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잠실구장에서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과 넥센의 시즌 5차전이 펼쳐졌다. 그런데 경기 시작 전 공개된 넥센의 라인업에서 다소 놀랄 만한 변화가 보였다. 줄곧 3번 타자로 출장하던 이택근이 1번 타자로, 하위타선에서 제 역할을 맡았던 3루수 김민성이 3번 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김민성이 3번 타자에 이름을 올린 것은 롯데 시절이던 2009년 6월 12일 이후 1441일만이다. 넥센으로 이적한 후로는 처음이다. 올 시즌 들어 타율, 출루율, 득점권 타율 등 전반적인 타격 페이스가 올라와 있는 김민성이지만 3번 타자로서의 자질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날 김민성은 타선에서 누구보다 가장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클린업트리오로서 손색이 없었다. 비록 넥센은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두산에 패했지만 김민성의 재발견이라는 큰 성과를 거뒀다.

김민성은 이날 3타수 2안타 2볼넷으로 총 5번 타석에 서서 4번을 출루하는 기염을 토했다. 2개의 안타 또한 모두 2루타로 삽시간에 득점권에 다다랐다. 이택근, 서건창으로 구성되었던 테이블 세터의 출루나 후속 타자인 박병호, 강정호의 타격이 도와줬다면 팀의 승리도 어렵지 않았을 터. 말 그대로 테이블 세터와 중심 타선을 연결하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 것이다.

김민성은 주로 하위타선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0.325의 타율로 팀 내에서 타율 부문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번 두산과의 시리즈에서는 8타수 4안타, 0.500의 타율을 기록하며 타격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김민성의 가치를 더 끌어올려주는 것은 0.418의 출루율과 0.464의 득점권 타율이다. 출루를 함으로써 기회를 이어가고, 더 나아가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득점력을 갖춘 하위타선. 상대팀 투수로서는 겨우 벗어난 중심타선 이후 또 다른 공포를 맛보게 되는 것이다.

김민성은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수비에서도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23일 경기 또한 끝판에 강정호가 빠진 유격수 자리를 지켰다. 필요에 따라 3루, 2루, 유격수를 오갈 수 있는 플레이어는 코칭 스태프에게 있어 든든한 존재다. 더욱이 그런 선수가 타격감까지 물 오른 상태라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올 시즌은 김민성 개인에게 중요한 시험대다. 시즌 시작 전부터 2014 아시안게임의 출전을 목표로 세운 만큼 올해와 내년의 성적이 중요해졌다. 23일 하루 동안 김민성은 많은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라는 장점과 더불어 하위타선은 물론 클린업까지 소화해낸 수행력. 더 나아가 파울 타구에 안면을 맞아 입술에서 피가 나는 상태에서도 타석을 지킨 끈기와 투지까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23일은 김민성에게 있어 목표로 나아가게끔 하는 중요한 밑거름이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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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야구 넥센 히어로즈 김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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