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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뷰(OhmyView)>는 소비자 입장에서, 소비자의 눈높이로 제품을 꼼꼼히 따져봅니다. 대상은 따로 없습니다. 자동차든, 휴대폰이든, 금융상품이든...가장 친소비자적인 시각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또 이 공간은 각 분야에 관심있는 전문블로거나 시민기자 등 누구에게도 열려있습니다. [편집자말]
티피오스의 하이엔드 이어폰 T-PEOS H200.
 티피오스의 하이엔드 이어폰 T-PEOS H200.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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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재생버튼을 눌렀는데 헤드폰을 쓴 것 같은 풍부한 소리가 귓속을 채웠다. 특히 저음 악기인 베이스 소리가 일품이다. 기자는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가격대 성능비가 뛰어나다는 판단이 들면 물건을 사서 쟁여두는 버릇이 있다. 30분 동안 스마트폰에 저장된 여러 장르의 음악을 돌려들으며 머릿속으로 이번 달 카드값 여유를 계산해봤던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국내 이어폰 제조사인 티피오스의 하이브리드 이어폰 T-PEOS H200이 국내 음악 동호인들 사이에서 화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클로져(이어폰 몸체) 안에 두 개의 밸런스드 아마추어(BALANCED ARMATURE)와 한 개의 다이내믹 드라이버(진동판)을 담아냈는데 상당히 만족스런 소리를 재생해준다는 평이다.

이어폰 한 짝에 스피커 3개... '헤드폰 느낌'

이어폰 상식
이어폰은 크게 '오픈형'과 '인이어 방식(커널형)' 두 가지로 나뉜다. 오픈형 방식은 이어폰 솜을 뒤집어 쓴 전통적인 외관을 가지고 있으며 인이어 방식은 말 그대로 귓속으로 쏙 들어가는 차음성 높은 형태를 말한다.

오픈형 방식은 통상 다이나믹 드라이버를 사용하고 수십만 원대의 고가 인이어 방식 이어폰들은 대체로 밸런스드 아마추어를 쓴다고 보면 된다.

다이나믹 드라이버는 재미있는 특징이 하나 있는데 처음 샀을 때와 조금 사용한 후 소리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새 제품일때는 딱딱한 상태이던 진동판이 사용하다보면 유연해지면서 제 소리를 찾기 때문. 애호가들은 다양한 음악을 재생시키면서 인위적으로 진동판을 풀어주는 작업을 에이징(Aging)이라고 부른다. H200의 경우 처음에는 넓게 퍼지는 듯한 풍부한 저음을 재생하지만 6시간 이상 에이징을 해 주면 저음의 양이 다소 줄면서 단단한 느낌으로 변한다.
H200의 가장 큰 특징은 이어폰 속에 든 스피커가 세 개라는 점이다. 두 개는 밸런스드 아마추어, 한 개는 다이내믹 드라이버다. 이 부분이 H200의 정체성에 대해 가장 뚜렷한 설명을 해준다.

밸런스드 아마추어란 인이어형 이어폰의 소리를 내주는 일종의 소형 스피커다. 오픈형에서 사용되는 스피커인 다이나믹 드라이버(진동판)보다 크기가 작으면서도 정밀하며 해상력과 감도, 고주파수 영역의 재생력이 월등하다.

두 개의 밸런스드 아마추어를 한 이어폰에 쓰는 경우 통상 저음과 고음으로 전담 음역대를 나눈다. 한 스피커에서 취급하는 음역대가 다르므로 자연스럽게 음 분리 능력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

H200 구성. ①은 황동으로 만들어진 인클로져다. 15g으로 무겁기때문에 플라스틱 재질의 타원형 이어가이드(검은색)가 달려 있다. 귀우물이 좁은 사람은 다소 불편을 느낄 수 있다. ②는 구성품인 실리콘 팁. ③은 케이블-이어폰 연결 단자. 이 부분을 붉은색 네모 부분에 탈착할 수 있기 때문에 AS가 편리한 장점이 있다.
 H200 구성. ①은 황동으로 만들어진 인클로져다. 15g으로 무겁기때문에 플라스틱 재질의 타원형 이어가이드(검은색)가 달려 있다. 귀우물이 좁은 사람은 다소 불편을 느낄 수 있다. ②는 구성품인 실리콘 팁. ③은 케이블-이어폰 연결 단자. 이 부분을 붉은색 네모 부분에 탈착할 수 있기 때문에 AS가 편리한 장점이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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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다이나믹 드라이버는 구조상 밸런스드 아마추어보다 중저음 표현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이 두 가지를 한 공간에 동시에 집어넣으면 이론적으로는 해상력이 뛰어나면서도 중저음의 질감 표현이 탁월한 이어폰이 탄생하게 된다. 현재 130~15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는 AKG사의 K3003모델이 이런 구성으로 만들어진 하이브리드 이어폰이다.

실제 들어본 H200은 이같은 구성 의도를 충분히 납득시켜 주는 소리를 냈다. 상당한 수준의 해상도와 풍부한 중저음이 이 이어폰의 강점이다. 주파수 응답(Frequency Response, FR)특성 측정에서도 이를 확인해볼 수 있다. 주파수 응답특성이란 스피커나 이어폰이 출력하는 소리가 인간의 가청 대역 주파수인 20Hz~22KHz 범위 내에서 얼마만큼의 음량으로 출력되는지를 측정한 값을 말한다. 측정에는 국내 디지털 커뮤니티인 SEEKO의 도움을 받았다.

H200의 주파수응답 특성 그래프.
 H200의 주파수응답 특성 그래프.
ⓒ SEE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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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래프는 H200의 주파수 응답특성을 나타낸 것이다. 그래프의 가로축 왼쪽이 저음, 오른쪽이 고음역대이고 세로축은 해당 음역대의 재생능력을 의미한다. 특이할 만한 점은 중고음역대에 해당하는 5000~8000Hz 영역에서 재생능력이 급감한다는 것이다.

원음 그대로를 재생하는 기기라는 점에서는 분명한 감점요인이다. 그러나 해당 부분의 재생능력이 높으면 '치', '쉬' 등 귀를 괴롭게 하는 치찰음도 강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듣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H200의 주파수 감소경향 그래프.
 H200의 주파수 감소경향 그래프.
ⓒ SEE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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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래프는 H200의 주파수 감소 경향(Cumulateive Spectral dacay, CSD)을 측정한 것이다. 주파수 감소 경향이란 음이 재생된 후 시간이 지나면서 소리의 크기가 감소되는 경향성을 말한다. 그래프에서 언덕처럼 보이는 부분이 고르고 급격한 경사를 그릴수록 해당 이어폰은 해상력이 좋고 타격감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H200의 경우 비교적 상당히 깔끔한 언덕을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자는 일주일에 거쳐 이 이어폰으로 여러 음악을 재생시켜 봤다. 우선 서태지의 'Lady Of Secrets'. 다양한 드럼 표현이 등장하는 이 곡을 H200으로 들으면 머리 속에서 드릴이 '드르륵'하며 돌아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반복되는 강렬한 드럼비트가 인상적인 글렌체크의 '84'도 상당한 자극을 제공했다.

다양한 중·저음 악기가 포진된 김동률의 '우리가 쏜 화살은 어디로 갔을까'나 Lee Morgan의 트럼펫 연주곡인 'The Sidewinder' 같은 곡을 들었을 때는 다른 저가형 이어폰에 비해 확실히 '꽉 차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웬만한 헤드폰에 비견되는 느낌이다.

악기로 봤을 때는 베이스에 방점이 찍힌다. 기자가 느꼈던 이 이어폰의 가장 큰 매력은 베이스와 어쿠스틱 기타 5, 6번줄 소리를 상당히 아름답게 재생해준다는 점이었다. 리뷰를 진행하면서 오아시스의 'Wonderwall', 김동률의 'Deja-vu'를 유독 반복해서 듣게 된 이유가 거기에 있다.

국내 소비자와 소통하는 '토종' 이어폰 제조사들 약진 기대돼

객관적인 리뷰를 진행한다는 측면에서 주파수 응답특성이나 주파수 감소경향 같은 측정 그래프를 첨부했지만 사실상 측정 그래프는 기계적인 주파수를 기록한 것일 뿐 이어폰이 내는 소리의 모든 것을 말해줄 수는 없다.

이어폰 제조사에서 각각의 음역대와 악기 소리를 어떻게 튜닝(조정)하는지에 따라서 최종 출력물인 음악의 전체적인 조화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람이 소리에서 느끼는 선호도는 이런 부분에서 더 크게 갈린다.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연예인들의 가장 빼어난 부분을 모아 얼굴을 만든다고 미인이 나오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티피오스의 보급형 이어폰 RICH100.
 티피오스의 보급형 이어폰 RICH100.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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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00과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같은 회사의 보급형 이어폰인 RICH100이 그런 경우다. 이 이어폰은 지난해 10월 LG 스마트폰 번들 이어폰으로 출시된 '쿼트비트'를 벤치마킹한 제품이다. 쿼트비트의 강점인 고역대 재생력을 살리고 단점으로 지적됐던 저음 표현력은 보강했다. 가격도 1만 7900원으로 저렴한 편이고 강력한 고음을 싫어하는 사용자를 고려해 폼팁도 제공하고 있다.

RICH100의 주파수 응답특성이나 주파수 감소경향을 보면 이런 제조사의 의도가 그대로 나타난다. 그러나 실제 들어보면 소리는 그 의도에 미치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이렇다 할 개성이 느껴지지 않는 가운데 고음역이 강조된 탓에 치찰음의 존재감만 도드라지는 경향이 있다.

전체적인 성능이나 소리는 가격대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세밀한 사운드 튜닝(음색 조정)이 아쉬운 부분이다. 이런 측면에서 사운드 튜닝에 국내 사용자들의 요구를 수차례 반영한 H200에는 다시 한 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보급형 일색이던 국내 이어폰 제조사들의 상품 목록에 하이엔드(동일 제품군 중 최고 제품)급 이어폰이 올라온 것은 소비자 만족도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반가운 일이다. H200의 제조사인 티피오스는 전기 신호가 거의 손실없이 전달되는 5N OCC(단결정 무산소 동선)방식의 이어폰용 케이블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제조업체들의 약진이 국내 이어폰 시장의 가격 거품을 다소 꺼트릴 수 있는 촉매가 되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H200의 소비자가격은 21만 9000원입니다. 비슷한 성능의 외국 메이커 제품에 비해서 절반 수준의 가격인데다, 소모품임에도 3년간 무상AS를 받을 수 있습니다.



태그:#H200, #RICH100, #T-PEOS, #신우텍, #이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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