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검색
클럽아이콘0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최근 <오마이뉴스>는 공유 경제와 공유 기업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기사가 나간 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공유 경제는 쓰지 않는 자원을 필요한 이에게 '공유'하는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창출하는 모델입니다. 이를 위해서 수요와 공급을 빠르게 연결하는 인터넷 기반 플랫폼, 플랫폼을 관리하며 돈을 버는 기업, 이 둘 모두를 잘 이용하는 소비자가 필요합니다. 그래도 잘 와 닿지 않으시죠? 특히나 '무형자원'을 다루는 공유기업은 더욱 그럴 겁니다. 그래서 직접 체험해보기로 했습니다. [편집자말]
걱정스러웠다. 고민 끝에 위즈돔을 개설했지만, 과연 돈 내고 내 이야기를 들을 사람이 있을까? 개설을 취소할까, 몇 번 망설였다.

위즈돔은 인터넷 플랫폼을 제공해서 위즈도머(강연자)와 위즈도미(참석자)의 만남을 연결하는 플랫폼 회사다. 연예인이나 인기 강사가 아닌, 평범한 사람의 경험과 지혜도 가치있다는 생각이 위즈돔의 출발점이다. 위즈돔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했지만, 막상 직접 하려니 누가 들을까 싶었다.

위즈돔은 2012년 3월, 서비스를 제공한 지 1년 3개월 만에 수익분기점을 넘기고 급성장 중이다. 위즈돔(강연) 신청 비용의 30%를 수수료율로 받아 수익을 내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경험도 가치 있다는 취지는 매우 좋으나, 과연 평범한 사람들이 얼마나 위즈돔을 개설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위즈돔 개설하기 위즈돔 사이트에서 개설하기를 누르면 나오는 다음 단계 중 1단계 ‘내용’화면이다.
▲ 위즈돔 개설하기 위즈돔 사이트에서 개설하기를 누르면 나오는 다음 단계 중 1단계 ‘내용’화면이다.
ⓒ 위즈돔

관련사진보기


나의 위즈돔 개설기

위즈돔을 개설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회사 홈페이지의 '개설하기' 카테고리에서 플랫폼이 요구하는 내용만 채워 넣으면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갈 내용을 정하는 게 매우 까다로웠다.

1단계는 제목과 상세 내용, 대표 이미지를 결정한다. 2단계는 만남에 적합한 인원과 장소 및 비용, 3단계는 기부 여부와 정산 방법 등을 정한다. 이 중 1단계 제목과 상세 내용을 정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일단 다른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 위즈돔을 개설하는지, 사이트의 참여하기 카테고리에 들어갔다. 패션회사에 다니는 천문학과 졸업생의 '패션회사 신입사원과 함께하는 Talk&Play', 마케터가 진행하는 '서울의 골목을 돌아다녀 보자! 이화동 골목길 걷기', 여섯 번이나 앵콜된 미술치료사의 '미술로 마음 치유하기, 미술치료사의 세계' 등등.

위즈돔 내용을 살펴보니 공통점이 있었다. 대부분의 위즈돔은 위즈도머(강연자) 자신이 잘 아는 분야였다. 또한 참석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분명해 보였다. 나 역시 그런 부분을 찾아야 했다. 백수시절 작성했던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 틈틈이 써놨던 글을 읽으며 공유할만한 이야기를 찾아냈다. 내 위즈돔의 제목은 <인생에 관하여>였다. 10년 간 고민했고 방황을 거쳐, 올해 초 찾은 인생의 지혜를 공유 대상으로 정했다.

2단계 세부사항을 정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비용이나 인원수가 위즈돔 성공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위즈돔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가격이 비싸거나, 장소 접근성이 좋지 않으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고민 끝에 6천원으로 정했다. 비용을 너무 적게 잡아도 안 된다. 수수료율 30% 외에, 장소 대여비나 음료값은 위즈도머가(강연자)가 부담한다. 돈을 벌면 다행이지만 손해만 보지 않기를 바라며 금액을 확정했다.

장소는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로 정했다. 다행히 내가 정한 위즈돔 날짜, 6월 7일 저녁 시간에 회의실은 비어 있었다. 장소 대여비를 내지 않아서 좋았지만, 회사 위치가 서울 중심부가 아니라는 점이 걱정됐다.

1단계로 돌아가서 다과와 간단한 저녁을 대접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그리고 가격을 7천원으로 올렸다. 금요일 저녁시간, 상암동까지 와서 검증되지 않는 이야기를 들으며, 저녁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티켓 가격의 마지노선은 7000원이라 생각했다.

인원수는 6명으로 정했다. 위즈돔의 플랫폼 tip은 밀도있는 소통과 관계 형성을 위해 최소 3명, 최대 20명의 인원을 정하라고 조언한다. 특이한 내용 혹은 이미 개설돼서 검증받은 위즈돔이 아니라면, 그리 많은 사람이 올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최소 인원의 2배, 6명으로 정했다. 사실, 1명만 와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개설을 요청한 지 다음날, 회사가 내 위즈돔을 개설해줬다. 사이트의 참여하기 카테고리에 내 위즈돔 제목과 대표 이미지가 걸렸다.  제목이 <오마이뉴스 방송팀 상근기자와 함께하는 우리네 이야기>로 바뀌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위즈도미(참석자)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가기 위해 회사가 수정했다고 답했다. 그리고 4일이 지났다.

공유기업 위즈돔의 인센티브, 새로운 관계의 창출

위즈돔 하루 전날인 6일, 내 위즈돔에 신청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위즈돔 사이트에서 받은 안내 메일을 본 후 엄청난 감동을 느꼈다.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간단한 자기 소개와 이야기 주제만 보고 내 위즈돔을 구매했다니!

내 경험과 지혜가 궁금하거나 필요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란 의심은 위즈돔 당일에서야 풀렸다. 참석자 4명에게 왜 신청했는지 물었다. 대답 중 공통적인 내용이 있었다.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고, 위즈도머의 인생관을 듣고 싶었다는 것이다. 유명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원하는 소비자가 있다는 사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감동적이었고 신선했다.

위즈돔은 일반적인 강연과는 매우 달랐다. 위즈도머와 4명의 위즈도미(강연을 듣겠다고 신청한 사람)가 이야기를 주고받고 공감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이는 식으로 이어졌다. 카리스마 있는 유명 강사가 좌중을 휘어잡아 자신의 콘텐츠를 풀어내는 일반 강연과는 구조적으로 달랐다.

위즈도미1: "이제는 꿈만 집착해서 달려가면 안 되겠다, 그렇게 해도 더 답답하고 머리만 아프니까, 아까 기자님(위즈도머)이 말씀하신 것처럼 맘을 편안히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위즈도머: "학교 다닐 때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거길 향해 죽도록 달리란 말 많이 듣지 않았나요?" (좌중, 고개 끄덕임)
위즈도미2: "그게 다양한 사람들을 하나의 방식으로 묶는 거죠. 흔히들 '정규분포 70%'가 사는 세상이 그렇다고 여기니까요.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도 모두 똑같이 살아가지 않아요."
위즈도머: "목표나 꿈을 갖는 건 중요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교육도 이뤄져야 할 것 같아요. '목표 세워서 대학 어딜 가고, 직장 어딜 가고', 여기만 치우치면 저같이 노력하다 지친 사람들은 '목표 달성 못했으니 내 인생 이제 끝나나?'하고 절망하는 거죠."
위즈도미2: "그 얘기를 해주셨으니, 이제 제가 말하면 될 것 같아요."


위즈돔의 이런 진행 방식은 기존 강연시장에서 나타나지 않던, 새로운 형태의 '인센티브'를 창출하게 된다. 재화 외에 다른 종류의 인센티브 창출은 공유 기업의 특징이기도 하다. 위즈돔의 경우 '관계의 생성'이다. 서로 전혀 모른 채 위즈돔에 참석했지만, 소수가 토론하며 소통하는 위즈돔의 구조는 개인 간 거리를 좁힌다. 이 관계를 기반으로 새로운 관계가 연이어 만들어진다.

사진을 공부하는 한 위즈도미를 위해 기자는 주위 사진기자를 연결해줄 수 있다고 답했다. 영상을 공부하는 한 위즈도미가 배우 구하기의 어려움을 털어놓자, 다른 위즈도미는 연기자 친구들을 연결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신기하게도 위즈도미 중 한 명은 집, 다른 하나는 학교, 나머지는 회사가 모두 같은 지역이었기에 동네 모임이 생길 수 있겠다는 말도 나왔다.

위즈도밍(위즈도머와 위즈도미의 만남) 현장 6월 7일 저녁 6시,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기자의 위즈돔이 진행됐다.
▲ 위즈도밍(위즈도머와 위즈도미의 만남) 현장 6월 7일 저녁 6시,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기자의 위즈돔이 진행됐다.
ⓒ 강신우

관련사진보기


당신도 위즈도머가 될 수 있습니다

위즈돔을 직접 체험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은 평범한 사람의 지혜와 경험이라도 원하는 이가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자기존중감으로 연결된다. 아직 위즈돔 사이트에 후기가 올라오지 않았으나, 누군가 내 위즈돔의 앵콜(재개설) 요청을 했다. 내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이 또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나를 감동시켰다. 두 번째는 위즈도미와의 만남, 거기서 발전된 새로운 인간관계다. 세 번째는 위즈돔으로 벌어들이는 소소한 돈이다.

물론 처음이라면, 위즈돔 내용을 준비하며 부담감을 많이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단 한 번만 경험해보면 부담 대신 즐거움이 생긴다.

위즈돔 한상엽 대표는 "위즈돔을 경험해본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위즈돔 개설과 이용률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나 역시 위즈돔을 끝낸 후 주위 사람들에게 위즈돔을 개설하라고 권유 중이다. 가격이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면 다른 위즈돔도 이용해보고 싶은 생각도 강력하다. 자신감과 소소한 금액,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을 한 번에 얻고 싶다면 위즈돔에서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기자 가입하기

© 2017 OhmyNews오탈자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