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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김정우 지부장을 비롯한 해고노동자들이 12일 오전 경기도 용인 모처에서 시민과 함께 만드는 자동차 'H-20000 프로젝트' 첫 조립 과정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H-20000 프로젝트는 마음(Heart)이라는 영어 단어의 머릿글자(H)와 H라는 사다리의 뜻을 담고 있으며, 쌍용차 국정조사와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을 위해 쌍용차 해고자와 시민이 2만 개의 부품을 모아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다.
▲ 쌍용차 해고자, 자동차를 만들다! 쌍용자동차 김정우 지부장을 비롯한 해고노동자들이 12일 오전 경기도 용인 모처에서 시민과 함께 만드는 자동차 'H-20000 프로젝트' 첫 조립 과정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H-20000 프로젝트는 마음(Heart)이라는 영어 단어의 머릿글자(H)와 H라는 사다리의 뜻을 담고 있으며, 쌍용차 국정조사와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을 위해 쌍용차 해고자와 시민이 2만 개의 부품을 모아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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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김정우 지부장을 비롯한 해고노동자들이 12일 오전 경기도 용인 모처에서 시민과 함께 만드는 자동차 'H-20000 프로젝트' 첫 조립 과정을 언론에 공개하며 차체에 엔진헤드를 장착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4년 동안 자동차 조립하는 손은 녹슬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지만 자동차를 만들어 보겠다는 마음만큼은 녹슬지 않았다"고 말했다.
▲ 쌍용차 해고자, 자동차를 만들다! 쌍용자동차 김정우 지부장을 비롯한 해고노동자들이 12일 오전 경기도 용인 모처에서 시민과 함께 만드는 자동차 'H-20000 프로젝트' 첫 조립 과정을 언론에 공개하며 차체에 엔진헤드를 장착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4년 동안 자동차 조립하는 손은 녹슬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지만 자동차를 만들어 보겠다는 마음만큼은 녹슬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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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민 동지, 이쪽으로 조금만 밀어요. 됐어요. 이제 내려요. 됐어요. OK!"

앙상한 자동차프레임 위에 엔진이 얹혀졌다. 회색과 보라색이 섞인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각종 공구를 주고받는다. 장갑에는 금세 기름때가 묻었다. 이들의 작업복 양 팔에는 '신속정확', '안전제일'이라고 적혀 있다. 왼쪽 가슴에 '쌍용차 해고노동자'라는 명찰이 없다면 별 특색 없는 평범한 작업복이다. 작업이 진행될수록 옷에도 기름이 묻었다. 넓지 않은 자동차공업사 안에는 솔벤트(휘발성 세척액) 냄새가 코를 찔렀다.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기자들도 있었다. 한 해고노동자는 "솔벤트 냄새 맡으니까 고향에 온 거 같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경기도 용인의 모처에서 세상에 단 한 대뿐인 자동차가 만들어지고 있다. 모델명은 쌍용차의 '코란도'다. 쌍용차 특유의 튼튼함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두터운 마니아층까지 생겨난 차량이다. 하지만 이날 만들어지는 차량은 몇 가지 이유에서 '세상에 단 한 대뿐인 코란도'가 된다. 우선 시민들이 2만 개에 달하는 부품을 마련한다. 그리고 그 부품을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조립해 완성한다. 컨베이어벨트에서 똑같이 만들어진 평범한 코란도와는 다르다. 시민과 쌍용차해고노동자가 함께 만드는 자동차, 'H-20000 프로젝트'다.

멀어지는 국정감사... '마음으로 만드는 차'가 붙잡는다

지난 2009년 쌍용차의 구조조정으로 2600여 명의 노동자가 공장을 떠났다. 최근에 무급휴직자 455여 명이 복귀했지만, 여전히 희망퇴직자들과 정리해고자들은 공장 밖에 있다. 구조조정 이후 계속된 해고노동자들과 그의 가족들의 죽음으로 쌍용차사태는 주목을 받았고 지난해 국회 청문회까지 열렸다. 청문회에서 구조조정 당시의 회계조작 의혹 일부가 확인됐고, 또 노조의 옥쇄파업을 경찰이 폭력, 과잉 진압했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이후 노동계와 사회 각계에서는 해고노동자들의 명예회복과 복직을 위한 국정조사 개최를 요구했다. 이러한 요구는 지난해 대선과 맞물리면서 새누리당과 당시 박근혜 후보 측에서도 국정조사를 약속하게 된다. 그러나 박 대통령 당선 이후, 무급휴직자들이 공장으로 복귀하자 새누리당의 태도는 달라졌다. 국정조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자고 국회가 마련한 '여야 6인회의'는 이 달을 끝으로 해산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서는 아직까지 아무런 성과가 없다. 그러는 사이 경기도 평택 쌍용차 공장에서는 171일 동안의 송전철탑 농성이 계속됐다.

이런 답답한 상황 속에 'H-20000 프로젝트'는 해고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아직 노동자들의 손이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사태해결을 바라는 시민들의 관심을 2만개의 부품에 상징적으로 모으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프로젝트 참가하기). 여기서 'H'는 '마음(Heart)으로 만드는 자동차'라는 의미와 해고노동자들을 공장으로 돌려보내는 '사다리'라는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이날 조립을 시작한 자동차는 다음달 7일 서울광장에서 공개되고, 오는 13일부터 31일까지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관련한 수기공모에 당선된 응모자나 단체에게 기증될 예정이다.

"주인 없을 때 잘나가던 쌍용차, 주인만 생기면 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12일 오전 경기도 용인 모처에서 시민과 함께 만드는 자동차 'H-20000 프로젝트' 첫 조립 과정을 언론에 공개하며 부품 하나하나를 조립하고 있다.
▲ 쌍용차 해고자, 자동차를 만들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12일 오전 경기도 용인 모처에서 시민과 함께 만드는 자동차 'H-20000 프로젝트' 첫 조립 과정을 언론에 공개하며 부품 하나하나를 조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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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차량을 조립하는 손길은 계속 분주히 움직였다. 30평 남짓한 공업사 안에는 자동차의 몸통부터 프레임, 타이어, 문, 보닛까지 모두 분리가 돼 있었다. 해체된 코란도 차량은 지난 2003년 모델이다. 해고노동자들이 공장에서 일하고 있을 때 세상에 나온 차량이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이 차량을 중고로 구입했다. 모두 분해한 후 낡은 부품은 교체해 다시 조립하는 방식으로 차를 만들고 있다. 보통 2만개에 달하는 자동차 부품을 일일이 살 수가 없고 그렇게 만든다고 해도 자동차등록을 못해 달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해고노동자 윤충열(44)씨는 10년 전 이 차를 직접 만들었다. 자동차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하는 본체에 노동자들이 부품을 하나씩 조립해 만든다. 윤씨는 처음 뒤집혀 나오는 자동차프레임(미션)을 다시 원래대로 뒤집는 일을 했다. 그는 "2003년이면 코란도가 없어서 못 팔던 때"라며 "다 완성되고 검사를 했는데 불량이 나와도 고객이 '나중에 수리 받겠다'며 그냥 가져가는 일도 많았다"고 말했다. 당시 쌍용차는 상하이자동차에 팔리기 전 법정관리 상태로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윤씨는 "당시 주인이 없을 때인데도 쌍용차는 정말 잘나갔다, 그게 상하이자동차에 팔리고 나서 망가졌고, 또 다시 법정관리 들어갔을 때는 적자폭이 줄었다"며 "주인이 없을 때는 잘 되고, 주인이 생기면 망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고 씁쓸해 했다. "새 주인들이 회사에 투자하기보다 자기들의 이익을 챙겼고, 그 피해를 노동자들이 뒤집어 쓴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쌍용차는 첫 번째 법정관리 당시 코란도 매출 증가로 흑자재정을 유지하고 있었고, 이후 상하이차로 매각되고 나서 신차개발 투자 무산과 판매부진이 이어지면서 재정이 악화됐다.

10년 된 코란도, 아트카로 다시 태어난다

쌍용자동차 김정우 지부장이 12일 오전 경기도 용인 모처에서 시민과 함께 만드는 자동차 'H-20000 프로젝트'에서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 "해고자 손과 마음 녹슬지 않았다" 쌍용자동차 김정우 지부장이 12일 오전 경기도 용인 모처에서 시민과 함께 만드는 자동차 'H-20000 프로젝트'에서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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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0000 프로젝트'를 기획한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왼쪽 첫번째)이 12일 오전 경기도 용인 모처에서 시민과 함께 만드는 자동차 'H-20000 프로젝트' 첫 조립 과정을 언론에 공개하며 쌍용차 국정조사를 하기 위해 프로젝트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 쌍용차 해고노동자, H-2000 프로젝트 동참호소 'H-20000 프로젝트'를 기획한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왼쪽 첫번째)이 12일 오전 경기도 용인 모처에서 시민과 함께 만드는 자동차 'H-20000 프로젝트' 첫 조립 과정을 언론에 공개하며 쌍용차 국정조사를 하기 위해 프로젝트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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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자동차 조립의 작업반장은 문기주 정비지회장이 맡았다. 해고노동자 대부분이 라인에서 조립하는 역할을 했지만 모든 공정이 분업화 돼 있어 각자가 맡았던 작업 이외에는 전문적이지 않았다. 반면에 자동차 정비파트에 있던 노동자들은 누구보다 자동차의 구조와 원리를 잘 알고 있다. 문 지회장은 엔진을 올리는 일부터 취재진들에게 세세히 설명하며 작업을 진행시켰다. 그는 지난 3월 116일 동안 평택 공장안 송전철탑에서 농성을 벌이다 건강악화로 내려왔다. 이날도 수척한 모습에 목소리가 갈라져 건강이 온전해 보이지 않았다.

문 지회장은 "아직 건강이 완전히 좋아지지는 않았다, 워낙 강한 전자파에 오래 노출돼서 그런 거 같다"며 "그럼에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나왔다, 다시 공구를 잡으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코란도'라는 이름은 '한국인은 할 수 있다(Korean can do)'는 영어문장을 압축해 만들었다"며 "우리가 아직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다는 것,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우리 마음이 녹슬지 않았다는 것, 다시 현장으로 복귀해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완성된 차는 전보다 쌩쌩 잘나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량의 조립은 협소한 공간으로 인해 해고노동자 전체가 다같이 할 수는 없었다. 5~6명씩 돌아가며 작업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볼트 하나를 조이면서도 서로 호흡을 맞췄고 잠시 물러서 있을 때는 각자가 일했던 때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눴다. 한 해고노동자는 "작업복을 입고 공구를 드니까 빨리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며 "동료들과 함께 다시 일하고 퇴근해서 술 한 잔도 하고 집에 돌아와 가족들과 따뜻한 시간을 갖는 일상이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H-20000 프로젝트'를 기획한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은 "해고노동자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고 그들의 명예를 회복시킬 수 있는 국정조사를 시민들의 마음을 모아 촉구하겠다는 취지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현재 쌍용자동차를 비롯한 정리해고 사업장을 지원하는 '희망지킴이'의 대표도 맡고 있다. 희망지킴이는 지난해 쌍용차사태 전반을 다룬 공지영 작가의 <의자놀이> 출간을 기획했고, 30여개 투쟁사업장을 지원하고 있다.

박 소장은 이어 "지금 만들어지는 차는 시민과 해고노동자가 함께 만드는 세계에서 유일한 차"라며 "완성된 차량은 지금의 단순한 모습이 아닌 여러 예술가가 참여해 하나의 '아트카(Art Car)로 탈바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시민들의 참여"라며 "쌍용차 문제 해결뿐 아니라 정리해고 없는 세상, 노동자가 고통 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 자동차 부품 하나를 여러분의 이름으로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태그:#쌍용차, #쌍용차 사태 , #H-20000, #코란도, #박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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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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