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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교육소식지 표지에 실린 김복만 교육감과 학생들의 미소. 하지만 일선학교 교사들은 교육감의 학력향상 추진으로 학생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며 5월 14일 혁신을 요구하는 교사선언을 했다
 울산교육소식지 표지에 실린 김복만 교육감과 학생들의 미소. 하지만 일선학교 교사들은 교육감의 학력향상 추진으로 학생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며 5월 14일 혁신을 요구하는 교사선언을 했다
ⓒ 울산교육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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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8일 울산 동구에 사는 한 남자 고등학생이 인근 명덕저수지에 뛰어들어 숨진데 이어 4월 2일에는 남구의 한 아파트 25층에서 여고생이 뛰어내려 숨졌다.

당시 대다수 언론들은 학생들의 자살 이유에 대해 각각 '인터넷 게임에 의한 부모와의 갈등', '신변 비관'이라고 보도했지만, 인권단체와 교원단체는 '줄세우기 교육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5월 14일, 울산지역 일선학교 교사들이 울산시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BEST 학력향상 계획'과 학교서열화로 황폐화 되어가는 울산교육의 혁신을 촉구하는 교사선언을 했다.

전교조울산지부 소속 일선교사 171명은 대표자 선언에서 초등학생까지 입시경쟁을 유발하는 귀족학교인 국제중 설립 중단과 자사고, 특목고 확대 등으로 슬럼화되고 있는 일반계고교의 활성화 대책을 요구했다.

특히 교사들은 "19세기식 단순암기교육을 혁신하기 위해 교사가 먼저 교실수업 혁신에 나설 것"이라며 "자살 등 학생들의 희생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학생들과 소통하고 아픔을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울산 교사들 "BEST 학력증진 사업, 교육감 재선 노린 것 아니냐"

앞서 울산시교육청은 지난 2월 보도자료를 내고 "교육부로부터 기초학력미달학생 감소 인센티브로 404억8700만 원을 교부받았다. 울산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감소율을 달성하는 등 울산학생들의 학력이 대폭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홍보했다.

현 김복만 교육감의 주요 시책인 'BEST 학력증진 사업'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추진이 학력 향상이라는 좋은 결과를 낳았다는 설명이었다.

울산교육청은 그러면서 "학력증진을 위한 교육 인프라 구축 및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을 더욱 강화해 희망과 감동을 주는 행복 울산교육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천명했었다.

그렇다면 일선 학교 교사들은 이같은 교육청의 'BEST 학력증진 사업'을 어떻게 생각할까? 한 마디로 "BEST 학력증진이 교육감 치적 쌓기용으로 의심되며, 이 때문에 학생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14일 교사들은 "학교서열화의 위험성이 끊임없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감의 치적쌓기용으로 만들어진 자사고, 외고, 과학중점고 등으로 일반계고등학교는 이제 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슬럼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사들은 "중학교 졸업생 중 성적 우수학생들이 대부분 자사고, 특목고로 빠져나가고 이제 3류학교로 전락한 일반계고교는 학생들에게 열패감만을 줄 뿐"이라며 "하지만 울산교육청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제는 국제중 설립으로 중학교마저 서열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현재 울산시교육청은 오는 2015년 개교를 목표로 울산국제중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교사들은 울산에 국제중이 설립되면 초등학생들마저 국제중 입학을 위한 입시전쟁을 치러야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교사들은 "국제중은 대학등록금을 상회하는 학비를 부담할 능력이 있는 일부계층들을 위한 귀족학교"라며 "이 귀족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온갖 편법이 동원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사실이 아닌가"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미 서울지역의 국제중 사회적배려자 전형에 대기업임원의 자녀가 입학하고 불법편입학을 위한 돈거래까지 횡행하지 않았던가"라고 상기하고 "공교육이 파괴되고 아이들의 죽음이 이어지는 교육위기상황에서 교사들은 교육청의 학력향상논리에 멍들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교사잡무 경감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교육감, 현실은?

현 김복만 울산시교육감은 지난 2010년 선거 때 당시 교육감의 학력향상 업적 홍보를 지적하면서 "서울대 몇 명 더 갔다고 교육이 좋아지나"라고 했었다. 또 그는 주요 공약으로 교사들의 잡무 경감을 내세우고 당선됐다. 하지만 교육감이 된 그는 'BEST 학력증진 사업' 등으로 우수학교를 확대하고 있고, 교사들은 잡무가 줄어들지 않았다고 호소한다. 

교사들은 "전국 대부분의 교육청이 교사들의 업무를 정상화하기 위해 일선학교에 행정전문인력 충원을 서두르고 있지만 울산교육청은 공문 몇 개 줄이고 위원회 몇 개 통폐합 한 것으로 할 일 다 했다는 시늉을 하고 있다"며 "날로 늘어만 가는 업무폭주와 교육청의 성적지상주의에 교사들의 고유의 사명인 학생상담, 생활지도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사들은 "스승의 날을 맞아 이제 우리는 울산교육의 암울한 현실을 개혁하고 학교를 아이들의 웃음과 교사들의 긍지가 넘치는 희망의 교육공동체로 만들기 위한 대장정을 시작하고자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이날 울산지역 교사 대표들은 ▲초등학생까지 입시경쟁을 유발하고 편입학을 위한 부정비리가 끊이지 않는 귀족학교인 국제중 설립계획을 전면 취소할 것 ▲교사들이 수업과 학생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원업무를 정상화하고, 이를 위해 교무행정보조인력을 확충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파행적 교육과정운영을 유발하고 단순반복 암기식 교육을 강화하는 등 온갖 부작용을 낳고 있는 BEST학력증진계획을 전면 철회할 것 ▲폐해가 드러난 일제고사 정책을 전면 수정하고 지역교육청주관 학력평가를 전면 폐지할 것 ▲자사고, 특목고 확대 등으로 슬럼화되고 있는 일반계고등학교 교육의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수립할 것 등을 울산시교육청에 요구했다.

울산지역 일반고 슬럼화 심각

인구 115만명인 울산에는 일반고 37개를 포함해 모두 53개의 고등학교가 있다. 이중 자사고는 정몽준 의원이 이사장인 청운고와 성신고가 있고 특수목적고로 울산외국어고와 울산과학고가 있다. 또한 교육청이 지정한 자율형 공립고로 문현고와 약사고가, 과학중점학교로 방어진고와 중앙고 울산강남고가 있다. 학교 비율로 보면 전국에서 특수학교 비율이 무척 높은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울산시교육청이 고교진학 시 희망배정을 과거 40%에서 60%로 확대하면서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자사고, 특목고에 이어 성적이 좋은학교 등으로 빠지면서 변두리나 일부 공립고 등의 일반고가 슬럼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교사들은 그 심각성을 이야기한다. 전교조 울산지부 권정오 지부장은 "일선 학교 교사들은 일반고 현상에 대해 '수업의 열의가 떨어지고, 심지어 학생들의 자포자기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하소연 한다"고 말했다.

몇 해 전 울산지역 한 특목고에서 2백만원씩의 경비를 들여 학생들이 미국으로 수학여행을 떠나면서 논란이 일은 바 있다. 권정오 지부장은 "2백만원을 들여 수학여행을 가는 것은 일반 학부모들은 상상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하지만 특목고에서는 당연한 듯 진행됐는데, 학교 슬럼화 현상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울산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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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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