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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구청이 계획하고 있는 신당동 박정희 기념공원 계획도. 지난 3월 주민설명회에서 제시된 내용이다.
 서울중구청이 계획하고 있는 신당동 박정희 기념공원 계획도. 지난 3월 주민설명회에서 제시된 내용이다.
ⓒ 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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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군사쿠데타 전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살던 서울 신당동 집 일대를 박정희 기념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논란이다. '공약 가계부'를 발표, 정부의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박근혜정부가 전·현직 대통령 기념사업에 300억 원대의 정부·지방 예산 지출을 승인할지 주목된다. 

서울 중구청(구청장 최창식, 새누리당)은 '신당동 박정희 대통령 가옥'(등록문화재 412호)과 그 주변 일대에 박정희 기념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신당동 박정희 대통령 가옥'은 박 전 대통령이 육군 1군 참모장이던 1958년 5월 살기 시작해 1961년 5·16 군사쿠데타 뒤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을 맡아 공관으로 옮기기까지 가족과 함께 살았던 집으로, 이곳에서 쿠데타 모의가 이뤄지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대통령이 1979년 10·26사건으로 서거한 뒤 청와대를 나온 박근혜 대통령 등 박 전 대통령 자녀들이 1982년 성북동으로 이사하기 전까지 살기도 했다.

중구청은 이 집을 포함한 일대를 기념공원으로 꾸미겠다는 것. 중구청은 지난 2011년 11월 이 사업에 대한 기본구상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지난해 12월 말에는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을 발주했다. 중구청은 박 대통령 취임식 다음 날인 2월 26일 전문가와 신당동 지역대표 19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 사업의 착수보고회를 열기도 했다.

이 사업 내용은 신당동 박정희 대통령 가옥을 박 전 대통령과 가족들이 살던 상태로 복원해 생활사 관람이 가능하게 하고, 가옥 주변에 박 전 대통령과 새마을운동 관련 조형물 등이 설치된 기념광장과 연못,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내용이다.

기념광장 지하에는 박 전 대통령 관련 전시공간과 주민들을 위한 공간을 넣고, 연못과 녹지 지하에는 대규모 주차시설을 계획하고 있다. 중구청이 추진하는 이 공원은 지상면적 3739㎡에 지하를 합친 연면적은 6750㎡으로 계획됐다. 3층짜리 지하주차장은 주차면적 197대 규모다.

중구청은 박정희 기념공원을 이 지역 관광자원과 연계해 테마관광벨트를 조성하는 계획도 있다. 지난 3월에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제시됐던 자료에는 "육영수 여사가 중앙시장으로 가시던 길을 특화하여 '시장 가는 길' 조성", "신당동 떡볶이타운과 연계하여 공원과 연결되는 '걷고 싶은 길' 조성" 등의 구상이 명시돼 있다.

서울중구청이 계획하고 있는 신당동 박정희 기념공원이 들어설 대상지 전경. 지난 3월 주민설명회에서 제시된 내용이다.
 서울중구청이 계획하고 있는 신당동 박정희 기념공원이 들어설 대상지 전경. 지난 3월 주민설명회에서 제시된 내용이다.
ⓒ 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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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수용해 철거하고 공원 조성... 총 사업비 286억 원

중구청이 최근 이 사업에 대한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용역을 완료하고 서울시에 투·융자심사를 의뢰한 내용에 따르면, 총 사업비는 286억1900만 원으로, 이 중 절반인 143억1000만 원을 정부가, 20%인 57억2400만 원은 서울시가, 30%인 85억8500만 원은 중구청이 부담하는 내용이다.

지상면적 3739㎡(1133평)짜리 공원조성 치고는 많은 돈이 들어가는 편인데, 이같이 큰 금액이 필요한 이유는 공원조성을 위해 다세대주택과 사찰 등 총 36세대가 사는 건물 5채를 철거해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현재 신당동 박정희 가옥 주변엔 건물이 밀집해 있어 이 건물들을 수용해 철거하고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것.

그러나 중구청의 이같은 계획은 논란을 자초했다. 서울 상암동에 이미 '박정희 기념관'이 건립된 상황에서 중구에 또 기념공원을 만드는 게 과잉 아니냐는 지적이 우선 제기된다. 또 '쿠데타 모의'가 있었던 곳을 미화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과연 용인될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돈이 없어 복지를 못하겠다'고 아우성인 구청이 엉뚱한 곳에 예산 쓸 계획을 세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영선 중구의회 행정보건위원장은 "현재 구청이 계획한 사업비가 286억 원이지만, 으레 그렇듯 실제 사업을 하면서 설계변경에 들어가면 총 사업비는 350억 원 이상이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면서 "사업비 20%를 중구에서 부담하게 돼 있기 때문에 실제 중구가 부담해야 할 돈은 100억 원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위원장은 "지방세수 감소로 금년 중구의 재원손실이 580억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1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연말까지 써야 할 양육수당과 보육비 등 복지예산도 당장 다음 달 치가 급한 상황인데도 이런 사업을 추진한다는 건 내년에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행보"라고 비판했다.

하루 전 강남구를 제외한 24곳의 구청장들은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유아 무상보육 예산 부족을 호소하면서 부족분을 국고로 지원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구의 경우 양육수당 예산은 이미 5월부터 부족했고, 보육료는 6월부터 부족해진다.

서울시 중구청 영유아보육 예산 현황
 서울시 중구청 영유아보육 예산 현황
ⓒ 서울시, 중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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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가계부'로 84조 아낀다는 박근혜정부가 용인할 리 만무

더 중요한 것은 정부의 사정이다. 중구가 이 사업 예산의 절반을 국비를 타내서 쓰겠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현직 대통령과 그 부친인 전직 대통령이 살던 집이라 해도 정부가 이 사업에 대한 지출을 결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는 '공약 가계부'를 발표하면서 향후 5년간 정부예산에서 예산지출 84조1000억 원을 아껴 복지확충 등 대선공약 실행에 쓰겠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이 나서서 공무원들의 허리띠를 졸라 아낀 돈으로 국민들의 복지 확충에 쓰겠다는 상황에서, 상식이 있는 정부라면 멀쩡한 건물 몇 채를 철거하면서까지 대통령이 예전에 살던 집을 성역화하겠다는 발상을 용인할 리 만무하다.


태그:#박정희공원, #신당동, #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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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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