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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스님의 제자들이나 친구들은 그를 '타이Thay'라고 부른다. 타이는 베트남어로 '스승'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나는 꼭 사기를 치는 것만 같아 도저히 입에서 타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나는 견실한 무신론자로 자랐고, 이상한 종교집단에 빠져 자신과 가족을 오랫동안 고통의 늪에 빠뜨리는 친구들도 많이 봐왔다.

그래서 어른이 된 지금 누군가를 거리낌 없이 '스승'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리 내키지 않는다. 행복에 이르는 길을 알려주겠다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의심하고 보는 일종의 경계심이 어느새 마음 속 깊이 자리잡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외부의 권위자에 기대는 대신, 아무리 힘들더라도 자신의 의도와 원칙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나 집단을 본보기로 삼아왔다. - <엄마의 마음공부> 18쪽

맹랑할 정도로 솔직한 표현이다. 타이라는 호칭에 냉소적이기까지 한 여인이다. 이랬던 여인이 어느 순간부터 틱낫한 스님을 아무런 스스럼없이 '타이'라고 호칭하고 있다. 탁닛한 스님의 삶에 동화되고, 타이가 솔선수범하고 있는 마음 챙김을 통해 스스로를 신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틱낫한 스님 책 전담 편집인이 쓴 <엄마의 마음공부>

<엄마의 마음공부>┃지은이 레이철 뉴먼┃옮긴이 허형은┃펴낸곳 책세상┃2013.4.25┃값 12만 4000원
 <엄마의 마음공부>┃지은이 레이철 뉴먼┃옮긴이 허형은┃펴낸곳 책세상┃2013.4.25┃값 12만 4000원
ⓒ 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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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철 뉴먼, 허형은 옮김, 책세상 출판의 <엄마의 마음공부>는 세계적인 불교지도자이자 평화운동가인 틱낫한 스님의 책을 전담 편집하는 폅집자인 레이철 뉴먼이 쓴 에세이이다.

레이철 뉴면은 히피공동체에서 자랐다. 여느 사춘기 소녀들처럼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기를 바라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남학생을 유혹(?)하기 위해 모든 불편을 감내하며 매혹적일 거라고 생각되는 표정을 짓기도 하고 의도적인 행동도 한다. 운전대를 잡기만 하면 난폭(?)해 지기도 하고, 버스에서 우연이 만난 남성에게 마음이 끌리기도 한다.

여느 어머니들처럼 임신을 하고, 아기를 위해서라면 젖도 내 물리고, 사무실 한쪽 매달아 놓은 해먹에 눕혀 재우기도 한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발생한 9·11테러를 겪으면서는 당황하기도 하고 겁도 먹는다.   

시간과 장소는 다르겠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사는 이야기'이다. 소소하다면 소소하고, 독특하다면 아주 독특한 이야기,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는 일상 이야기들이다.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는 거부감은 없지만 자칫 밋밋할 수가 있다. <엄마의 마음공부>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에 저자만이 낼 수 있는 손맛, 틱낫한 스님의 책을 편집하면서 직·간접적으로 터득한 마음챙김을 잘 버무려 넣어 입맛을 당기에 하는 독특한 이야기들이다.

타이는 육신이 죽어 없어져도 우리는 다른 형태로 계속 살아간다고 말한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어느 순간 사라져도 비나 눈, 우박, 혹은 내 차茶를 우리는 물로 다시 나타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구름이 죽는 것, 존재에서 무無존재가 되는 경우는 없다. 우리가 죽어 없어지는 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존재하다가 없어질 수 없다. 업이 있는 한 계속해서 존재한다. - <엄마의 마음공부> 171쪽

문제는 일단 우리가 즉각적 위험에서 벗어나고 나면 애초에 내린 판단을 고수할 것인가 아닌가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음챙김을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정지'라는 간극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깨어 있는 연습을 자주 하는 것이다. 무술이나 자기방어 훈련도 비슷한 논리도 이루어진다. - <엄마의 마음공부> 210쪽

편식을 하는 아이에게 음식을 골고루 먹이는 방법은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다. 김치만 보면 손사래를 치는 아이에게 김치 그대로를 먹이려는 엄마는 현명한 엄마가 아니다. 현명한 엄마라면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 예를 들어 피자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김치는 잘게 다져넣어 피자를 만들어 주는 방법을 시도할 것이다.

불교 교리와 명상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마음챙김 듬뿍 담고 있어

저자는 책 어디에서도 불교의 교리를 장황하게 설명하거나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을 강조하지 않는다. 김치를 잘게 다져넣고 피자를 만들 듯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속에 도드라지지 않게 담아서 전하고 있다.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는 에세이이지만 명상을 공부하기에 좋은 요소들을 골고루 담고 있으니 정신건강에 주는 영양가 또한 풍부한 내용들이다.

저자의 글을 빌어서 슬쩍슬쩍 들여다보는 스님들 세계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승복을 입은 채 바다로 들어간 비구니의 뒷모습, 어떤 문제를 결정하기까지의 과정, 매달아 놓은 해먹에 벌렁 드러누워 한 숨 자고 있는 모습은 같고도 다른 모습으로 연상되는 소재들이다.   

저자는 우리가 마음챙김을 해야하는 이유 중 하나를 '문제는 일단 우리가 즉각적 위험에서 벗어나고 나면 애초에 내린 판단을 고수할 것인가 아닌가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자초한 행실로 스스로의 인생을 위험으로 끌어들였고, '멘붕'이라는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기자회견을 함으로 스스로는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그 인물, 국민들 체면에는 똥물을 끼얹고, 국격은 천 길 낭떠러지로 추락시키는 작태를 벌인 그 인물이 진작 이 책을 읽었더라면 연발하는 추태나 오판까지는 멈출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덧붙이는 글 | <엄마의 마음공부>┃지은이 레이철 뉴먼┃옮긴이 허형은┃펴낸곳 책세상┃2013.4.25┃값 12만 4000원



엄마의 마음공부 - 어느 성질 급하고 의심 많은 여자의 마음챙김 이야기

레이철 뉴먼 지음, 허형은 옮김, 책세상(2013)


태그:#엄마의 마음공부, #허형은, #책세상, #틱낫한, #마음챙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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