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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다섯 번째 시간은 소설가 김형수씨와 함께 했다.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다섯 번째 시간은 소설가 김형수씨와 함께 했다.
ⓒ 김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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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신촌에서 진행된 재미있는 사람이야기전 다섯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소설가 김형수였다. 1985년 '민중시 2' 시로, 1996년 '문학동네'에 소설로 등단한 소설가 김형수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 활동으로 1980년대 민족문학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시인이며 논객으로 불린다. 최근 쓴 그의 소설 <조드>는 테무진(칭기즈칸)이 광활한 몽골 초원을 누비며 칸이 되기까지 겪었던 유목민의 생활과 삶에 대한 이야기다.

"저는 오늘 제 이야기의 제목을 '먼곳에 같이'라고 정하고 싶습니다."

그는 오늘 펼쳐놓을 이야기의 주제를 말하며 몽골에서 겪을 경험담과 광활한 초원에서 사는 유목민의 삶과 지혜뿐만 아니라, 야만인으로 인식돼 온 테무진(칭기즈칸)을 새롭게 조명하려 한다고 밝혔다. 

김형수 소설가는 현재 총 다섯 편으로 구상 중인 소설 <조드> 중 두 편을 완성했는데, 소설 속의 몽골 유목민들의 삶과 생활모습, 풍습 등을 구체적이며 사실적으로 집필하고자 약 11번 정도 방문했다. 총 10개월 동안 현지에서 체류하며 우리가 알고 있는 침략자이자 학살자로 기억되는 칭기즈칸을 그들의 문화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그는 왜 몽골까지 가게 되었는지, 한 소설가가 글을 쓰기 위해 어떤 여정을 지내왔는지 등 보물 같은 이야기로 이날 강의를 채웠다.

몽골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보다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다섯 번째 시간은 소설가 김형수씨와 함께 했다.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다섯 번째 시간은 소설가 김형수씨와 함께 했다.
ⓒ 김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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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때 신도림 환승역에서 아무리 조심해도 사람들과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전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생각을 갖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고 세상에 대한 환멸을 느꼈습니다. 문명이 필연적으로 만드는 문명도시에서 인간은 서로 사랑하면서 살기에는 어렵지 않을까요."

소설가 김형수가 이런 화두에 젖어 있을 때, 그는 한 지인으로부터 몽골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곤 몽골로의 여정에 동행하게 된다. 여행을 통해 그가 느낀 몽골은 그동안 생각했던'야만'과는 무척 달랐다고 한다. 오히려 양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산을 아버지처럼 생각하는 유목민은 문명 속의 인간보다 생명을 더 존중하고 자연 그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그 자신 또한 생명에 대한 중요함을 그들의 삶을 통해 느꼈다고 한다.

그가 몽골에서 유목민과 만나며 겪은 소소한 이야기들은 문명사회에 살면서 생명에 관심을 갖지 않는 우리에게 '생명'그 자체에 대한 존엄성을 되짚어 보게 만들었다.

"우리는 대부분 환경파괴 주범을 육식주의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목민은 다르게 생각합니다. 그 사람들은 종을 절대 변화시키지 않습니다. 농경민들은 대부분의 식물들을 유전자 조합을 해 인간의 것으로 만들어 놓았지만, 유목민들은 변형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김형수씨는 생명을 감싸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는 그런 시선으로 세상을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몽골에 가서 살아라'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어떤 것의 결말로 지금 여기에 우리가 놓여 있는 건지…. 답을 찾으려면 세계를 폭넓게 보지 않으면, 다른 방식으로 갈등하고 움직였던 그 흐름을 보지 않는다면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저는 세계의 원점에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세계를 껴안을 수 있는 그 크기가 생명의 크기인 것 같습니다."

그는 몽골을 통해 세상과 생명의 근원적인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이야기 했다.

조드라는 자연 현상을 이해하며, 칭기스칸을 재조명하다

조드란?
봄에는 겨우내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가축들이 조드(зуд-자연 재해)로 인해 떼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자연재해는 겨울 기후와 관계가 있다.

눈이 자주 그리고 많이 내리면서 매서운 추위가 닥치면 많은 가축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눈과 추위가 겹친 이러한 조드를 '흰 조드'(차강 조드)라고 한다. 눈이 내리지 않지만 매서운 추위 때문에 가축들이 먹을 풀과 마실 것이 부족해져 일어나는 재해는 '검은 조드'(하르 조드)라고 한다.

두 가지 조드는 모두 가축과 시골의 목민들, 더 나가 국가 경제에 대단한 손실을 주는 자연재해이기 때문에 조드와 싸우기 위해서는 여름, 가을에 건초를 준비하고 가축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가축 우리를 손보고, 우물을 잘 건사하는 등 많은 일들을 대비해야 한다.

출처: 몽골 울란바타르대학교
"예전에는 10년에 한 번 조드라는 현상이 일어났지만, 지금은 훨씬 더 단축되었어요. 조드는 쓰나미와 정반대되는 현상으로 물이 없어서 발생하는 재앙입니다. 건조한 극점의 추위를 맞았을 때 수천만 마리의 생명체가 죽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 조드라는 현상 때문에 몽골인들은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합니다." 

'조드'는 칭키즈칸과 나아가 몽골을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그는 말했다. 물이 없어 극단적으로 맞이하는 자연재해인 '조드'는 결국 몽골인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직시하게 하는 근원이라는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자연을 존중하고 아껴주고 뒷날을 위해 현실에서 절제하고 포용하는 것을 터득하게 된 것이며, 이것이 몽골을 이해할 수 키워드라는 것이다.

"생명체는 다리가 있으니깐 딱 필요한 만큼을 먹기 위해서 그 다리로 돌아다니면서 살아야 해요. 그런데 물이 많은 지역을 어떤 특정인들이 차지하고 그것을 지키겠다고 성까지 쌓아요. 그리고 그것이 자기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그것에 대한 극도의 분노가 존재합니다. 그 유목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성을 쌓고 물이 있는 지역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인 겁니다. 지구는 전체가 하나입니다. 텃새도 있고 철새도 있잖아요. 철새는 자기 고향이 좋으니깐 자기 고향에서 살지만 너무 추우면 다른 곳에 다녀오면 되잖아요. 그 하늘까지 자기 것이라고 철망을 쌓고 성을 쌓는다면 얼마나 많은 분노가 생기겠어요?"

그는 이것이 바로 칭기즈칸의 전쟁의 실체였다고 말한다. 인간의 탐욕으로부터 자연과 생명을 보존하는 포용과 배려의 전쟁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것이다. 경이로운 시각에 전환이었다. 몽골의 자연 현상 조드에 대한 그의 이야기가 없었다면, 우리는 침략자 칭기즈칸를 다르게 생각해 볼 기회조차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자연과 연결된 관점에서 유목민의 삶 그 자체를 말해주고 있었다. 

유목민의 입장에서 쓴 소설 <조드>는 다르다

"어떻게 지배자의 용모가 세계의 준거의 틀이 될 수 있는가, 어쩌면 자연의 용모가 틀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들을 비평이나 말로만 주장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 당시의 실제 민중사가 어떻게 펼쳐졌었는지 유목민족 생활사와 아시아의 유목민족의 생활사를 그려서 펼쳐보겠다는 것이 제가 작품을 쓰고 싶었던 취지였습니다."

그는 몽골에 가기 전 칭기즈칸을 다루고 있는 소설, 만화, 영화까지 서른 편 정도를 봤는데, 모두 유럽이나 중국 등 정착민족의 시각에서 쓴 글들 뿐이었지, 유목민의 눈으로 쓴 버전은 없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몽골에서 번역을 해 몽골 신문에도 소설을 연재하는 등 몽골 사람들도 읽고 싶어 하는 칭기즈칸의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다는 것이다.

"유목민들은 물이 부족해 더 이상 생명이 자라지 않는 땅을 잠시 피해,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다른 땅으로 이동한합니다. 다리가 있는 동물은 이동을 하지요."

세상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유목민들에게 세상은 하나다. 지구 한편에서 낭비하는 것은 지구 반대편에서 부족하다. 인간과 자연은 공생을 해야하지만,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으로 인해 넘치는 곳은 너무 넘치고 부족한 곳은 너무 부족한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물이 풍부한 지역이 있는 반면 물이 부족한 지역도 있다. 어떤 이의 눈에서 바라본다면 유목민들은 무자비한 침략자가 되겠지만, 유목민의 눈으로 본다면 그들에겐 자신들만의 삶의 방식이 존재하는 것일 뿐이다.

소설가 김형수가 그날 여러 번 반복했던 말이 계속 맴돈다. "생명의 크기는 세상을 감당하는 크기다." 어쩌면,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몽골의 유목민이 그러했듯, 온 몸으로 생명을 느끼고 세상을 껴안을 수 있는 편협하지 않은 마음과 폭넓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아닐까?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다섯 번째 시간은 소설가 김형수씨와 함께 했다.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다섯 번째 시간은 소설가 김형수씨와 함께 했다.
ⓒ 김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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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소개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은 사단법인 재미있는 재단이 기획 주관하며, 오마이뉴스와 함께 합니다. 재미있는 재단은 문화를 중심으로 즐거움을 나누기 위하여 만들어진 공동체입니다. 재미있는 재단의 다양한 사업들, 미국 MBA 진출지원 프로젝트 '개천에서 용났다'와 소소한 주변의 이야기를 담는 영상 교육 프로젝트 '비추다'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사업들 중의 하나로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을 을 기획하고 전개해 가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람이야기전'은 매주 화요일 지속적으로 개최 됩니다.

먼저 문화계를 비롯한 궁금한 우리 시대의 인물로부터 점차 우리 주변의 이웃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전시'하는 재미있는 사업입니다. 신촌 현대백화점 옆의 텍사스아이스바(02-325-0088)에서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30분, 호프 한잔과 함께 편안한 대화의 장으로 진행되는 '사람이야기 전'은 누구나 스스로를 이야기 하거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날 그날 진행된 이야기는 <오마이뉴스>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한달의 행사를 사전에 공지하고, 만나고 싶은 분이 있을 때 언제든지 찾아 주시면 됩니다. 참가비는 간단한 식사거리와 맥주, 강연료 등을 포함하여 2만 원이며, 대학생의 경우 50% 할인해 드립니다. 자연스런 우리시대의 삶의 전시 공간 '재미있는 사람이야기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재미있는 사람이야기전 5월 일정은, 14일 재미있는재단 이사 김종선 전, 21일 만화가 박재동전, 28일 풍류피아니스트 임동창 전으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전슬애 기자는 재미있는재단 디렉터입니다.



태그:#김형수, #재미있는재단, #재미있는사람이야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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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재미있는재단' 전슬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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