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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부지 이제 '콩콩'이 봐도 돼."

거실에 목욕통을 가져다가 '콩콩'이를 목욕시키면 '하은(콩)'이도 같이 들어간다고 고집을 부린다. 아내나 애 엄마가 아기에게 눈길을 조금만 주면 토라져서 방에 들어가 버린다. 하은이는 '콩콩'이에 대한 사랑과 시샘 사이에 갈등이 있는 모양이다.

"하부지가 '콩콩'이 좀 보면 안 될까?"
"안돼."
"아~안돼." 

혀를 내밀고 안 된다고 한다. 무슨 크나큰 보물이라도 숨겨놓은 것처럼 의기양양해 한다.

신장 107cm, 체중 15.4kg  47 개월 된 아직은 어린 아이
▲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하은이 신장 107cm, 체중 15.4kg 47 개월 된 아직은 어린 아이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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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을 시샘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많이 했다. 사랑을 독차지하다가 갑자기 누군가에게 사랑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콩콩'이가 태어난 지 60여일 지났다. 옛날 우리 어릴 적에는 아기가 태어나면 대문 밖이나 마당 입구에 금줄을 걸어서 주위에 알렸다. 아들인 경우 금줄에 숯과 청솔, 고추를 달고 딸인 경우에는 숯과 청솔을 달았다.

신장 51cm , 체중 5.5kg  조금 우리에게 빨리 왔던 콩콩이가 무척 자랐다.
▲ 콩콩이 신장 51cm , 체중 5.5kg 조금 우리에게 빨리 왔던 콩콩이가 무척 자랐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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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사실과 성별 그리고 낯선 사람들이나 귀신, 전염병 등을 막기 위해 이웃에게 알리는 표시라고 한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 조상들의 지혜로움이 돋보인다. 산모와 아기의 생명을 소중하게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어떻든 옛날처럼 금줄은 없지만 갓 태어난 아이에게 접근하는 것은 위생학적으로도 좋지 않고 산모에게도 별반 득될 게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하은이의 의견을 핑계로 오랫동안 아이와 거리를 둔 셈이다.

그런데 하은이가 '콩콩'이를 봐도 좋다는 허락을 했다. 오랜만에 콩콩이를 들여다봤다. 눈을 마주 치기는 하는데 아직 사물을 구분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하부지를 빤히 쳐다본다. 볼은 토실토실 살이 쪄서 우리 아이가 맞나 한참을 들여다봤다.

모유 탓일까. 하루가 다르게 무럭 무럭 자란다.
▲ 콩콩이 모유 탓일까. 하루가 다르게 무럭 무럭 자란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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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이게 당분간은 모유를 먹이기로 한 모양이다. 엄마가 출산휴가 중이기 때문이다. 제도적으로 90일 휴가가 보장되었다고 한다. 우리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줄줄이 낳고도 바로 농사일을 했다는데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직은 출산을 장려하기에는 미흡하지만…….

아이들을 돌보면서 모성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열 달 동안 아이를 뱃속에 품고 키우다가 산고의 아픔을 이기고 아기를 출산한다. 그리고 젖을 물리며 키운다. 아이들이 자신의 분신이라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해 보인다. 아이들을 야단치면 엄마가 가슴 아파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을 낳았을 때도 느꼈지만 왜 갓난아이들은 낮에 자고 밤에 놀자고 할까. 콩콩이는 배가 고프면 울어대고 먹고 나면 다시 잠을 잔다. 이상하게 한쪽으로만 잔다. 아내는 머리가 비틀어진다고 방향을 바꿔주지만 오뚝이처럼 되돌아온다. 수건을 한쪽 머릿밑에 괴어 주었다. 그냥 머리 모양이 만들어지는 게 아닌 모양이다. 아이들의 머리는 물러서 흔들거나 하면 뇌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좋지 않다는 것도 이번에야 알았다.

주위에서 귓바퀴가 붙어있거나 펴져 있는 사람들을 간혹 보았다. 귀가 이상하구나 생각만 했다. 그런데 우리 콩콩이 귀가 붙어 있다. 아내는 계속 손으로 모양을 좋게 만져 주었다. 흡사 제빵사들이 예쁜 빵을 만드는 것처럼 다듬고 당기고 주무른다. 그래서 그런지 콩콩이의 귀가 예쁘게 자리 잡아간다.

지금까지 하은이와 '콩콩'이는 잘 지내고 있다. 얼굴에 스킨십을 하거나 목욕통에서 목욕을 같이 한다. 장난감을 갖고 놀아도 좋다는 호의를 베풀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사이좋게 머나먼 인생이라는 항로를 개척해 갔으면 할 뿐이다.

기차놀이을 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을 보면  생기가 넘친다
▲ 하은이와 친구들 기차놀이을 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을 보면 생기가 넘친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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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이는 오늘 아침에도 어린이집 가는 길이 매우 즐거워 보였다.

"엄마 다녀오겠습니다."
"'콩콩'이게도 언니 잘 다녀온다고 전해 주세요."


태그:#육아, #양육, #금줄, #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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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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