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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18일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은 안철수 의원이 리영희 선생의 묘역에 헌화하고 있다.
 제3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18일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은 안철수 의원이 리영희 선생의 묘역에 헌화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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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인사와 원론적 입장만 피력할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안철수 의원은 "기성 정치권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직설화법으로 여야 정치권의 '기성정치'를 질타했다. 불과 이틀 전 민주당의 '광주선언'에 맞서는 안철수의 '돌 직구'였다.

18일 5.18 기념식에 참석했던 안철수 의원이 광주의 한 호텔에서 오후 2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안 의원은 모두발언을 통해 "광주는 너무나 큰 아픔이었지만, 그 이후 대한민국의 이정표를 세우는 좌표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좌표가 흔들리고 있다, 등대가 빛을 잃어가고 있다"며 광주의 현실을 진단했다. 그는 "관성에 젖은 정치 기득권세력이 새정치를 꽃피우기보다 여야 모두 그(광주) 열매와 과실을 향유하는 데만 열중했기 때문이고, 정치적 리더십이 지역주의와 이념대결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댔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광주를 비롯한 호남에서의 자신에 대한 지지가 "개인 안철수가 아닌 광주정신을 상징하는 새로운 변화의 열망이 저를 통해 표현한 것임을 잘 알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어 안 의원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던 변화와 열망을 온전히 받아들이겠다"며 "많은 준비와 시간이 필요하고, 뜻을 함께할 좋은 동반자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여러분의 믿음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안 의원이 독자 정치세력화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새로울 것은 없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날 안 의원은 한걸음 더 나아가 '안철수 식 정치세력화의 과제'를 구체적으로 열거함으로써 정국 주도권 쟁탈전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전투의지를 분명히 했다.

"87년 민주화 이후 형성된 기득권 정치체계 청산해야"

그는 첫 번째 과제로 "87년 민주화 이후 형성된 기득권 정치체제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이 기득권 정치체제가 금권과 밀실, 배제와 이념 과잉의 정치로 자리 잡고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기득권 정치를 지속시키고 있다"고 여야를 향해 싸잡아 칼날을 겨눴다.

안 의원은 두 번째 과제로 "진영의 장막을 걷어야 한다"며 "결코 편 가르기 정치에 동참할 생각이 없으며 반대를 위한 반대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진영의 장막 때문에 국민은 오히려 배제돼왔지만" 자신은 "오직 국민 편에 서겠다"는 것이다.

그는 세 번째 과제로 "정치 중심의 의제를 대한민국 구조개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는 더 이상 권력에 집착하지 말고 공동체의 미래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눈에 건물이 아닌 삶을 세우는 정치, 땅을 파는 것이 아닌 삶을 채우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마지막 과제로 "정치 주체세력이 넓고 다양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치는 소수 엘리트가 아닌 다수 생활인과 경제와 노동, 정치현장 등에서 전문성 쌓고 문제의식을 키운 이들이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5.18묘지에서 만난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가 '초심을 잃지 마라'고 했다"고 소개하며 "광주는 앞으로도 대한민국 정치의 씨앗과 중심이 되어야 한다, 난 그 마중물이 되겠다"고 정치적 일체감을 강조했다.

안 의원은 18일 광주 기자간담회를 통해 사실상 독자 정치세력화의 과제와 기준을 공표했다. 그가 "오늘은 추모의 자리이지 향후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는 아니다"고 부연했지만 그의 모두발언은 이미 '안철수 식 정치세력화'의 과제와 잣대를 열거한 것이다.

'안철수 식 정치세력화'의 과제와 잣대 열거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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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어느 지역보다 높은 광주에서 가진 안 의원의 18일 기자간담회는 불과 이틀 전 민주당의 '광주선언'에 대한 맞불 성격이 짙었다. 그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정당도 없는 저의 손을 반갑게 잡아준 광주의 손들을 결코 잊을 수 없다"며  결기를 내보이기도 했다. '민주당 텃밭'으로 간주되어 온 광주전남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간의 대회전이 사실상 시작된 것이다.

한편, 오후 2시 30분부터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 의원에게 힘을 보탠 광주, 전남, 전북, 제주 지지자들과의 간담회가 열렸다. 비공개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안 의원에게 독자 신당의 조속한 추진과 새로운 정치세력화 조직화를 요구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태그:#안철수, #민주당, #5.18, #새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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