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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TV 특강> 한 장면
 지난 11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TV 특강>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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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이 또 한 번 일을 냈다. 야스쿠니신사를 젠틀맨 정도로 이해하고, 3월 14일 화이트데이는 알아도 3·1절 의미는 모르는 십대. 거기에 욱일승천기 앞에서 거리낌 없이 동영상 찍는 대학생. 이런 우려스런 상황에서 최근 방영된 <무한도전>은 장학퀴즈와 TV특강 형식을 빌려 대한민국 역사교육 현실에 돌직구를 던졌다.

아이돌 그룹을 대상으로 한 '헐 장학퀴즈'에서는 아이돌 그룹은 물론 <무한도전> 멤버들의 한국사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물론 아이돌 그룹과 <무한도전> 멤버들의 한국사 인식 수준을 낮게 폄훼하는 건 아니다.

젊은이들의 한국사 인식 수준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임진왜란과 6·25전쟁을 혼동하고, 5·18광주민주화운동과 8·15해방을 구분하기 어려워하며, 이토 히로부미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한국사에 끼친 영향을 구분 못하는 청소년이 많다. 이를 근거로 학교에서 역사교육을 제대로 하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도 있다.

현직 역사 교사로서 이런 비판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무한도전> 한국사 특강을 시청하면서 드는 느낌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한국사를 어려워하고 싫어했던 청소년들보다 좋아하고 재미있어 했던 아이들이 더 많았다. 어디 그뿐인가. TV 프로그램에서 사극의 인기는 꾸준하고, 역사를 소재로 만든 영화도 흥행성적이 좋다. 역사 서적 출판은 꾸준하고, 문화유산 답사 다니는 사람도 많다. 

젊은세대의 한국사 인식에 대한 <무한도전>의 문제제기는 의미가 있다. 또 재미와 감동도 있었으니 "역시 무도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찬사에 공감이 간다.

하지만 끝까지 본 뒤 밀려드는 아쉬움과 갈증 또한 없지 않았다. 야스쿠니신사를 모르고, 욱일승천기 앞에서 동영상을 찍은 청년이 있다고 해서 모든 젊은이들의 역사 인식이 낮다고 볼 필요는 없다. 20년 이상 교단에서 만난 학생들은 대부분 한국사를 좋아했다. 지금 만나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또 있다. 젊은이들의 한국사 인식이 걱정스럽다는 인식의 바탕에는 공교육에서 역사교육이 붕괴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현재 역사교육이 직면한 상황은 위기지만 붕괴하지는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사는 필수 과목이 되었다.

한국사 진짜 위기는 무엇인가

곰곰 생각해보면 한국사가 어렵다고는 해도 수학, 영어 과목보다 어렵고 힘들지는 않았다. 지금 학교에서 만나고 있는 학생들도 같은 생각이다. 그럼에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한국사보다는 수학이나 영어 과목에 치중하는 학생이 많아진다. 그리고 그 격차는 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왜일까. 입시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서 한국사가 필수라 해도 주지과목이라 불리는 국영수에 비해서 비중이 아주 낮다. 더구나 입시과목에서 국영수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한국사는 사회탐구 과목에 속해 있는데, 수능에서는 사회탐구 열 세 개 과목 중 두 과목만 선택하면 된다. 굳이 한국사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대학 입학에는 별 영향이 없다. 

더구나 한국사는 서울대학교에서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현재 수능은 과목별로 전국 석차가 정해지고 그 석차에 의해 등급이 정해지는 상대평가 방식이다. 그런데 서울대에서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기 때문에 한국사를 선택하는 것이 다른 사회탐구 과목을 선택하는 것에 비해 불리하다는 생각에서 한국사를 피해가는 학생들이 많다.

3·1절을 잘 모르는 젊은이들 탓에 걱정이라는 분도 많지만, 이는 젊은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행동한다. 이윤 추구를 위해 갖가지 현란한 광고로 유혹하는 현실 앞에서 초연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수학이나 영어를 공부하는 것보다 유리할 게 없다는 생각,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 연인에게 초콜릿을 사주는 것보다 더 현실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젊은 세대의 한국사 인식 수준을 만들어낸 근본 배경이다. 돈벌이와 이윤 추구에 도움이 되는 것만 가치 있는 것이라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한국사가 설 땅은 점점 축소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 또한 한국사에 대한 무관심을 부추긴다. 독립운동, 친일청산, 독재에 저항했던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불편해하는 시각이 정부 정책에 반영되어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파동이 일어났고,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정당화하려는 움직임까지 일었다. 

무한도전 한국사 특강에 바란다

스타 강사들의 가르침을 받아 아이돌 그룹 멤버들에게 TV 특강을 하는 무도 맴버들의 모습은 신선했다. 1강 마지막 부분에서 유관순, 윤봉길, 김구 등 독립운동가들의 고귀한 삶을 다룬 부분은 감동적이었다. 앞으로 진행될 문화유산, 사건 등의 특강도 기대가 된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어쩔 수 없었던 것일까. 역사교육의 중심에 서 있는 청소년들이 참여하고, 현장 역사교사들의 의견도 담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그래서 제안해본다. 청소년들과 역사를 소재로 하는 캠프 형태의 <무한도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태그:#무도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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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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