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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이 노리모 전 모모야마 학원대학 교수가 21일 오전 연산동 부산시청 기자회견장에서 고지도를 들어보이며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구보이 노리모 전 모모야마 학원대학 교수가 21일 오전 연산동 부산시청 기자회견장에서 고지도를 들어보이며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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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는 한국땅이다."

귀에 익숙한 말이 새롭게 들렸던 이유는 이 말을 한 사람들이 일본 역사학자들이었기 때문이다. 21일 오전 연산동 부산시청 기자회견장을 찾은 일본 역사학자들은 한 꾸러미의 고지도를 한국 기자들 앞에 펼쳐놓았다. NHK와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도 기자회견장을 찾아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구보이 노리모 전 모모야마 학원대학 교수는 지도를 들어 보이며 독도가 역사적으로 한국땅이었음을 강조했다. 이날 그가 공개한 고지도 중 가장 높은 관심을 받은 것은 18세기 일본에서 제작된 두 장의 고지도였다. 각각 1775년과 1779년에 제작된 지도에는 독도가 조선땅(흰색)과 일본땅(노란색)으로 달리 표기되어 있다.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지도가 독도의 영유권을 달리 표기한 이유를 구보이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1775년 나가쿠보 이카미즈란 지도제작자가 독도를 일본땅이라 표기해 지도를 제작하자 당시 일본 막부는 독도가 조선땅이라며 지도를 다시 제작해 4년 뒤인 1779년 독도가 조선땅으로 표기된 지도를 재배포했다."

구보이 전 교수는 지도를 짚어가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는 "이후 일본 외무성은 독도가 일본땅이었다는 점을 내세우기 위해 먼저 제작된 1775년의 지도를 1846년 만들어진 것이라 날조를 했고, 이것이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보이 전 교수의 주장을 종합하면 18세기 당시 일본 정권은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민간 제작자가 독도를 일본영토로 표기한 지도를 다시 제작해 한국영토로 표기해 배포했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역사적으로 독도가 일본의 영토라는 지금의 일본 정부의 주장은 타격을 입게 된다.

일본 학자들이 독도를 한국땅이라 말하는 이유?

'다케시마를 반대하는 시민모임'이 공개한 18세기 일본이 제작한 고지도 '일본흥지노정전도'. 구보이 노리모 전 교수는 1775년 민간 지도제작자가 일본영토를 뜻하는 노란색(왼쪽)으로 독도를 표기한 지도를 일본 막부가 1779년 독도가 조선의 영토임을 인정해 다시 흰색(오른쪽)으로 제작했다고 주장했다.
 '다케시마를 반대하는 시민모임'이 공개한 18세기 일본이 제작한 고지도 '일본흥지노정전도'. 구보이 노리모 전 교수는 1775년 민간 지도제작자가 일본영토를 뜻하는 노란색(왼쪽)으로 독도를 표기한 지도를 일본 막부가 1779년 독도가 조선의 영토임을 인정해 다시 흰색(오른쪽)으로 제작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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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이 전 교수를 비롯해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일본 역사학자는 모두 4명이다. '다케시마를 반대하는 시민모임'이란 단체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 일본인으로서는 '불편한 진실'을 털어놓는 이유는 간단했다. 구로다 요시히로 시민모임 부대표(쇼인 여자대학 전 교수)의 말이다.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을 지정한 것은 헌법 위반이라 생각한다. 일본의 평화헌법은 자국민의 안전을 도모해야 하는데 지금의 분쟁 상황은 자국민의 평화를 충족시키고 있지 못하다고 본다...메이지 시대에는 독도가 일본과 관계가 없다고 공표되어 왔다. 그럼에도 러일전쟁에서 사람이 살지 않는 영토를 점령했다는 것은 제국주의적인 입장이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있어 역사 과정을 바르게 교육해야 한다는 의미로 활동하고 있다."

구로다 부대표와 구보이 전 교수 뿐 아니라 사가모도 고이씨 전 구주국제대학 교수와 이치노혜 쇼코 아오모리 군소사 스님은 일본 정권의 우경화 움직임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는 이들을 초청한 한국 시민단체와 학자들의 생각과도 같았다.

일본 학자들을 초청한 김희로 부산민족학교 이사장은 "지금 우리는 일본을 몰아서 탓하고 있지만 실제 일본 민중들은 일본의 정치와 다르다"며 "일본의 민중과 한국의 민중이 결합하는 중요한 시간을 통해 아시아와 세계평화를 위해 일본의 침략적인 독도 영유권 주장 폐지 운동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오전 부산시청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다케시마를 반대하는 시민모임' 회원들의 기자회견에서 일본 학자들은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인정하는 자료를 제시했다.
 21일 오전 부산시청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다케시마를 반대하는 시민모임' 회원들의 기자회견에서 일본 학자들은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인정하는 자료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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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학자들은 기자회견에 그치지 않고 22일 울릉도를 거쳐 23일 독도에 도착해  한·일 합동 조사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를 통해 독도가 한국의 영토라는 점을 다시 대내외에 알릴 예정이다. 부산민족학교는 이들의 독도 방문이 일본인의 입도가 제한된 뒤 최초의 독도 방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다케시마를 반대하는 시민모임'은 일본 외무성이 배포하는 독도 영유권 주장을 반박하는 역사 교과서 부교재를 내년 3월 전에 발간해 일본 내 각급 학교에 배포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외무성 공식입장에서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 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일본이 다케시마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영유권을 확립하기 이전에 한국이 이 섬을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명확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태그:#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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