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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생태철학자 '사티쉬 쿠마르(Satish Kumar)'는 세계 강대국의 핵 정책을 몸으로 항의하면서, 인도에서부터 미국까지 2년 반 동안 걸어서 순례를 했습니다. 녹색연합은 이 정신을 계승해 1998년부터 녹색순례를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비무장지대'로 발걸음을 옮겨 한국전쟁의 참상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강원도 철원을 시작으로 남북 긴장의 역사인 서해 5도의 최북단 백령도까지, 정전협정 60년의 역사를 지금 만나러 갑니다. 순례는 5월 22일부터 5월 31일까지 9박 10일간 진행됩니다. [편집자말]
한국 관할이면서 북한과 인접한 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 5개의 섬을 일컬어 서해5도라고 합니다.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이하여 분단의 아픔과 접경지역 주민들의 삶을 느껴보고자 시작했던 녹색순례의 마지막 코스는 서해5도 중 대청도와 백령도였습니다.

지난 5월 28일(화) 기상 악화로 배가 뜨지 못해, 녹색순례단은 원래 코스인 대청도에 들어가지 못하였고 하루 휴식을 취한 후, 29일 백령도에서 순례를 이어갔습니다.

해안선에는 철책이 설치되어있어 긴장감이 생깁니다.
 해안선에는 철책이 설치되어있어 긴장감이 생깁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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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4시간 20분 만에 도착한 백령도는 서북 방향 뱃길로는 200km가 넘지만, 북한 장산곶과는 불과 12km 떨어져 있습니다. 이로 인해 백령도 주민들은 분단 이후 늘 군의 통제 속에 살아왔습니다.

어업 등 생활 전반 역시 군의 관리 하에 이루어졌습니다. 백령도를 걷다보면 모든 해안선에 철조망이 둘러져 있거나, 선박의 정박을 막기 위한 용치, 해안선을 따라 거대한 성벽을 이루는 옹벽 등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섬 전체가 군사보호지역인 셈입니다.

남북 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분쟁의 장소, 긴장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곳이 바로 서해5도 지역입니다. 서해5도는 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하여 남북 간 격렬한 군사 분쟁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1953년 정전협정 당시 육상의 군사분계선은 합의되었으나, 해상경계선은 입장 차이로 인해 합의 없이 ''연해의 섬 및 해면'에 관한 통제권은 한국전쟁 이전을 기준으로 하되, 서해5도는 UN군 사령관 관할 아래 둔다'는 단서규정만 두었습니다. 이후 설정된 북방한계선에 대해서 '그동안의 지배력(남)'과 '절차상의 문제(북)'를 내세우며 팽팽히 대치중이기도 합니다.

나른한 바다에 선박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설치된 용치가 날카롭습니다.
▲ 용치 나른한 바다에 선박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설치된 용치가 날카롭습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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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 걷다보면, 포격소리 종종 들려

백령도에서는 길을 걸으며 포격 소리도 자주 듣고, 훈련 중인 군인들의 모습도 종종 봅니다. 마을을 지나다 마주친 어떤 할머니 한 분은 군부대 사격 연습으로 인해 연기가 뿌옇게 피어오르는 곳을 가리키며, 이곳에서 빨리 빠져나가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본인은 오래 살아 괜찮지만 젊은 사람들에게는 위험하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이 있어왔고, 타격 위협이 잦은 곳이라 그러한 염려가 무리는 아닙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많은 분들이 평생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공간에서 살았기에 이곳이 존재한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백령도에는 그 부박한 마음을 위로하듯 교회가 많은 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세워진 장로교회, '중화동 교회'도 있습니다.

한국 기독교의 역사는 선교의 물결로 시작됩니다. 그 물결이 처음 닿은 곳이 서해의 백령도가 속해있는 대청군도입니다. 대청군도와 인근해역은 바깥 세계와 접촉하는 해상의 중요한 교통 요충지이기도 합니다. 1816년 클리포드(H.J.Clifford)해군 대위가 자비로 승선하여 각 지역의 언어를 수집하고 선교 가능성을 탐사하기 위해 백령도에 정박하여 성경을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여러 선교사들이 조선에 입국하기 전 백령도에 임시 정박하여 선교활동을 펼치면서 조선의 사정을 기다리는 역할을 했다는 기록들도 남아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지금도 백령도는 전체 주민의 85~90% 가량이 기독교 신자이기도 합니다.

길을 걸으며 염전도 보았습니다.
▲ 염전 길을 걸으며 염전도 보았습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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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백령도는 육지에서 들어오는 길이 멀고 남북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접경 지역이지만, 빼어난 자연 경관과 학술적 연구가치가 높은 지질적 특성으로 인해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찾아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에서 두 곳밖에 없는 규암 가루 해변으로, 비행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천연비행장 사곶 해변(천연기념물 391호). 사곶 해변의 부드러우면서 단단한 바닥이 신기해 발로 꾹꾹 힘주어 밟아 보았습니다. 발가락 사이로 사르르 모래가 빠져나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바닥이 단단하여 발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콩알처럼 작고 동글동글한 크기의 돌이 해안에 깔린 콩돌 해안(천연기념물 392호)에서는 맨발로 해안길을 따라 걸어보았습니다. 처음엔 발이 다소 아팠지만 지압 효과로 인해 금세 시원한 느낌이 들고, 돌멩이에 부딪쳐 나는 독특한 파도 소리가 경쾌합니다.

돌이 콩처럼 길고 동그래서 붙여졌습니다. 동글동글한 콩돌에 바닷물 빠지는 소리가 일품입니다.
▲ 콩돌해변 돌이 콩처럼 길고 동그래서 붙여졌습니다. 동글동글한 콩돌에 바닷물 빠지는 소리가 일품입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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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 긴장관계가 길어지면 꼭 한 번 쯤은 백령도를 포함한 서해5도 주민들의 인터뷰가 뉴스에 방송됩니다. 그럴 때마다 무덤덤한 듯 이야기하는 주민들의 표정도 같이 방송이 됩니다. 전쟁이 나지 않아도 훈련시 발생하는 포격소리에 타지 사람을 먼저 걱정해주는 모습에 주민 분들이 겪으신 많은 세월들이 마음에 와락 안깁니다.

잠시 걸은 것으로는 백령도 전체와 주민들의 모든 이야기를 다 들을 수 없지만 설치되어있는 군사보호시설들을 보며 조금이나마 주민들의 마음을 헤아려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신수연 녹색연합 활동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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