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질주:더 맥시멈> 영화 포스터

▲ <분노의 질주:더 맥시멈> 영화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2000~2001년 사이에 등장한 세 편의 자동차 영화

밀레니엄의 열기로 가득했던 1999년의 할리우드 여름 시장엔 20세기가 낳은 가장 거대한 블록버스터인 <스타워즈> 시리즈의 1편, <스타워즈: 에피소드 1-보이지 않는 위험>이 등장했다. 직전에 나타난 이는 영화사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인정받는 SF 영화 <매트릭스>였다. 이 두 편의 영화에서 21세기를 맞이하는 할리우드가 영화 문법의 중심에 컴퓨터 그래픽을 놓았음을 읽을 수 있다. 이후 10여 년의 박스 오피스의 상위권은 숱한 컴퓨터 그래픽의 영화들이 장식했다.

이와 달리 2000년과 2001년 사이에 선보였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자동차'를 다룬 영화들이 경쟁하듯 등장한 점은 흥미로운 경향이다. 항상 영화 속에 화려한 자동차 추격 장면을 삽입했던 제리 브룩 하이머 사단에서 내놓은 <식스티 세컨즈>(2000)는 1974년에 만들어졌던 동명의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자동차 강탈 영화였다.

반면에 실베스터 스탤론과 레니 할린이 손잡은 <드리븐>(2001)은 마치 <록키 5>를 연상케 하는 이야기로 레이서의 세계를 다루었다. 그리고 또 한 편의 자동차 영화인 <분노의 질주>(2001)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분노의 질주>는 제작비 3천8백만 불로 북미 수입 1억4천만 불(그해 할리우드 박스오피스 14위), 해외 수입 6천6백만 불의 슬리퍼 히트를 기록했던 흥행작이다. 이후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2편의 성공과 3편의 실패, 엄청난 성공을 거둔 4편과 5편을 거치면서 완연히 유니버셜 스튜디어의 간판 타이틀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처음 선보였을 때만 해도 이 시리즈가 6편 이상으로 이어지리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분노의 질주:더 맥시멈> 영화 스틸

▲ <분노의 질주:더 맥시멈> 영화 스틸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역사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벌써 6편에 이르렀기에 족보 정리가 필요할 정도다. 시리즈의 시작이었던 <분노의 질주>(2001)는 스트리트 레이서들의 질주를 보여주나 기본적으론 경찰 브라이언 오코너(폴 워커 분)가 도미닉 토레토(빈 디젤 분)가 연루된 범죄 조직에 은밀하게 잠입하는 언더커버물이었다. <분노의 질주>의 마지막 장면은 유사한 언더커버물 <폭풍 속으로>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흡사하다.

<분노의 질주 2>(2003)는 경찰을 그만두고 스트리트 레이서가 된 브라이언 오코너의 이야기였다. 시리즈의 외전 격으로 취급되는 <분노의 질주 3- 도쿄 드리프트>(2006)에선 무대를 도쿄로 옮겨 한(성 강 분)이 나왔다.

롭 코헨과 존 싱글톤에 이어 <분노의 질주 3:도쿄 드리프트>부터 감독을 맡은 저스틴 린은 3편으로 자동차 영화가 무엇인지 가볍게 적응을 한 후, 4편 <분노의 질주:더 오리지널>(2009)에서 시리즈의 재출발을 시도했다. 시리즈의 간판스타인 도미닉 토레토, 브라이언 오코너가 전면에 나서며, 레티(미셀 로드리게즈)와 한 등의 인물들이 뒤를 받쳐 주었다. 5편 <분노의 질주:언리미티드>(2011)에선 드웨인 존슨을 투입하며 시리즈의 근육 수치를 대폭 증가시키기도 했다.

<분노의 질주:더 맥시멈> 영화 스틸

▲ <분노의 질주:더 맥시멈> 영화 스틸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끊임없이 시원스레 달리지만 피로감도 만만치 않다

5편 <분노의 질주:언리미티드>가 4편 <분노의 질주:오리지널>의 마지막인 감옥으로 호송 중이던 도미닉 토레토를 탈출시키는 장면에서 시작했듯, 6편 <분노의 질주:더 맥시멈>은 5편의 마지막이었던 브리이언 오코너는 부인 미아 토레토(조다나 브류스터 분)의 출산을 기다리며 도미닉 토레토와 시원스런 레이싱 대결을 펼치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미국 정부의 지명 수배를 피해 스페인에 몸을 숨기고 있는 그들을 찾아온 정부 요원 루크 홉스(드웨인 존슨 분). 전 세계에 걸쳐 군호송 차량을 습격하는 레이싱 팀의 소탕 작전에 함께하길 제안하는 루크 홉스 요원이 도미닉 토레토에게 내미는 사진은 (이미 5편의 엔딩 크레딧에서 예고됐던) 죽은 줄 알았던 레티의 사진. 도미닉 토레토는 레티를 만나기 위해, 또한 미국 정부와 사면 거래를 위해 다시금 팀을 모은다.

이 정도의 기본 얼개를 갖춘 <분노의 질주:더 맥시멈>은 그야말로 자동차로 보여줄 수 있는 극한을 향해 질주한다. <다크 나이트>의 '배트카' 같은 자동차들과 도심에서 쫓고 쫓기는 한판 대결을 펼치고, 고속도로에서 펼쳐지는 장면에선 탱크가 등장하기도 한다. 마지막엔 자동차가 비행기와 숨 막히는 혈전을 벌일 정도로 <분노의 질주:더 맥시멈>은 관객의 아드레날린 분출을 위해 멈추지 않고 달린다.

계속 이어진 관객의 욕구에 충족하기 위해 새로운 시청각적인 자극을 추구하다 보니 <분노의 질주:더 맥시멈>의 몇몇 장면은 실소를 금하기 어려울 정도로 황당하다. 앞선 시리즈에서도 어느 정도의 비현실적인 상상력은 등장했으나, 보는 이 역시도 용인할 만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분노의 질주:더 맥시멈>은 그것의 정도가 지나쳐 현실감이 너무 떨어진다. 시리즈를 관통하던 도미닉 토레토와 브라이언 오코너의 개성을 소멸하고, 스트리트 레이싱의 재미는 실종되었다. 남은 것은 관객의 눈과 귀를 쉴 새 없이 자극하는 불꽃과 폭발음뿐이다.

<분노의 질주:더 맥시멈> 영화 스틸

▲ <분노의 질주:더 맥시멈> 영화 스틸 ⓒ 이학후


과연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어디까지 질주할 것인가?

대중의 사랑을 받기에 이어지는 시리즈물은 대중의 욕망을 드러내는 리트머스의 역할을 한다. 21세기 들어 새롭게 선보였던 <스텝 업> 시리즈, <쏘우> 시리즈, <스파이더 맨> 시리즈,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등은 고전적인 뮤지컬 장르의 다른 판본, 정의와 응징이란 화두, 슈퍼히어로의 귀환, 게임과 영화의 결합에 각기 반응했던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컴퓨터 그래픽 영화들을 위시한 많은 영화의 견제를 제치며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꾸준히 대중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빈 디젤과 폴 워커라는 상반된 캐릭터의 교감이 근사하다. 그리고 다양한 인종들이 뒤섞여 미국, 스페인, 브라질, 일본 등의 여러 도시를 오가며 펼치는 무제한적인 속도감은 무질서의 쾌감을 선물한다.

여기엔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긴 하지만, 무엇보다 '몸'의 영화가 주는 매력이 크다. 주인공의 신체와 자동차의 차체라는 두 체(體)가 반응하여 만들어내는 충돌음은 일탈을 꿈꾸는 현대인에게 가장 원초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6편 <분노의 질주:더 맥시멈>에서 저스틴 린 감독은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외전으로 취급되던 <분노의 질주3:도쿄 드리프트>를 전체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시간대에 안착시키며 하나의 영화로 끌어안았다. 그러면서 2000년대 또 하나의 자동차 영화 시리즈의 아이콘을 새롭게 영입하면서 <분노의 질주:더 맥시멈>에 이은 7편의 프로젝트의 힘찬 시동을 걸어주었다.

현재 7편의 감독으로 내정된 이는 <쏘우>시리즈를 만들었던 제임스 완 감독이며, (북미의) 개봉 예정일은 2014년 7월 11일이다. 이렇게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완성도와 별개로 하나의 역사를 쓰고 있다. 과연 그들의 분노의 질주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현재로선 그 끝을 가늠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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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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