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미나문방구>에서 미나문방구 새사장이자 전직공무원 강미나 역의 배우 최강희가 30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미나문방구>에서 미나문방구 새사장이자 전직공무원 강미나 역의 배우 최강희가 30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배우 최강희를 보면 시간이 비껴가는 것 같다. 한없이 어려 보이는 외모는 물론이요, '4차원' 내지는 '톡톡 튀는'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것도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16일 개봉한 영화 <미나문방구>는 최강희만이 할 수 있는 것을 200% 담아냈다. 초등학생들과 팽이치기, 고무줄 뛰기를 하는 강미나의 모습은 어디까지가 최강희이고 어디까지가 강미나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최강희 스스로는 "장르도 막연하게 휴먼이나 드라마라고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코믹이 강하지도 않은데다 전체 관람가라서 자극도 없다"면서 "어떤 사람들이 좋아할지 가늠이 안 된다. 궁금하다"고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휴대전화는 사용하지도 않던 그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반응을 검색한단다. 최강희는 "오히려 반응을 보니까 더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대본 끝까지 읽고 아빠 생각에 씩 웃으며 눈물"

최강희가 <미나문방구>를 택한 이유는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서"였다. 지금까지 그가 출연했던 작품은 모두 끝까지 시나리오를 읽은 것이다. 코드가 맞지 않으면 몇 장을 남기고도 덮는다는 그는 "끝까지 읽지 못한 작품 중 잘된 것도 있지만, 나중에 극장 가서 봐도 난 재미가 없더라"면서 "연기하는 사람이 꽂히고, 표현하고 싶으면 다른 건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늘 분노가 7~80% 정도는 차 있는 미나. 남자에게 차이는가 하면, 밀린 세금을 받으러 갔다가 물벼락을 맞기도 한다. 그는 결국 억지로 떠맡게 된 아버지의 '미나문방구'에서 끔찍하게 여겼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와 마주한다. 실제로는 화를 잘 내지 않는 최강희이기에 '분노 게이지'를 올리는 게 무엇보다 힘들었다. 그는 "성격이 게을러서 화를 내는 데에도 열정이 없는 편이다"면서 "아이들과의 연기도 쉽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처음에 큰 소리를 내면 아이들이 놀라는데, 그 뒤에는 반응이 별로 없어요. 아이들은 연기하기도 하지만, 안 하기도 하거든요. 극 중 강호(봉태규 분)와 싸우는 장면에서도 여러 번 찍으니까 아이들이 대사를 다 외워서 제 대사를 먼저 치더라고요.(웃음) 순수한 아이들과 연기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또 춥고 졸리면 연기가 안 나올 테니까 맞춰줘야 하고요."

반면 최강희 역시 극 중 강미나처럼 아버지와 데면데면한 사이였다고. 약사였던 아버지는 정장 바지에 슬리퍼, 구멍 난 양말 차림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대본을 처음 읽으면서 아빠 생각이 되게 많이 났다. 눈물이 나는데 씩 웃게 되더라"면서 "<미나문방구>를 통해 나의 유년 시절도 치유하고 싶었다. 영화 덕에 아빠에 대한 부분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기대에 부담 느끼지만, 스스로를 허무는 순간이 좋다"

스스로 '입봉 전문배우'라고 칭한 최강희는 "<미나문방구> 역시 정익환 감독의 첫 연출작"이라면서 "사람들이 뭘 따지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내가 좋아하는지 혹은 내가 이해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싱긋 웃었다. 빈 부분을 채워가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라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이것저것 재지는 않지만 한 번쯤은 신인 감독님들에게 '왜 나를 선호하는지' 물어보고 싶기도 하다"고 했다.

"큰 감독님들에게는 섭외가 잘 안 왔어요. 물론 신인 감독님을 통해 재발견되는 경우도 있지만, 제가 기존의 이미지를 갖고 가는 게 있다면 저를 허물어줄 수 있는 감독님을 만나보고 싶기도 해요. 허진호 감독님이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를,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심은하를 재발견했듯 저 역시 누가 재발견해주면 안 되나요?(웃음)"


"지금은 솔로부대라 로맨틱 코미디는 당분간 그만할 예정"이라고 밝힌 최강희는 "나 자신을 허물어가는 순간이 좋다"고 했다. 때론 기대감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허를 찌르고 싶다는 게 최강희의 바람이다. 영화 <킬빌>의 우마 서먼 같은 여전사가 되고 싶기도 하고, <더 리더> 속 케이트 윈슬렛 같은 연기를 하고 싶기도 하단다. <러브 미 이프 유 데어> 속 마리옹 꼬띠아르처럼 대체 불가능한 이미지도 갖고 싶다고.

"그래도 아기를 낳기 전까지 엄마 역을 하진 않을 거예요. 엄마는 아기를 낳아본 사람만이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미묘한 차이를 느끼거든요. 아무리 상상력을 갖고 하는 직업이라지만, 연기의 신이 아니고서야 그 감정을 갖고 표현해야 제 역할을 다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찌 됐건 많은 분들이 <미나문방구>를 보고 '힐링됐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미나문방구 최강희 봉태규 오정세 허진호 감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