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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봄옷은 바깥구경을 며칠 못하고 옷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차가워지기도 합니다. 지난겨울 유난히 혹독했던 추위는 빙하가 녹아 해수온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너도나도 기후변화를 이야기합니다. 지금 기후변화는 남태평양에 잠기는 섬과 얼음 위를 위태롭게 걷는 북극곰으로 상징됩니다. 과연 그뿐일까요? <오마이뉴스>는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함께 통계수치나 외국사례에서 벗어나 '우리의 기후변화'를 찾아보려 합니다. '굿바이 사계절'은 다른 세계에 살게 될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편집자말]


고준철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 연구사와 연구원들이 1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가파도 남쪽 앞바다에서 아열대 어종 서식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온대와 열대 해양에서 서식하는 어종인 가시복이 그물에 잡혀 있다.
 고준철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 연구사와 연구원들이 1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가파도 남쪽 앞바다에서 아열대 어종 서식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온대와 열대 해양에서 서식하는 어종인 가시복이 그물에 잡혀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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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 연구원들이 1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가파도 남쪽 앞바다에서 표층수의 수온을 측정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 연구원들이 1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가파도 남쪽 앞바다에서 표층수의 수온을 측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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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그물코 사이로 허연빛의 물고기가 반짝였다. 온몸을 뒤덮은 가시에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몸뚱아리가 보인다. 가시복이었다. 온대, 열대 해양에 모두 서식하는 종으로 한국에서는 제주도 인근에서 드물게 나타났던 물고기였다.

고준철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 박사는 그물을 정리하며 말했다.

"가시복 같은 복어종류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어요. 오키나와 등 주로 열대해역에서 살던 '독가시치'도 최근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아열대 어종인 '청줄돔'은 이제 거의 이곳에 자리잡고 산다고 보시면 됩니다."

14일 오전 제주도 남쪽에 위치한 가파도에서 아열대수산연구센터(센터장 차형기)의 현장조사가 이뤄졌다. 연구진들은 3개월마다 이곳과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 한경면 신창리, 남원읍 신흥리,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등 제주도 동서남북 5곳에서 조사를 진행한다. 가파도는 사실상 한반도의 최남단 어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보다 남쪽에 있는 섬 마라도에는 조업하는 배가 없다.

한반도의 최남단에 있다는 것은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지만 주로 북극지역과 적도 인근 지역의 변화가 자주 거론된다. 그 변화의 폭이 크고 현상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후변화 연구가 다른 지역보다 제주도에서 활발한 것 또한 마찬가지 이유다. 특히 최남단 어장인 가파도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기후변화가 일어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3일부터 3일 동안 가파도를 비롯해 제주도 일대의 기후변화 현장을 취재했다.

제주도 아열대 어종이 42%... '자리돔'은 이제 동해에서도 잡혀

고준철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 연구사와 연구원들이 1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가파도 남쪽 앞바다에서 아열대 어종 서식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고준철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 연구사와 연구원들이 1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가파도 남쪽 앞바다에서 아열대 어종 서식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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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철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 연구사가 1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가파도 남쪽 앞바다에서 아열대 어종 서식 실태조사를 벌이며 수온 상승으로 인한 아열대 병원균에 감염돼 아가미가 기형인 벵에돔을 들어보이고 있다.
 고준철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 연구사가 1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가파도 남쪽 앞바다에서 아열대 어종 서식 실태조사를 벌이며 수온 상승으로 인한 아열대 병원균에 감염돼 아가미가 기형인 벵에돔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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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제주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에서 연구원들이 가파도 남쪽 앞바다에서 서식하고 있는 아열대성 어종인 독가시치, 가시복, 거북복, 아홉동가리, 청줄돔, 두줄촉수, 쏠종개의 분포 조사와 먹이 생태를 조사하기 위해 해부작업을 하고 있다. 고준철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 연구사는 "최근 제주도 어획 실태조사를 통해 수온 상승으로 아열대성 어종의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착성 어종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14일 오후 제주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에서 연구원들이 가파도 남쪽 앞바다에서 서식하고 있는 아열대성 어종인 독가시치, 가시복, 거북복, 아홉동가리, 청줄돔, 두줄촉수, 쏠종개의 분포 조사와 먹이 생태를 조사하기 위해 해부작업을 하고 있다. 고준철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 연구사는 "최근 제주도 어획 실태조사를 통해 수온 상승으로 아열대성 어종의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착성 어종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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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귀포시 모슬포항에서 배를 타고 20분가량 달려 가파도에 도착했다. 마중을 나온 강봉호(47) 가파리 어촌계장과 차를 타고 해안가도로를 이용해 여객선 선착장과 섬 반대편에 있는 포구로 이동했다. 가파도는 제주시가 '저탄소섬'으로 지정해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강 계장도 도에서 지원을 받아 전기자동차를 몰았다. 가파도에는 세 개의 전기자동차용 충전소가 마련돼 있다.

포구에서 배를 타고 가파도 남쪽 앞바다로 나가 수심 7미터 지점에서 그물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날씨는 맑은 편이었고 에메랄드빛부터 짙은 청색까지 다양한 색깔의 바다를 볼 수 있었다. 배에 함께 탄 사람들은 "오늘은 파도가 잔잔한 편"이라고 했지만, 배는 계속 물살을 따라 넘실댔다. 난간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배 옆 쪽에 바짝 붙어 온몸에 힘을 준 채 쩔쩔매고 있는 동안 고준철 박사와 강봉호 계장의 대화가 이어졌다.

"계장님, 수온은 어때요?"
"따뜻해요, 차지 않고… 18도쯤?"
"근데 이것도 먹습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그것도 먹어요. 산 채로 가져가면 수협에서 킬로그램(kg)당 1만 5000원씩 쳐주고."

이날 화제의 주인공은 '두줄촉수'였다. 30센터미터 쯤 되는 크기에 매끈하고 붉은빛이 도는 비늘로 뒤덮여 있었다. 입 아래쪽에는 두 개의 수염이 있는데 이 수염이 바로 촉수다. 일본 남부, 필리핀 등 따뜻한 바다에서 살던 두줄촉수가 제주도에 처음 출현한 것은 지난 2005년이었다.

고 박사는 "제주도 인근에서도 가파도 쪽에서만 나타났는데, 물이 따뜻해지면 북쪽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열대수산연구센터가 2010~2012년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어류를 조사한 결과, 아열대 어종이 전체 42%를 차지했다. 이날 조사에서도 두줄촉수와 가시복, 독가시치, 청줄돔뿐 아니라 아홉동가리, 거북복, 쏠종개 등 다양한 아열대 어종을 볼 수 있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86년(1924~2009년) 동안 제주도 연안 표층 수온은 섭씨 1.94도(℃)가량 상승했다. 여름철 바다의 온도는 0.26℃ 높아진 반면, 겨울철 바다의 온도가 4.75℃ 상승해 수온의 연교차가 줄어들고 있었다. 근해는 41년간(1968~2008년) 1.17℃ 높아졌다. 지난 세기 동안 전 세계 수온이 평균 0.67℃ 상승한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제주 바다는 뜨거워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고기가 많이 줄었어요. 원래 엄청 잡히던 도랭이(괭이상어의 제주도 방언)는 최근 15년간 한 마리도 못 봤고, 능성어와 자리돔은 거의 안 잡혀요. (아열대 어종인) 요즘은 두줄촉수가 많이 잡히고, 가시복도 옛날엔 보기 힘든 고기였는데 지금은 잘 잡힙니다."

고 박사 일행이 그물에 걸린 어류를 분리하고 있는 동안, 강봉호 계장은 어선 한 쪽에 앉아 담배 한 개비를 물었다. 그의 말처럼 제주도에는 수온상승으로 어종이 다양하게 변화했다. '제주 특산어종'이었던 '자리돔'은 남해연안과 동해안까지 북상했다. 지금 추세대로 수온이 계속 오른다면, 자리돔은 앞으로 '동해, 서해, 남해 모든 곳에서 잡히는 한국 특산어종'으로 불릴 수 있다.

수온 상승으로 '갯녹음현상'이 잦아지면서 또 다른 특산물 오분자기(떡조개의 제주도 방언) 역시 크게 줄었다. 일명 '백화현상'이라고도 하는 갯녹음현상은 석회조류가 많아지고 해조류가 줄어 암반지역이 흰색으로 변하는 것으로 바다 사막화 현상 중에 하나다. 제주도에선 '오분자기 해물뚝배기' 요리에 새끼 전복이나 거문도에서 들여온 '수입 오분자기'가 쓰인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다.

고 박사는 "백화현상에 수온상승으로 열대성 생물이 많이 늘었다"며 "수온 올라가면서 아열대 병원균도 늘어났다. 양식장들도 예전에는 약품처리하면 견뎠는데, 요즘엔 어렵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조사에서도 아열대 병원균 감염으로 아가미가 기형이 됐을 가능성이 있는 벵에돔이 잡혔다.

'제주 감귤' 대신 '제주 망고'로... 곧 올리브도 볼 수 있어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서귀포시 용머리해안 탐방로는 만조 때 통로 일부가 바닷물에 잠겨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사진은 썰물 때 개방된 용머리해안.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서귀포시 용머리해안 탐방로는 만조 때 통로 일부가 바닷물에 잠겨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사진은 썰물 때 개방된 용머리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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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제주 오등동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에서 성기철 아열대작물재배연구실 농업연구관이 기온상승에 따른 감귤의 기후학적 재배적지 변화를 예측한 지도를 보여주며 "기온이 2℃ 상승하면 감귤 재배 적지가 육지로 북상해 현재의 5만㏊에서 30배까지 증가할 것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13일 오전 제주 오등동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에서 성기철 아열대작물재배연구실 농업연구관이 기온상승에 따른 감귤의 기후학적 재배적지 변화를 예측한 지도를 보여주며 "기온이 2℃ 상승하면 감귤 재배 적지가 육지로 북상해 현재의 5만㏊에서 30배까지 증가할 것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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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변화는 육지로 이어진다.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해안선부터 시작이다. 같은 날 오후 4시쯤 찾은 서귀포시 용머리해안 탐방로에는 드문드문 물웅덩이가 있었다. 하루에 두 번 만조가 있을 때면 탐방로는 바닷물에 잠긴다. 지난 1986년, 당시 탐방로 곳곳에 들어선 다리는 만조 때에도 거의 잠기지 않았다. 지금은 그때보다 다리를 높였지만 이제는 만조 때면 온전히 물 속으로 사라진다.

국립해양조사원 제주지역 조위관측소에서 조사한 결과, 1970~2007년 제주도 해수면은 22.6cm 높아졌고 연평균 상승속도는 6.01mm였다. 기후변화 정부간 위원회(IPCC)가 2007년 발표한 세계 평균 해수면 상승속도(1961~2003년) 1.8mm보다 3.3배나 빠르다.

땅도 변하는 중이다. 제주지방기상청은 <2011 지역기후변화보고서>에서 "제주도의 평균 기온은 1971~2000년 15.6℃에서 1981~2010년 15.9℃로 상승했고, 특히 초가을·늦겨울 평균기온이 다른 기간에 비해 높아졌다"고 밝혔다. 봄이 점차 앞당겨져 겨울은 짧아지고, 여름이 끝나는 시점은 늦어져 여름 지속기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다른 연구결과도 있다. 아열대 기후가 나타나는 지역은 해안 주변에서 제주도 중산간 지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13일 오전 제주 오등동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 연구용 밭에서 올리브를 재배하고 있다.
온화대응농업연구센터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체작목 개발로 새로운 농업생산에 힘쓰고 있다.
 13일 오전 제주 오등동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 연구용 밭에서 올리브를 재배하고 있다. 온화대응농업연구센터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체작목 개발로 새로운 농업생산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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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제주 오등동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에서 성기철 아열대작물재배연구실 농업연구관이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 소득작물로 개발 중인 아티초크를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아티초크는 품종별 꽃눈이 분화하는 시기와 생육, 수량, 품질 등을 조사하고 있다.
 13일 오전 제주 오등동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에서 성기철 아열대작물재배연구실 농업연구관이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 소득작물로 개발 중인 아티초크를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아티초크는 품종별 꽃눈이 분화하는 시기와 생육, 수량, 품질 등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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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제주 오등동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에서 성기철 아열대작물재배연구실 농업연구관이 정밀환경 조절 챔버에서 재배하는 배추를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배추는 기후변화 시 생육과 생산성을 분석한다.
 13일 오전 제주 오등동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에서 성기철 아열대작물재배연구실 농업연구관이 정밀환경 조절 챔버에서 재배하는 배추를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배추는 기후변화 시 생육과 생산성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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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한 망고농장에서 관리인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망고를 보여주고 있다.
이날 농장 관리인은 "시설 비용이 부담돼 아직은 아열대 작물로 갈아타는 농민들은 소수이지만, 기후가 변화하면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이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한 망고농장에서 관리인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망고를 보여주고 있다. 이날 농장 관리인은 "시설 비용이 부담돼 아직은 아열대 작물로 갈아타는 농민들은 소수이지만, 기후가 변화하면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이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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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후엔 지중해까지 가지 않아도 올리브 나무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제주시 오등동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소장 최인명) 연구용 밭 한 쪽에선 올리브가 자라고 있다. 비닐하우스에는 그밖에 애플망고, 아보카도, 스타후르츠, 아티초크 등 다양한 열대성 작물이 있었다.

성기철 농업연구관은 "아직은 (기후변화로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기보다는 열대작물이 늘고,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산 병솔나무가 가로수로 많이 쓰이는 정도이지만, 훗날에는 열대성 작물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는 그 날을 준비하고 있다.

최인명 소장은 "미래의 기후 연구를 본격적으로 한 건 2~3년 전부터"라며 "아열대 기후는 농업면에선 긍정적 영향을 준다. 지금은 선택이지만, 앞으로는 필수적으로 재배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품종을 키우려면 짧게 잡아도 20년이 걸린다"며 "기후가 바뀌는 '그때 가서 하자'는 건 이미 늦은 거다. 식량 안보와 가격, 생산물의 양질 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센터에서 주목하고 있는 작물 중 하나는 애플망고다. 제주산 애플망고는 3kg짜리 한 박스가 10만~15만 원가량으로 비싼 편이지만 품질이 뛰어나 인기가 좋다. 약 20년 전부터 제주에서 나기 시작한 애플망고는 현재 30여 농가에서 재배하고 있으며 그 수는 서서히 늘고 있다. "지금처럼 계속 더워진다면, '제주 감귤'이 아니라 '제주 망고'가 되겠네요?"란 물음에 성 연구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땅과 바다 모두 한반도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놓인 제주도, 환경부는 2007년 이곳을 '기후변화 대응 시범도'로 지정했다. 제주도는 이에 따라 ▲ 저탄소 녹색도시를 실현하고 ▲ 녹색성장을 산업화하고 ▲ 기후변화를 사전 예방하는 한편 기회로 활용하고자 15개 세부추진전략과 75개 사업을 담은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을 2011년 수립했다. 정부와 제주도는 그 실천을 위해 2030년까지 11조 5472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나무 심어 CO₂1톤 줄이려면 비용 300만원... 생활 속 실천은 3만원"

제주 서귀포시 기후변화홍보관에 이산화탄소의 발생을 억제하지 않을 경우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800년 후 세계 주요도시가 물속에 잠길수 있다는 심각성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여있다.
 제주 서귀포시 기후변화홍보관에 이산화탄소의 발생을 억제하지 않을 경우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800년 후 세계 주요도시가 물속에 잠길수 있다는 심각성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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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기후변화교육센터(센터장 정대연)는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의 세 가지 축 가운데 '사전 예방 및 기회 활용 - 교육 및 홍보'분야를 맡고 있다. 2009년 세워진 이곳은 제주도민과 거주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일반 교육뿐 아니라 공무원과 기업 임직원, 시민단체 등이 대상인 전문 교육도 진행한다.

2003~2004년 국제연합기후변화협약당사국(UNFCC) 제9차 총회에 한국 대표로 참석했던 정대연 센터장은 "그때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목표를 두고) 나라별 이해관계로 전쟁이었다"며 "(온실가스 감축은) 사회·경제적 충격 때문에 어느 나라도 '자가용·휴대폰 포기하라'고 하기 어렵다"고 했다. 시민들 스스로 저탄소 생활을 실천할 수 있도록 기후변화를 홍보·교육하는 일이 중요한 까닭이다.

비용면에서도 시민들의 실천은 중요하다. 정 센터장이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을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 나무를 심어서 이산화탄소 1톤을 줄였을 때는 300만 원이 쓰였다.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할 경우엔 이산화탄소 1톤당 감축 비용이 250만 원, 가로등·신호등을 LED 조명으로 교체했을 때는 30만 원이었다. 그런데 시민이 일상생활에서 이산화탄소 1톤을 줄이는 비용은 3만 원이었다.

"시민들이 실천하는 게 가장 싸죠. 최고의 방법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 있어 관건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즐기고 있는 물적 풍요, 생활의 편리함을 감소시키는 일이니까 안 하려고들 하죠. 하지만 불편함을 감내하는 게 가장 좋은 (기후변화 대응) 정책입니다."


태그:#기후변화, #제주도, #자리돔, #올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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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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