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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수 교육부 장관의 요구를 받은 문용린 서울교육감이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재직 당시 특별채용한 세 명의 교사들에 대해 임용 취소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고 위기에 놓인 세 명의 교사들이 교육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2주일째 이어가고 있다. 교사 특별채용을 둘러싼 두 교육수장들의 자기모순적 행태를 비판하는 글을 2편에 걸쳐 쓴다. 이번 기사에서는 현 서울시교육감 문용린을 다룬다. - 기자 말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를 거쳐 김대중 정부에서 교육부장관을 역임한 교육계 거물 인사로 지난 12월 서울교육감 재선거를 통해 서울시교육감에 선출됐다.

국민의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지냈을 정도로 상대적으로 교육계에서는 개혁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었는데,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단일후보로 출마해 의아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통합 교육감이 되겠다'는 입장을 밝혀 온 그가 지난 5월 20일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이 특별채용한 3명의 교사들에게 '임용을 취소할 예정이니 자신의 입장에 대한 소명서를 제출할 것'을 통보했다.

2000.2 해직교사 특별채용 계획 공문. 이 당시 교육부 장관이 문용린 현 서울교육감이다. 교육부의 특별채용 요청 공문에 의하여 서울시교육청이 사립학교 해직교사 28명을 공개 채용 없이 특별채용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문용린 교육감은 특별채용된 교사들의 임용을 취소한다는 자기모순적 모습을 보여 도마에 올랐다.
 2000.2 해직교사 특별채용 계획 공문. 이 당시 교육부 장관이 문용린 현 서울교육감이다. 교육부의 특별채용 요청 공문에 의하여 서울시교육청이 사립학교 해직교사 28명을 공개 채용 없이 특별채용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문용린 교육감은 특별채용된 교사들의 임용을 취소한다는 자기모순적 모습을 보여 도마에 올랐다.
ⓒ 해직교사 특별채용 공문(정진후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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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 취소의 이유는 '공개 경쟁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인데,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교육부장관이었던 2000년 서울과 경기 등 전국적으로 수백 명의 교사들을 공개 경쟁절차 없이 특별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남수 장관에 이어 교육 대통령이라 불리는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역시 '말 바꾸기 논란' '정권 줄대기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문용린 서울교육감, 2000년 교육부장관 시절 특별채용 실시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2000년 교육부장관 재임 당시 그는 교사 수백 명을 특별채용했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2000년 교육부장관 재임 당시 그는 교사 수백 명을 특별채용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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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2월, 유인종 서울시교육감 시절 서울시교육청은 '전교조·시국·사학 민주화 관련 해직교사채용 계획'이라는 교사 특별채용 계획을 마련한다. 이 내부 공문은 교육부의 요청에 의해 사립학교 민주화 과정에서 해직된 교사들을 특별채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이 당시 교육부 장관이 현재 서울시교육감인 문용린이었다. 진보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이 공문에 의하면, 문용린 교육부 장관 시절인 2000년 3월에 서울에서만 무려 28명의 사립학교 해직교사들이 공립학교로 특별채용됐다.

이 공문을 보면, 이전부터 수차례 교육부로부터 교사들을 특별채용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이 시도교육청으로 시달된 바 있으며, 특히 문용린 교육부 장관 시절 시달된 공문도 있고, 이 공문들에 의해 전국의 교육청들이 교사들을 특별채용한 것이다.

당시 교육부는 특별채용 대상자 명단까지 정해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하달했다. 공문에는 "해직 당시 사립학교 소속의 채용 희망자는 해당학교 재단에 임용을 안내하되, 여건상 채용이 불가능할 경우 해직 당시 소속에 관계없이 공립학교에 채용함"이라는 기본원칙이 담겨 있었다.

이를 좀 더 구체화해 행정 사항으로 "해직교사 원소속 학교법인에 채용을 권고하고, 결원이 있음에도 채용을 거부할 경우 공립 특채함"이라고 명시해 사립학교 해직교사들도 재단에서 원하지 않으면 모두 공립으로 특별채용하도록 했다.

현재 문용린 서울교육감과 서남수 장관의 주장, '사립학교 해직교사는 사립학교로 특별채용해야 한다'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2000년 특별채용된 우리는 유령이냐?"

문용린 교육부 장관 당시인 2000년 서울교육청 교사 특별 채용의 일정과 교육부가 특별채용을 요청하여 서울교육청이 채용한 교사 명단. 특별채용 절차나 일정 어디에도 공개 경쟁 채용을 한 흔적은 없다. 당시 채용된 교사들 역시 공개 경쟁 과정 없이 특별채용되었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
 문용린 교육부 장관 당시인 2000년 서울교육청 교사 특별 채용의 일정과 교육부가 특별채용을 요청하여 서울교육청이 채용한 교사 명단. 특별채용 절차나 일정 어디에도 공개 경쟁 채용을 한 흔적은 없다. 당시 채용된 교사들 역시 공개 경쟁 과정 없이 특별채용되었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
ⓒ 서울교육청 공문(정진후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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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문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특별채용 절차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히고 있다. 공개 경쟁채용이 아니라 면담 또는 면접 그리고 인사위원회 심의만 거쳐서 채용한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채용 절차나 일정에 관련된 항목 어디에도 공개 경쟁과정은 적혀있지 않다.

이런 과정은 서울 외에도 전국적으로 이뤄졌다. 서울의 경기여상·청구상고 등 외에도 대전의 혜천여고 김아무개 교사 등 10명, 혜천여중 2명, 부산 경희여상 민아무개 교사 외 2명, 인천과 경남·경북 등에서 사립학교 민주화 운동 과정 해직교사들과 시국사건 관련자·전교조 결성 관련 해직 교사 등이 전국적으로 70명이 넘는 교사들이 특별채용됐다. 1999년 9월부터 2000년 사이에 이뤄진 시국사건 관련 해직자 또는 임용제외자(미발령자) 100여 명이 순차적으로 특별채용된 것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수백 명에 이른다.

서울 청구상고 민주화 과정에서 해고됐다가 2000년 4월 특별채용된 오승환 교사(현 서울 신목중 근무)는 "공개경쟁 채용을 거치지 않아서 특별채용이 불법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며 "나도 2000년 문용린 교육부장관 시절 교육부에 직접 소명서를 내고 간단한 면접만 거쳐서 특별채용됐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채용에 공개채용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은 문용린 장관 당시 특별채용된 나를 비롯한 수십 명의 교사들이 증명하고 있다"며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라고 분개했다.

민주당 유은혜 의원과 진보정의당 정진후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3일 문용린 서울교육감을 면담한다. 정진후 의원실 동훈찬 비서관은 "정진후 의원도 1999년 공개채용없이 특별채용됐다"며 "서남수 장관과 문용린 교육감의 비도덕성과 이중적 행태에 대해 항의방문에 그치지 않고 6월 국회에서 집중 추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용린 서울교육감이 자신이 장관이던 시절 공개 전형 없이 교사들을 특별채용한 전례가 밝혀진 상황에서 6월 국회 때 어떻게 이를 설명할지 주목된다.


태그:#문용린, #임용취소, #특별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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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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