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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5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민주·양심교사 조연희,박정훈,이형빈 선생님 복직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학생이 이형빈 선생님에게 카네이션을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2월에 낸 인사발령에서 곽 교육감의 비서로 근무했던 이형빈 교사, 해직됐던 박정훈ㆍ조연희 교사를 특채로 교육공무원으로 임용했지만, 교과부가 '특별채용이 공개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이라며 하루 만에 이들을 직권으로 임용 취소했다.
▲ 교육청 앞에서 받는 카네이션 5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민주·양심교사 조연희,박정훈,이형빈 선생님 복직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학생이 이형빈 선생님에게 카네이션을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2월에 낸 인사발령에서 곽 교육감의 비서로 근무했던 이형빈 교사, 해직됐던 박정훈ㆍ조연희 교사를 특채로 교육공무원으로 임용했지만, 교과부가 '특별채용이 공개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이라며 하루 만에 이들을 직권으로 임용 취소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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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교사 임용 취소 사태에 항의하며 서울교육청 앞에서 단식을 벌이던 조연희 교사가 단식 16일만인 지난 4일 오전 응급실로 실려갔다. 전날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이 민주통합당(민주당) 유은혜, 진보정의당 정진후 의원과 단식 농성장을 방문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하고 자리를 뜬지 하루만의 일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2012년 2월 곽노현 교육감이 특채로 채용한 조연희, 박정훈, 이형빈 교사를 채용절차가 위법하다며 문용린 교육감 직권으로 임용을 취소했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서울시교육청의 주장은 문제가 많다.

교사 3명은 왜 학교에 돌아갈 수 없나

조연희 교사는 자신이 졸업한 학교가 후배이자 동시에 제자들의 급식비와 동창회비까지 부정하게 사용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어 피눈물을 흘리면서 싸웠다. 특별감사를 요구하며 학생들이 접은 천마리 학을 들고 서울 금천구 시흥동 동일여고에서 서울시 교육청까지 매일 수십킬로를 걸으며 그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누가 상상조차 할 수 있을까.

지구과학을 가르치던 박정훈 교사가 어느날 주체사상을 가르쳤다는 어머어마한 혐의로 구속되었을 때 고3을 포함해 대부분의 이화외고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우리 선생님을 돌려달라'고 외쳤다. 박정훈 교사가 학교로 돌아가던 날 또 전교생이 운동장에 나와 박수를 치고 꽃다발과 분필, 그리고 출석부를 선물했다. 쫓겨난 선생님을 향한 그 학생들의 심정을 과연 사람들이 알기나 할까?

영화 <죽은시인의 사회> 키팅 선생님을 꿈꾸던 이형빈 교사는 자신의 첫 학교이자 마지막 학교라고 생각하며 열정을 바쳤던 이화여고가 어느 날 등록금만 500만원의 자율형사립고로 바뀌고 강남 대형백화점 VIP룸에서 학부모설명회를 하는 것을 보고 눈물을 머금고 사직서를 내야했다.

그들은 그렇게 길게는 11년, 짧게는 4년째 학교를 떠나 거리의 교사가 되었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취임 이후 천신만고 끝에 학교로 돌아갈 길이 열렸지만 그 기대는 이주호 전 교과부 장관에 의해 산산이 부서졌다. 결국 4월 법원 판결로 이번에는 학교로 돌아가겠구나 기대를 했지만 그 기대 역시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과 서남수 교육부 장관에 의해 가로막힌 상황이다.

그래서 이 교사들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서울시 교육청 앞에 모여 곡기를 끊었다. 분명히 서울시 교육청 소속 교육공무원이지만 그들은 돌아갈 학교가 없다. 대한민국 교육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 사태를 둘러싼 서남수 교육부 장관과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의 행보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문 교육감은 교육부 장관이던 시절 수백명의 교사들을 자신의 손으로 특별채용하도록 했다. 서남수 장관 역시 경기도와 서울시 부교육감이던 시절 인사위원장으로 수십명의 교사들을 특별채용한 사실이 객관적 사실로 존재한다.

이들이 교육부 장관과 부교육감(인사위원장)으로서 수백명의 교사를 특별채용하던 그 절차와 현재 그들이 문제 삼고 있는 3명 교사들의 특별채용 절차는 조금의 차이도 없다. 당시의 자료와 공문 어디에도 수십-수백명의 교사들을 공개채용을 했다는 근거는 없으며, 문 교육감 역시 그러지 않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들이 수백명을 특별채용한 것은 사회정의 실현이고, 곽노현 교육감이 3명의 교사를 특별채용한 것은 불법이라고 우기는 꼴이다. 이러고도 학생들에게 도덕을 말하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말할 수 있을까?

지난 3일 민주당 유은혜 의원과 진보정의당 정진후 의원에 따르면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을 항의방문했을 때 의원들이 "헌법이 규정한 지방교육 자치의 시대에 임명직 장관이 선출직 교육감의 인사를 취소하고 좌지우지하는 것이 정상이냐?"는 질문을 던지자 문 교육감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고 한다. 법적으로는 직선교육감 시대이지만 여전히 상명하복의 구시대적 관료 장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씁쓸한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조연희 교사 복직 거부는 국제적 망신

최근 유엔에서 파견된 마가렛 세카기야 인권옹호 특별보고관이 한국에 왔다. 그가 한국을 방문한 목적 중 하나는 인권옹호 문제, 특히 내부비리 고발자의 현실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권고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그가 지난 1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직접 조연희 교사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한국의 내부비리 고발자에 대한 현실과 제도적 문제점과 더불어 조연희 교사가 해직된 과정, 특히 복직이 거부되고 있는 상황 등에 대해 자세히 청취했다.

그는 7일 한국에서 본 상황에 대한 보고를 한 후 한국을 떠난다. 그리고 내년 3월 정식으로 유엔인권위원회에 이 상황에 대한 정식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조연희 교사의 복직을 가로막는 것 자체가 유엔에 의해서 국제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2005년 12월 9일. 세계 반부패의 날에 제5회 투명사회상을 수상한 조연희 교사. 가운데 상패를 들고 있는 교사가 이번에 하루만에 복직 취소된 조연희 교사이다.
 2005년 12월 9일. 세계 반부패의 날에 제5회 투명사회상을 수상한 조연희 교사. 가운데 상패를 들고 있는 교사가 이번에 하루만에 복직 취소된 조연희 교사이다.
ⓒ 안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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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희 교사와 유엔의 인연은 또 있다. 매년 12월 9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반부패의 날'이다. 한국도 매년 이날을 기념하여 국제투명성 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한국지부인 한국투명성기구에서 투명사회상을 수여한다. 조연희 교사는 2005년 이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해직 위협을 무릅쓰고 사립학교의 부정부패를 고발한 것이 수상 이유였다.

조연희 교사와 관련 그가 유엔이 지정한 세계반부패의 날에 상을 받고도 해고당한 것이 첫 번째 국제적 망신이요, 그런 교사의 복직을 대한민국 교육수장인 문용린 교육감과 서남수 장관이 가로막는 것이 두 번째 국제적 망신이다.

조연희 교사의 문제가 유엔까지가서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망신거리가 되지 않으려면 그를 하루 빨리 복직시키는 길밖에 없다.

문용감 교육감의 결단이 필요한 이유

사학재단과 사립학교 교사들만큼 불평등한 갑을관계도 드물다. 민주당은 최근 '을을 위한 민주당'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이번 6월 국회 역시 '을을 지키는 민생국회'를 말하고 있다. 그런데 임용취소 교사들 문제에 대해서는 그다지 적극적이지 못하다.

이 3명의 교사들이 길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근본 원인인 사립학교법 개정, 국가보안법 개폐, 자율형사립고 설립 문제에 있어 민주당 역시 결코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그런데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이 교사들의 복직을 위하여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당장 김한길 대표가 나서야 하고, 민주당 소속의 교육상임위원들은 6월 국회에서 이 문제를 국제중 문제와 더불어 현안으로 삼고 문용린 교육감을 국회에 출석시켜 따져 물어야 한다. 그래야 민주당은 '을을 위한 국회'를 말할 자격이 생긴다.

지난 3일 단식 15일째인 교사들을 방문한 문용린 교육감. 문용린 교육감은 이 자리에서도 어떤 확답도 하지 않은 채 "건강을 챙기시라"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지난 3일 단식 15일째인 교사들을 방문한 문용린 교육감. 문용린 교육감은 이 자리에서도 어떤 확답도 하지 않은 채 "건강을 챙기시라"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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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 이후 두달 째 이어지고 있는 문용린 교육감의 침묵에 항의해 교사들은 단식을 시작했다. 단식 15일 째인 지난 3일 갑작스럽게 문 교육감이 농성장을 방문했다.

교육학자인 문용린 교육감이 우리 교육법에 엄연히 존재하는 특별채용 제도를 모를 리 없고, 장관 시절 특별채용했던 교사들의 존재를 부정할 수도 없다. 다른 장관들과 교육감 역시 그렇게 해 왔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눈치를 보며 침묵했다.

문용린 교육감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교사 채용의 필수적인 절차인 인사위원회를 소집하고 거기에서 내려진 결론을 존중하여 결정하면 된다. 이것은 법으로 규정된 최소한의 절차를 지키는 것이다.

문용린 교육감이 이마저도 못하겠다면 교육감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자신에게 법이 부여한 인사권을 행사하지도 못하고, 법이 정한 인사위원회 절차도 이행하지 못하겠다면 교육감이라는 자리에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는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교사들을 찾아 일일이 악수를 하며 "건강을 챙기시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인의 악수가 아니라 서울시 교육수장으로서의 결단이다. 그 결단은 바로 인사위원회 소집이다.

이미 인사위원들이 연명으로 인사위원회 소집을 요구한 상태라 인사위원회를 열지 않을 이유가 없다. 특별채용 여부나 임용취소 여부는 그 뒤에 결론을 내리면 된다. 문용린 교육감의 교육학자적 양심을 기대한다.


태그:#임용취소, #문용린, #조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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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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