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잘려 헐벗은 산에서 한 아이가 뿌리만 남은 나무를 어루만지고 있다. 소유권을 내세워 나무를 벤 어른의 행동을 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생명에는 주인이 없어요."

이 아이는 서울 마포구 성미산 마을의 13살 승혁이다. 승혁이는 "학교를 만들려는 이 산에는 너무나 많은 생명이 살고 있다"며 안타까워한다.
 
학교법인 홍익학원에 맞서 성미산 마을의 분투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춤추는 숲>이 오는 23일 개봉한다(예고편 보기).
 
개봉을 앞둔 10일 오후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에서 <춤추는 숲>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서울 강북구의 삼각산 재미난 마을에서 활동하는 배우 권해효씨가 시사회 사회를 맡았고, 성미산 마을 출신의 영화 배우 고창석씨와 정인기씨, 그리고 유창복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장이 함께 했다. 고씨는 자신의 딸과 함께 특별 예고편을 만들어 성미산 마을에 '헌납'하기도 했다.
 
성미산 마을은 1994년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성미산 마을극장', '성미산 밥상' 등 다채로운 활동을 벌이는 서울의 대표적인 마을공동체다.
 
강석필 감독 "다른 삶은 가능하다는 걸 보여 주고 싶다"

성미산은 마을 사람들에게 삶터이자 놀이터, 그리고 배움터였다. 마을이라는 이름조차 낯선 서울에서 공동체를 일구며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 그들은 산에서 아이에게 자연을 가르치며 함께 뒹굴었다.
 
그런 산이 학교 이전으로 위태로워졌고, 마을은 분주해진다. 마을 주민들은 성미산을 지키기 위해 산에 천막을 치고 번을 섰다. 나무를 쓰러뜨리려는 전기톱을 온 몸으로 막아내기도 하고 굴착기 위에 매달리기도 했다. 그러다 나무에 깔리는 마을 주민도 발생했다.

그렇다고 이 다큐가 심각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홍익학원과의 대치와 성미산 100인 합창단의 연습, 두 개의 구조를 바탕으로 춤추고 노래하는 발랄한 일상이 담겨있다.
 
특히 아이와 어른들이 함께 '냅둬유'를 부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이 곡은 비틀즈의 'Let it be'를 각색했다. 비오는 날 성미산에서 마을 주민들이 "성미산과 함께 살게, 냅둬유"를 외치는 모습은 생태와 공동체에 대한 그들의 마음이 잘 담겨 있다. 다큐 도중 나오는 내레이션은 이를 잘 보여준다.

"작업을 하는 동안 마을은 열여덟 청년이 되었고, 나는 마흔 고개를 넘었다. 간디의 말처럼 마을이 세계를 구할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이 청년에게서 가능성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열린 성미산마을다큐 '춤추는 숲' 언론시사회에서 홍형숙 PD가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홍형숙 PD가 1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열린 성미산마을다큐 '춤추는 숲' 언론시사회에서 "오는 18일 청계광장에서 야외상영을 계획 중이며 성미산 100인 합창단 갈라 콘서트도 볼 수 있을 거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열린 성미산마을다큐 '춤추는 숲' 언론시사회에서 홍형숙 PD가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홍형숙 PD가 1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열린 성미산마을다큐 '춤추는 숲' 언론시사회에서 "오는 18일 청계광장에서 야외상영을 계획 중이며 성미산 100인 합창단 갈라 콘서트도 볼 수 있을 거다"고 말했다. ⓒ 유성호




강석필 감독의 데뷔작인 <춤추는 숲>은 그의 부인인 홍형숙 감독이 프로듀서를 맡아 탄생했다. 두 사람은 10여 년 전 아이 키울 곳을 찾다가 성미산 마을에 정착했다. 2007년부터 마을의 다큐 3부작을 기획하던 중, 2010년 싸움이 발생하자 마을과 자신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기 시작했다. 홍 감독은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의 한국 귀국과 독일 귀환을 담은 <경계도시1>과 <경계도시2>를 연출한 바 있다.

강 감독은 "다른 삶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담았다"며 "다큐는 막막한 현실에서도 유쾌하게 벗어나는 마을과 그 사람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들이 꿈꾸는 걸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5명이 모이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이 작품을 통해서 더불어 살 수 있는 꿈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춤추는 숲>은 후속편도 예고돼 있다. 마을에서 나고 자고 세 아이의 성장기가 2편으로, 마을 주민이자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장인 유창복씨의 시선으로 본 마을의 미래상이 3편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겨우 10개 개봉관으로 시작... "<워낭소리>처럼"
 
 1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열린 성미산마을다큐 '춤추는 숲' 언론시사회에 관계자들이 영화를 보기 위해 상영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춤추는 춤'은 지난 2010년 홍익재단에 맞서 성미산 마을의 분투기를 담은 다규멘터리이며 오는 23일 전국 열 개의 개봉관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CGV상암, CGV대학로, 인디스페이스, 아트나인 영화관에 관람이 가능하다.

1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열린 성미산마을다큐 '춤추는 숲' 언론시사회에 관계자들이 영화를 보기 위해 상영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춤추는 춤'은 지난 2010년 홍익재단에 맞서 성미산 마을의 분투기를 담은 다규멘터리이며 오는 23일 전국 열 개의 개봉관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CGV상암, CGV대학로, 인디스페이스, 아트나인 영화관에 관람이 가능하다. ⓒ 유성호


다큐는 제10회 서울환경영화제 국제경쟁부문에 선정돼 오는 12일 오후 3시 30분 CGV용산에서 상영된다. 15일 오후 8시에는 CGV압구정에서 김정헌 서울문화재단 이사장, 송호창 무소속 의원이 참석하는 특별시사회가 열린다. 또 18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도 야외상영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정식으로 개봉되는 23일, 개봉관은 전국 10개에 불과하다(관람 정보는 누리집 참고). 배급을 맡은 '스튜디오 느림보'의 고영재 대표는 "6개의 개봉관으로 시작한 <워낭소리>가 전국 290만의 관객수를 기록했던 것처럼, 성미산 마을 사람들의 행복 바이러스가 개봉관을 100개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춤추는 숲 강석필 감독 성미산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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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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