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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희 민주당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인인증제도, 창조경제에 약인가 독인가'  긴급 토론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인인증제도, 창조경제에 약인가 독인가' 긴급 토론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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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가들이 여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공인인증기관 직원)
"무슨 소리냐? 그럼 고치지 말자는 거냐!"(유승희 민주당 의원)

13년 만에 존폐 위기에 처한 공인인증제에 공인인증기관들이 '사활'을 걸었다. 이종걸·최재천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말 전자금융 거래시 공인인증서 의무화를 폐지하는 한편 공인인증제 자체를 없애는 전자금융거래법과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13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공인인증제도, 창조경제에 약인가 독인가' 토론회는 공인인증업계의 성토장이었다. 지난달 23일 공청회에 이어 다음주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상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간사인 유승희 의원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선 오픈넷, 인터넷업계와 공인인증업체들이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공인인증제 폐지 놓고 인터넷업계-공인인증업계 날선 공방

공인인증서란 전자정부나 온라인 금융거래에서 전자서명이나 본인확인 용도로 사용되는 전자 신분증으로, 정부에서 지정한 공인인증기관에서만 발급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취지는 정부가 공인하는 인증기관을 없애 다양한 전자서명 기술들이 경쟁할 수 있도록 하고 제3의 기관이 인증기관들을 점검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최상위 공인인증기관(루트인증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을 비롯해 금융결제원, 한국정보인증, 코스콤, 한국전자인증, 한국무역정보통신 등 인증기관들은 공인인증제도 유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공인인증서는 3000만 건이 발급돼 전자민원서류 발급은 물론 인터넷뱅킹, 전자상거래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공인인증서 폐지 논란이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초기 마이크로소프트 웹브라우저인 '인터넷익스플로러'와 '액티브엑스' 기술에 기반을 두다보니 크롬, 오페라, 사파리 등 다양한 웹브라우저 활용이 제약됐고 결과적으로 한국이 'MS 천국'이 되는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2009년 말 아이폰 도입 이후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자 정부도 30만 원 이하 전자 금융 거래시 공인인증서 의무화를 없애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다.

그동안 공인인증서 폐지를 주장해온 '오픈넷'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이번 개정안은 공개키(PKI) 기반 전자인증서 기술에 문제가 있다거나 사용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내 인증업체들도 글로벌 기준에 맞게 독립적인 제3자의 전문적, 정기적 검증을 받도록 하고 국제 기준에 따라 검증받은 인증 업체들 간에는 차별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심원태 KISA 공공정보보호단장은 "기존 법에서도 공인인증서 강제 이용을 규정하지 않았고 이미 다양한 일반 전자서명과 본인확인 인증 수단이 사용되고 있다"면서 "공인인증기관 지정 제도를 폐지하면 인증기관이 난립하고 상호 연동이 어려워 1명이 여러 인증서를 이용하는 등 국민 불편이 따른다"고 맞섰다. 또 제3자 점검에 대해서도 "국내 감사 기관 없어 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서 "제3자 점검이 안전을 보장하는 것도 아닌데 공공재 인프라 검증을 왜 외국에 맡기나"라고 따졌다.

공인인증기관인 오병일 금융결제원 인증업무팀장 역시 "공인인증서는 이미 3천만 장이 발급돼 전자거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면서 "사설 인증기관을 허용하게 되면 인증시장이 이윤 추구 시장으로 변질되고 무료 인증서가 유료가 돼 국민에게 불편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기창 교수는 "'공인'이 없어지면 인증제도가 없어지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개정안은 인증 제도를 건드리는 게 아니라 루트 인증기관도 검증을 받으라는 것"이라면서 "한국에도 한영회계법인이 국제적 라이선스를 받아 검증해 주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업체가 생길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인인증 강요해 인터넷환경 악영향" vs. "제도 문제 아냐" 

한글과컴퓨터 창업자인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 역시 "공인인증 인프라를 없애자는 게 아니라 다른 것도 하게 해주자는 취지"라면서 "이미 사용자가 3000만 명이나 되는데 왜 비싸게 받는 다른 사업자를 신경 쓰나"라고 따졌다.

애플 맥 제품을 쓰면서 공인인증서 이용에 많은 불편을 겪었다는 이 대표는 "맥 사용자가 죄인인가"라며 "사용자나 외국인, 사업자들이 모바일 결제나 사이트를 이용하는데 불편을 없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최성진 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공인인증서를 공공영역에서 쓰는 건 문제 삼을 이유가 없지만 민간 특정영역에서 공인인증서만 쓰라고 하면 인터넷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국내 스타트업도 구글, 애플과 경쟁해야 하고 해외 이용자들도 국내 서비스를 이용하게 해야 하는데 금융기관 결제 통하는 통로에 공인인증서 자리 잡아 공정 경쟁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에서도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통한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 중단에는 동의하면서도 공인인증제 폐지는 반대하고 있다. 오승곤 미래창조과학부 정보보호정책과장은 "공인인증서를 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은 개발자 영역에서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하면 될 문제지 제도적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법은 전자문서 유통 활성화를 위해 최소한의 안전 체계를 갖추자는 것인데 개정안에는 누가 관리 감독하고, 잘못했을 때 어떤 책임을 지울지 체계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장에는 공인인증기관 직원들이 다수 참석해 개정안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한국정보인증 한 간부는 "개정안이 공인인증의 역기능만 강조하고 있다"면서 "내용을 잘 모르는 비전문가들이 여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발끈한 유승희 의원은 "제도에 문제가 있어도 고치지 말자는 거냐"면서 "다같이 논의해 개선 방향을 찾자는 것이지 기득권만 유지하자는 건 토론회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방위는 다음주 화요일쯤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상정한 뒤 21일쯤 법안소위에서 개정 방향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에서도 반대하는 데다 공인인증기관들도 이처럼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법안 통과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태그:#공인인증서, #유승희, #전자문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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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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