이 느꼈어요. 밖으로 나갈 용기를 얻었죠."

평소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한 그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출판학교를 찾아갔다. 6개월 동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8시간을 꼬박 출판학교에서 보냈다. 고될 법도 한데 그에게는 '주 5일짜리 외출할 이유'가 됐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밝은 색 옷을 찾아 입는 자신을 발견했다. 옷을 입는 행위 자체가 위로가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출판학교를 졸업한 후, 출판사에 영업직으로 취직했다. 2년 동안 일을 하고, 지난해 3월 직장에 사표를 냈다. 일상은 만족스러웠지만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출판사를 다니며 알게 된 한 모임이 자극이 됐다.

"독립생활자를 위한 경제모임이었어요.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면서, 제 열등감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알 수 있었어요. 자본주의가 조장한 기준, 타인의 시선으로 저를 바라보면서 스스로를 늘 부족하다고 여기며 살아왔더군요."

그는 모임에서 적게 벌어도 행복한 삶을 사는 이들을 만났다. 기존의 획일적인 삶의 방식에서 벗어난 '대안적인 삶'이 가능하다는 것도 알았다.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죠. 그래서 돈을 벌지 않고도 1년 정도 살 수 있을 만큼 돈을 모았어요. 그리고 사표를 냈죠."

그는 어려서부터 손으로 뭔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바지런한 손은 굶지 않는다'는 말을 떠올리며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농사짓는 법, 우쿨렐레, 간판그리기를 거쳐 한 문화센터에서 재봉틀을 만났다.

"재봉틀을 배우러 간 첫날부터 컵받침과 주머니 등을 만들었는데, 다 제게 필요한 게 아니었어요. 아무리 배우는 과정이라지만, 의미 있는 걸 만들고 싶었죠. 어느 날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그의 아이디어는 재봉틀 교육 과정을 맞춤옷이 필요한 이들과 연결하는 것이었다. 그 무렵 그는 '청년 등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지원 공고문을 봤다. 그는 문화센터 근처 장애인복지관을 찾아가 장애인에게 맞춤옷이 필요한지 묻고 이를 바탕으로 기획서를 만들었다. 결과는 합격. 이후 가이드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장애인을 대상화했다는 것을 깨닫고 기획을 대폭 수정했다.

재미와 사회적 가치 사이에 참새의상실 있어

 최하나 대표가 자신이 디자인하고 제작한 옷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1년동안 어두운 방 안에 갇혀 지내던 시절의 이야기를 이 옷에 담았다고 했다. 옷감의 네모 무늬는 그가 방에서 바라본 창문을 그린 것이다.
 최하나 대표가 자신이 디자인하고 제작한 옷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1년동안 어두운 방 안에 갇혀 지내던 시절의 이야기를 이 옷에 담았다고 했다. 옷감의 네모 무늬는 그가 방에서 바라본 창문을 그린 것이다.
ⓒ 심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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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앞으로 해나갈 사업은 문화예술교육사업과 패션사업이다. 우선 패션사업팀에서는 외출복과 실내복의 중간 개념인, '원마일웨어'를 만들어 판매한다. 올 하반기에 구상해 내년 봄에는 런칭할 계획이다. 그는 어두운 옷을 입고 방 안에서 지낸 자신을 떠올리며 이 사업을 구상했다.

"방안에서 지내는 이들이 안팎 출입이 자유로운 상태가 되기를 응원하는 옷이에요. 딱 보면 '입고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예쁘게 만들 거예요. 제가 우연히 잡지를 보고 용기를 얻은 것처럼, 옷을 보고 밖으로 나갈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이 옷을 만드는 과정에는 '크라우드 소싱' 개념을 접목한다. 크라우드 소싱은 '대중(Crowd)'과 '외부 자원 활용(Sourcing)'의 합성어로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 과정에 일반 소비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방식이다. 더 나아가 누구든 자유롭게 투자해 수익도 공유하는 '크라우드 펀딩'도 시도해 볼 생각이다.

그가 기획한 교육 사업은 '무중력 청(소)년'들이 사회적으로 알려진 명사를 만나 그들의 옷을 만드는 과정을 교육하는 것.

"무중력 청년이 명사를 만나 몸 치수를 재고, 4주 동안 옷을 만들어요. 명사는 그 옷을 입고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하죠. 제가 재봉틀을 배울 때 옆자리 아주머니와 서로 몸을 재면서 유대감이 생기는 걸 경험했어요. 청년과 명사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이 생기면 이것 자체로 힘이 되지 않을까요."

한참 사업 설명을 하던 그에게, 인터뷰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질문을 던졌다. '수익이 많이 날 거라 예상하는지'였다. 그는 잠시 생각을 한 뒤 말을 이었다.

"안 그래도 지난해에 수익이 거의 나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제가 출판사에 들어가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그 이전에 제 마음이 먼저 자립을 이뤘기 때문이었어요. 참새의상실이 하나의 기업이라면, 이 기업에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먼저 기업의 미션을 세우고 이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제가 원하는 사회적 일자리도 만들고, 수익도 창출하고, 사회적 가치도 실현할 수 있겠죠. 저흰 이제 1년이 지났으니 앞으로 많은 시도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출판사 일을 그만두고 결과가 불확실하고 책임이 많이 따르는 일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지, 앞으로 취업할 생각은 없는지 물었다.

"재밌게 할 수 있는 일과 사회에 하고 싶은 일의 가운데 지점에 참새의상실이 있어요. 가끔 힘들 때도 있죠. 그래도 놓지 않는 이유는, 이 일이 그다지 활동적이지 않은 저를 자꾸 움직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전 결국에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적 기업가로 오롯이 설 거예요. 후회도 안 하고, 불안한 마음도 없어요. 현재에 충실할 뿐이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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