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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을 보호하기 위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눈물겨운 노력이 지난 5월 24일 대법원의 최종 판결로 결국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지난해 5월, 언론관련 시민단체인 언론연대는 방통위를 상대로 지난 2010년 당시 종편 운영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실시한 종편 승인 심사자료를 공개하라고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종편 승인과정의 심사자료 공개가 "방통위의 심사업무 수행에 관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심사자료의 공개를 명령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공개를 미루다가, 공개요구가 빗발치자 생색내기로 회의록, 심사위원 예산집행내역 일부 등 부분적인 자료들만을 공개하면서 버텨왔다. 그리고 대선을 앞두고 지난해 말 항소를 하면서 시간 끌기에 나서는 추태를 보여왔다.

그런데 지난 5월 24일 대법원은 방통위의 항소를 기각하고 방통위에 종편 승인 심사자료 일체를 공개하라고 최종 판결했다. 대법원의 이러한 최종판결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해당자료가 개인정보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법원이 명확하게 판단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내세우면서, 종편 승인 심사자료의 정보공개 범위를 두고 종편 관계자들과 논의를 거쳐서 결정할 의사를 내비치는 등 또 다시 종편 승인 심사자료에 대한 공개를 미적대고 있다.

대법원 "방통위, 종편 승인 심사자료 일체 공개하라"

이러한 방통위의 태도는 국민의 알 권리와 사법부의 권위를 무시하는 처사로, 방통위가 뭔가 숨기려고 한다는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 만약 방통위가 뮌가 숨기려는 의도가 없다면 즉시 종편 승인 심사자료 일체를 공개해야 할 것이다. 특히, 종편의 밀실·불법 심사 및 특혜와 관련해 핵심자료로 지목되고 있는 중복참여 주주현황, 신문 모기업 주요 주주 출자 내역 등은 반드시 공개되어야 한다.

방통위의 종편 사업자 선정 과정은 그 자체가 문제투성이였다. 이명박 정부와 여당이 미디어 악법을 대리투표 의혹을 받는 가운데 날치기로 처리하고, 이에 반발해 야당이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소송의 판결이 내려지기도 전에 종편 기본계획 의결을 통해 야당과 시민단체, 그리고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친 정부적 성향의 보수신문사인 조선·중앙·동아일보에 종편 사업권을 나누어 주었다.

이처럼 종편의 승인 과정 자체가 온갖 반칙과 특정 신문사들에 대한 특혜로 얼룩져 있어, 종편 승인의 불법·부당성과 특혜 의혹 해소를 위해서도 방통위의 종편 승인 심사자료에 대한 검증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출범 3년차를 맞이하고 있는 종편은 그 동안 편파·왜곡 보도, 저속한 방송 프로그램 제작 등 방송의 공정성과 품위를 떨어뜨리는 도저히 방송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의 수준 낮은 방송 프로그램들을 제작·방송해왔다. 이러한 종편의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원로 언론인들은 "종편은 언론이라기보다는 사회적 흉기에 다름없다"고까지 비판하고 있다.

최근의 5·18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보도에서 볼 수 있듯이, 종편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의혹제기를 통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역사 왜곡과 노골적인 친 정부성향의 편향적 보도태도를 보이는 등 저널리즘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하고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키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승인 과정에 불법 있었다면 종편 허가 취소해야 

종편의 이러한 반 저널리즘적 행태는 한 언론매체의 분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PD저널>이 종편이 출범한 지난 2011년 12월부터 올해 5월 말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종편 프로그램들에 대한 심의의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종편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은 건수는 총 117회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벌점이 부과되는 '경고' 이상의 법정제재를 받은 건수가 무려 68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종편의 대표적인 시사 프로그램인 <박종진의 쾌도난마> <김광현의 탕탕평평> <장성민의 시사탱크> 등은 반복적으로 심의 제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거듭되는 심의 제재에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비웃기라도 하듯 개전의 정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문제투성이인 종편이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것은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방통위가 온갖 특혜를 통해 종편을 보호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방통위는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종편에 대한 온갖 특혜를 폐지하고, 종편의 악행에 대한 묵인과 방조 행위를 멈춰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해 종편 선정과정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공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방통위가 종편 선정 심사과정에 대해 떳떳하다면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만약 종편 승인 심사과정에서 불법적인 요소가 발견이 된다면 해당 방송국은 반드시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 왜냐하면 불법적인 방법으로 방송국을 허가받은 사업자는 자신의 방송국을 불법적으로 허가해준 정치집단에 충성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편파·왜곡 방송을 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최진봉 기자는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종편, #방송통신위원회, #최진봉, #언론연대, #종편승인 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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