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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밀양765kv 송전탑 반대투쟁을 하고 있는 지역에 공사를 못하도록 헬기에 쇠사슬로 몸을 묶은 할머니 할아버지 들이 몸싸움끝에 타박상과 기절로 입원하는 정도의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한국전력. 주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적어서 걸어놓았다.
 8년간 밀양765kv 송전탑 반대투쟁을 하고 있는 지역에 공사를 못하도록 헬기에 쇠사슬로 몸을 묶은 할머니 할아버지 들이 몸싸움끝에 타박상과 기절로 입원하는 정도의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한국전력. 주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적어서 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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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에 다녀온 지 며칠이 되었다. 아직도 온몸에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경상남도 밀양시 화악산 중턱 송전탑 부지는 별로 높은 곳도 아니었는데 꽤 가파른 편이라서 안 쓰던 근육이 놀란 듯하다. 그 길을 근 8년 동안 매일 오르고 계신 어르신들 앞에 서니 욱신거리는 허벅지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밀양 어르신들의 주장은 그냥 살게 내버려두라는 거다. 자연과 어우러져 그대로 살게 좀 놔두라는 것이다. 자녀들에게 아름다운 화악산 기슭 고향을 물려주고 싶으신 것이다. 송전탑의 고압 전기가 무서우신 것이다. 싫으신 것이다.

오죽하면 어르신들 중에 그나마 젊으신 분들은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송전탑 백지화 이후의 대안을 연구하셨다고 한다. 젊은 밀양 주민 한 분은 기존의 345 송전탑에 전선만 큰 용량으로 바꾸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어느 전문가가 말했다면서 눈을 반짝이셨다.

밀양 상동면 여수마을 어르신들은 8년간 새벽마다 저 가파른 산길을 오르셨다. 필자는 숨이 막혀 따라가기도 어려웠다.
 밀양 상동면 여수마을 어르신들은 8년간 새벽마다 저 가파른 산길을 오르셨다. 필자는 숨이 막혀 따라가기도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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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는 정부와 한전이 국책사업이라고 하며 땅주인도 모르는 사이에 농사짓던 땅의 명의를 국가소유로 턱하니 바꾸어 놓고 시가보다 형편없는 수준의 감정가를 공탁에 걸어두고, 언제 언제까지 찾아가라는 식으로 땅을 빼앗아간 과정에 분노하고 계셨다. 이 법은 2년 전에 주민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하나 밀양 송전탑부지 피해자들은 이미 과거의 악법에 고스란히 당한 상태이다.

7년간 싸워왔으나 세상은 관심도 없고, 타 지역 사람들의 무관심에 힘입어 국가의 폭력은 더욱 심해졌다. 공사 강행움직임이 보이자 분노와 절망은 극에 달해 "내가 죽어야 이 문제가 해결된다"하시며 지난해 2월 이치우 할아버지는 몸에 휘발유를 붓고 분신자살을 하셨다.

이치우 어르신 분신 이후 한전은 즉각 공사 중단하고 여론을 살피는 듯 했으나 올해 전력난을 이유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한전 부사장은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원전이 신고리 3호기를 모델로 하여 연말까지 신고리 3호기 정상가동이 되지 않으면 계약위반으로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신고리 3호기가 가동되려면 밀양 송전탑이 있어야한다는 거다. 이는 종전까지 전력난 때문에 공사를 강행한다던 한전의 입장이 거짓이었음을 드러낸 것이다. UAE 계약 사실을  폭로한 한전 부사장은 발언 며칠 후 사퇴하였다. 조직으로부터 진실을 밝힌 책임추궁을 당한 걸까?

밀양아리랑을 송전탑반대내용으로 가사를 바꾼 밀양 송전탑아리랑을 부르는 밀양주민들- 아니아니다. 싫으 싫으다~를 열창하고 계신 할머니.
▲ 밀양 송전탑아리랑을 부르는 밀양주민들 밀양아리랑을 송전탑반대내용으로 가사를 바꾼 밀양 송전탑아리랑을 부르는 밀양주민들- 아니아니다. 싫으 싫으다~를 열창하고 계신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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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신고리 3호기는 대한민국 전력의 1%정도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이다. 1%라면 밀양 송전탑이 당장 시급한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이명박근혜 정권이 기치로 내건 원전 르네상스 추진의 일환으로 이와 같은 억지와 폭력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밀양에서 만난 어른들은 정부와 한전이 주민들을 힘없는 노인들이라고 무시한다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다.

밀양은 남의 일이 아니다. 밀양을 통해 우리는 내 삶을 돌아봐야 한다. 내 집 지붕 위로 765kV 고압 전선이 지나간다면 내 집 뒷마당에 송전철탑이 들어서고 고압선이 지나간다면 나는 가만히 있을 것인가. 그것도 평생을 살아온 터전을 버리고는 하루도 의미 있게 살 수 없는 농촌의 삶의 양식을 가졌다면 말이다.

송전탑 공사가 감행되면 감정가라고 쳐준 몇 푼의 돈으로 오를 대로 오른 농지를 살 수도 없고.. 한 집처럼 지낸 이웃과 동네는 뿔뿔이 흩어지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자손들에게는 하루아침에 고향을 잃게 하는 잔인한 일이다.

밀양 어르신들은 송전탑 백지화를 원한다. 핵발전소를 계속 지어대면 거기서 나오는 무시무시한 핵 쓰레기는 어쩌겠다는 건가?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이 없는 우리나라는 핵발전소 내부에 임시 저장 수조를 만들어 플루토늄 등의 핵종을 뿜어대는 고준위 핵 폐기물을 임시저장하고 있다. 그나마도 10년 후에는 빈자리도 없이 꽉 찬다고 한다. 큰일이다. 화장실도 없이 요강을 두고 수 십년을 사는 겪이다. 그 요강 속에 쌓이는 물질은 엄청난 량의 방사능을 발산하는 일명 '죽음의 재' 인데도 말이다.

밀양은 그냥 밀양이 아니라 우리 집 뒷마당이다. 핵문제에 있어서는 지구 어느 곳도 우리 집 뒷마당 인 것이다. 방사능엔 국경이 없기 때문이다. 방사능 물질의 해약은 종류에 따라 10만년 100만년을 넘어가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이식한 고구마가 제때 물을 주지 못하여 말라죽어 가고 있다. 송전탑 공사중지를 위해 산에 올라가 살고 있는 밀양주민의 밭에 어린 고구마 잎은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송전탑 부지 피해 농민들의 마음같다.
▲ 송전탑 반대투쟁에 밀양 상동면 여수마을 농작물은 죽어간다. 며칠 전에 이식한 고구마가 제때 물을 주지 못하여 말라죽어 가고 있다. 송전탑 공사중지를 위해 산에 올라가 살고 있는 밀양주민의 밭에 어린 고구마 잎은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송전탑 부지 피해 농민들의 마음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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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투쟁을 보고 '님비'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맞다, 우리가 '님비'다. 밀양은 우리의 뒷마당이다. 핵 문제에 관해서는 우리 모두가 '님비'이고 '님비'여야 한다. '님비' 아닌 사람은 없다. 박근혜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께도 물어보자. 핵폐기물을 뒷마당에 모셔 둘 용의가 있으신 가를... 앞마당에 765kV송전탑을 빨래줄처럼 설치 동의할 마음이 있으신지를...

덧붙이는 글 | 2013.05.30일 현재 밀양 송전탑 공사는 멈추었다. 40일 동안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하고 협의체가 내는 권장안을 무조건 따른다고 한다. 협의체는 정부 추천인 3인, 송전탑 반대 대책위 3인, 국회 추천인 3인으로 구성되고 국회는 여당1인, 야당1인, 여야 합의된 사람1인으로 구성한다. 결국 밀양주민들의 생존권이 정치권의 힘겨루기에 향방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식한 고구마가 말라죽는 상황에 40일동안의 공사중단을 얻어낸 것은 반가운일이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태그:#밀양송전탑, #송전탑백지화, #탈핵, #송전탑반대, #솔개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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