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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수의 영화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알자지라 다큐 영화제는 국제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들을 다루고 좀 더 다양성과 다문화적인 작품들을 선정하고 있다. 장편, 중편, 단편, 인권,뉴 호라이즌 등 다섯개 부문에 걸쳐 17개의 작품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어쇽 타파 감독이 받은 상금은 15000QL, 미화로 약 4000$정도 된다. 사진 : 어쇽 타파씨 제공
▲ 9회 알자지라국제다큐멘터리 필름페스티벌 단편 부문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어쇽 타파 감독 세계 유수의 영화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알자지라 다큐 영화제는 국제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들을 다루고 좀 더 다양성과 다문화적인 작품들을 선정하고 있다. 장편, 중편, 단편, 인권,뉴 호라이즌 등 다섯개 부문에 걸쳐 17개의 작품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어쇽 타파 감독이 받은 상금은 15000QL, 미화로 약 4000$정도 된다. 사진 : 어쇽 타파씨 제공
ⓒ 사진 : 어쇽 타파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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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1일, 제 9회 알자지라 국제다큐멘터리 필름 페스티발(이하 영화제) 단편부문에서 <코리안 드림>이라는 작품이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올해 '세계를 위한 창'이라는 주제로 열린 영화제는 CNN, BBC와 함께 세계 3대 방송국이라고도 불리는 아랍권 최대 미디어 그룹인 알자지라 네트워크가 주관했다. 다큐멘터리 영화제 중에서 가장 인정받는 행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올해 제출된 90개국 1400여 개의 작품 중에 30개국 205개의 작품만이 본선에 초대되고 그중에서도 최종 17개 작품만이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코리안 드림>의 작품성과 주제의식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쾌거인 것이다.

하지만 이 수상은 그리 축하할 일만은 아니다. 이 작품은 코리안 드림을 쫓아 한국에 오는 이주노동자들의 차가운 '현실'을 다루고 있다. 2009년에 기습연행돼 본국으로 강제추방을 당했던 미누(미노드 목탄)씨가 활동하던 다국적노동자밴드 스탑크랙다운에 초점을 맞춰서 이주노동자들을 대하는 한국의 배타적이고 폭력적인 태도 그리고 그에 대한 이주노동자들의 생각과 느낌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감독은 한국인이 아니다. 그 자신도 '코리안 드림'을 쫓아 한국에 왔던 이주노동자였던 어쇽 타파씨이다. 꿈을 쫓아 한국에 왔다가 현실에 부딪혀 카메라를 들게 됐고 이주노동자 운동에 참여했다가 본국에 돌아가서도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한국의 현실을 그린 '코리안 드림'이 권위있는 영화제에서 수상했음에도 정작 그 꿈의 나라인 한국은 무관심하다. 기쁘지만은 않은 이 수상을 한국사회에 알리고 그 수상의 의미와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좀 더 듣기 위해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어쇽 타파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초청된 205개의 영화들이 다 훌륭했어요. 카타르 도하의 쉐라튼 호텔에서 있었던 영화제는 굉장히 화려했죠. 그 자리에 감독으로 초청된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어요. 다양한 국적의 15명의 심사위원들이 <코리안드림>을 선택해줬어요. 상타는 건 예상 못했어요. 수상이 결정되는 순간 굉장한 기뻤고 네팔을 대표해서 상을 탔다는, 이주노동자들을 대표해 상을 탔다는 강한 책임감 같은 게 느껴졌어요. 네팔 사람으로서 국제 영화제에서 상을 탄 것이 최초일 거예요. 그만큼 네팔 언론의 관심도 뜨겁고 자랑스러워하고 있어요. 이 영화를 통해 네팔에서도 이주노동자의 인권에 대해서, '코리안 드림'에 대해서도 더 많이 관심을 가질 것 같아요. 한국뿐 아니라 아랍에도 네팔 사람들 많이 이주노동 가 있어요. 이번에 상 타면서 그쪽 언론에도 보도가 됐어요. 그쪽 사람들도 그런 문제들 같이 관심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네팔을 여행하다 보면 코리안 드림을 쉽게 느낄 수 있다. 강남스타일은 물론이고 <꽃보다 남자> <엽기적인 그녀>와 같은 한국드라마 팬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한국인 여행자에겐 대부분 동경의 눈빛을 담아 호의적으로 대한다. 네팔인들은 열악한 경제사정으로 인해 세계 100여 개국으로 이주노동을 떠나고 있다. 이들에게 한국은 가장 가고싶은 나라 중 하나이다.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니다.

유사한 기후와 생김새와 더불어 한국은 좋은 나라, 멋진 나라라는 환상이 네팔 젊은이들에게 있다. 한국으로 가기 위한 관문인 고용허가제-한국어능력시험의 경쟁률은 치열하며 이를 위한 학원도 카트만두 시내 어디서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에 가서 겪는 현실은 꿈과는 다르다. 영화의 주인공인 미누, 영화의 감독인 어쇽 타파 감독도 모두 이 꿈을 갖고 한국에 가서 현실과 만났다.

"대학을 다니다가 외국으로 가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때가 2000년인데 호주로 유학을 가는 것과 한국에 산업연수생으로 가는 것을 신청했어요. 그러다 한국에서 먼저 비자가 나왔고 한국에서 뭘 배워와야겠다는 생각으로 한국에 갔죠. 영화에도 나오지만 미누씨도 마찬가지에요. 한국은 불교국가니까 사람들도 착하고 차별같은 것도 없을 것 같다. 한국은 잘 살고 좋은 나라니까 하는 그런 판타지가 있었죠. 그때 호주에 유학을 갔다면 어땠을까. 인생이 또 다른 모습이 아니었을까 종종 생각하기도 해요.

이들이 한국에 가서 만난 현실은 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3D 작업과 차별이었다. 가구공장, 도금공장, 봉제 공장등에서 일하며 이들은 현실을 조금씩 알아갔다. 그리고 2002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대대적인 강제추방은 이들에게 한국이 자신들을 한국사회의 일원으로도, 최소한의 사람으로도 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또 강제추방이라는 것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카트만두 근처의 랄리뿌르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 그는 영화 속 미누의 얘기는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모든 차별당하는 이주노동자의 얘기이기도 하다고 얘기한다. 너무 부푼 꿈을 갖고 한국에 가기 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한국에 갔으면 좋겠다는 얘기와 함께 한국도 좀 더 좋은 나라가 됐으면 한다고 한다. 뒤로 어쇽씨의 소식을 다룬 네팔 언론들의 기사가 스크랩돼 있다. 대부분 지난 작품의 소식들이고 아직 이번 수상에 대한 기사는 많아서 정리가 안돼 있다. TV, 신문 등의 인터뷰 요청이 많이 오고 있지만 한국 언론에서는 아직 취재 요청이 오지 않는다고 아쉬워 하기도 했다.
▲ 인터뷰 중인 어쇽 타파 감독 카트만두 근처의 랄리뿌르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 그는 영화 속 미누의 얘기는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모든 차별당하는 이주노동자의 얘기이기도 하다고 얘기한다. 너무 부푼 꿈을 갖고 한국에 가기 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한국에 갔으면 좋겠다는 얘기와 함께 한국도 좀 더 좋은 나라가 됐으면 한다고 한다. 뒤로 어쇽씨의 소식을 다룬 네팔 언론들의 기사가 스크랩돼 있다. 대부분 지난 작품의 소식들이고 아직 이번 수상에 대한 기사는 많아서 정리가 안돼 있다. TV, 신문 등의 인터뷰 요청이 많이 오고 있지만 한국 언론에서는 아직 취재 요청이 오지 않는다고 아쉬워 하기도 했다.
ⓒ 김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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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누씨는 92년도에 한국에 왔어요. 한 9년 동안은 그냥 일하고 돈벌면서 평범하게 지냈죠. 그러다가 강제추방 단속이 심해졌을 때 이런 현실에 대해서 눈을 떴어요. 2003년에 스탑크랙다운을 결성해서 활동을 본격적으로 했죠. 저도 그때 산업연수생으로 일하면서 뉴스나 라디오를 들으면서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만은 않았어요. 나중에 스탑크랙다운의 공연을 볼 일이 있었는데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있는 분위기가 맘에 들었어요. 여러 나라 사람이 모이면 한국어로 얘기를 하는데 처음 미누씨를 만나고 당연히 한국사람인 줄 알았어요. 한국어를 너무 잘했거든요. 나중에서야 네팔 람인 걸 알았어요. 미누씨의 제안으로 이주노동자 방송국에서 일하게 됐어요."

강제추방이라는 현실은 이주노동자들을 일과 함께 운동도 하게 만들었다. 또한 사람들이 음악, 영상 등을 통해 국적을 넘어 함께 연대하도록 만들었다. 2000년대 중반을 거치며 농성투쟁, 이주 노조 등의 집회나 조직을 통한 운동도 활발했지만 밴드, 영화를 통해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미누와 어쇽 타파 감독도 그들 중 하나였다.

샤말 타파는 2004년 강제추방을 당하고 네팔에서도 이주노동을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다(관련기사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18531) 한국에서 이주노동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본국에 돌아와서도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며 한국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에카타 협동조합이라는 한국단체의 지원을 받는 네팔 단체의 창립식때 어쇽 타파씨가 자원활동으로 행사 영상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이다.
▲ 샤말 타파를 인터뷰 중인 어쇽 타파 감독 샤말 타파는 2004년 강제추방을 당하고 네팔에서도 이주노동을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다(관련기사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18531) 한국에서 이주노동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본국에 돌아와서도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며 한국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에카타 협동조합이라는 한국단체의 지원을 받는 네팔 단체의 창립식때 어쇽 타파씨가 자원활동으로 행사 영상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이다.
ⓒ 김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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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탑크랙다운이라는 그룹이 아주 멋졌는데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도 들었어요. 언젠가는 이들이 쫓겨날 수 있겠다는 불안감, 예상 같은 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이들을 찍어보자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들이 활동을 하다가 쫓겨나는 순간이, 영화적으로도 어떤 결말이 되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한편으로는 노래를 통해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는 카메라로 운동을 하는 셈이고. 미누의 얘기지만, 저의 이야기이도 하고 수많은 이주노동자의 얘기이기도 한 거죠."

어쇽 타파 감독이 영상을 배운 것은 개인적인 이유에서였다. 한 한국인 친구의 제안에 한국에서 영상기술을 배워가야겠다는 생각에 찍고 편집하는 것을 익혔다고 한다. 고된 공장 일을 하면서도 주말에, 쉬는 날에 노는 걸 포기하고 밤 늦도록 영상을 편집하며 열정을 불살랐다. 처음엔 작은 카메라로 작은 행사나 교회에서 영상을 찍었다.

그러다 미누를 만나며 이주노동자 방송국(MWTV)에서 일하며 이주노동자들의 소식을 네팔 방송국에 전하거나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영상들을 찍곤 했다. 그러다가 스탑크랙다운에 초점을 맞춰 촬영을 시작하게 됐다. 이는 이주노동자의 인권에 대한 관심때문이기도 했고 그의 감독으로서의 감 덕분이기도 했다.

이번 영화제에 맞춰 제작된 포스터이다. 사진엔 히말라야 산과 호수가 있는 미누씨의 고향 포카라의 풍경과 서울타워, 아파트 등이 있는 한국의 풍경이 겹쳐져 있다. 호수 물에 반투명하게 주인공인 미누씨의 사진이 어렴풋하게 보인다. 2009년 단속 추방에 걸려 추방당한 스탑크랙다운의 보컬 미누씨는 현재 네팔에서 살아가며 한국과 관련된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다. 미누씨가 한국에 대해서 계속 관심을 갖고 있는 반면에 한국 사회는 강제추방 이후로 미누씨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 영화 <코리안 드림>의 포스터 이번 영화제에 맞춰 제작된 포스터이다. 사진엔 히말라야 산과 호수가 있는 미누씨의 고향 포카라의 풍경과 서울타워, 아파트 등이 있는 한국의 풍경이 겹쳐져 있다. 호수 물에 반투명하게 주인공인 미누씨의 사진이 어렴풋하게 보인다. 2009년 단속 추방에 걸려 추방당한 스탑크랙다운의 보컬 미누씨는 현재 네팔에서 살아가며 한국과 관련된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다. 미누씨가 한국에 대해서 계속 관심을 갖고 있는 반면에 한국 사회는 강제추방 이후로 미누씨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 어쇽 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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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미누가 단속에 걸리자마자 저한테 전화를 했어요. 깜짝 놀랐죠. 언젠가는 이런 일이 올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로 일어나니까 다큐멘터리에 대한 생각보다는 그가 풀려나야 한다, 안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미누가 결국 쫓겨 났고 저도 9년간의 생활을 정리하고 네팔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영화를 마무리 했어요."

미누의 추방은 그에게도 한국생활의 끝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미누의 추방은 결코 미누만의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국에 돌아온 그는 추방 이후의 미누의 감정과 생각에 대해서 인터뷰를 이어갔다. 한국에 계속해서 살고자 했던 미누의 상실감, 18년 동안 살았던 삶에 터전에 대한 그리움, 결국 불법이라는 이름으로 쫓아냈던 한국에 대한 실망감, 그럼에도 지울 수 없는 소중한 추억들, 그리운 마음들, 보고싶은 사람들.

어쇽 타파 감독의 지난 작품인 <눈물에 묻히다(Buried in tears)>도 미누씨의 얘기를 담고 있지만 이번 작품인 코리안 드림에는 추방 이후의 여러 이야기들까지 담고 있어다. 이로써 <코리안 드림>은 영화적인 완결성과 함께 기대와 기쁨, 상실과 슬픔 등 보편적인 공감의 여지를 가지게 됐다.

"한국사람들이 이 영화 때문에 저를 싫어할까봐 걱정돼요. 저도 9년간 한국에 살았고 한국에서 영상을 배웠어요. 한국 음식이 그리워서 네팔에 와서도 한국식당에 자주 가요. 지금도 한국은 좋은 나라라고 생각해요. 한국에도 법이 있고 그 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조금 더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까지 나쁘게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때문에 이 영화 만들게 됐어요.

이주노동자들, 테러리스트 아니고 나쁜 사람 아니잖아요. 한국 공장에서 우리들 필요로 하고 있고 자기들 가족들 위해서, 한국경제 위해서 희생하고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한국 사람들도 다른 나라가서 이주노동 했고, 또 하고 있어요. 제목이 코리안 드림이지만 한국에 대한 얘기만은 아니에요. 카타르에서 수상 소감 말할 때도 내가 이 자리에 서기까지 날 도와주고 가르쳐준 한국 사람들 그리고 다른 어느 나라든 고생하고 있을 이주노동자들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어요."

이러한 심정은 영화 속에서 미누도 얘기하고 있다. 한국에서 겪은 현실과 미운 사람들도 있지만 한국에서 많은 것을 느꼈고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 그리고 한국에서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과 자신이 살았던 거리들, 풍경들에 대한 그리움도 그는 얘기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흐르는 미누와 다른 이주노동자들의 눈물은 그런 복잡한 심정을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

이번 수상으로 인해 국내외적으로 좀 더 입지가 탄탄해진 게 사실이다. 차기 작품에 대한 질문에 한국에서 6년간 일하고 돌아왔지만 몸이 망가지고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한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촬영하고 있고 네팔 사회에 기여하는 한국인들의 활동에 대해서도 구상 중이라고 한다. 그의 활동 영역은 여전히 한국 사회인 셈이다. 그의 이야기에 우리가 더 귀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 자신의 작업실에서 편집 과정을 보여주는 어쇽 타파 감독 이번 수상으로 인해 국내외적으로 좀 더 입지가 탄탄해진 게 사실이다. 차기 작품에 대한 질문에 한국에서 6년간 일하고 돌아왔지만 몸이 망가지고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한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촬영하고 있고 네팔 사회에 기여하는 한국인들의 활동에 대해서도 구상 중이라고 한다. 그의 활동 영역은 여전히 한국 사회인 셈이다. 그의 이야기에 우리가 더 귀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 김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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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한국 가기 전에 네팔엔 한국 사람 많이 없었어요. 근데 한국에 9년 살다 오니까 한국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여행하러 오는 사람, 사업하러 오는 사람도 많고 좋은 일 하러 오는 사람도 많아요. 한국에 대해 안 좋은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네팔에 있는 한국사람들이 좋은 일 하는 것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을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어쇽 타파 감독은 한국이 제 2의 고국이라고 얘기한다. 영화에서 네팔에 돌아간 미누와의 인터뷰도, 내레이션도 모두 한국어로 이뤄졌다. 이 영화를 보여주고 얘기하고 싶은 사람들은 네팔인들 뿐 아니라 한국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인과 함께 사업을 구상하기도 하고 한국 NGO와 함께 일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을 떠났지만 그는 여전히 한국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네팔에서 교육후원사업을 하는 한 NGO단체에 어쇽 타파씨는 현지인 이사로 함께 일하고 있다. 이 단체의 현지 프로젝트 매니저인 김설미씨는 한국인 NGO들과 함께 일하는 네팔인들은 네팔사회의 엘리트로서 학생들의 롤모델이기도 한데 이들 또한 한국에 대한 판타지를 갖고 있으며 이들이 한국에 대한 좋은면 만을 보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문제도 있다는 현실을 알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같이 영화를 보는 시간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해줬다. 인터뷰가 있던 다음 날 이 단체의 사무실에서 축하 파티와 함께 한국인과 네팔인 직원, 자원봉사자 10여명이 모여 함께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눴다.
▲ 네팔에 있는 한국 NGO의 사무실에서 열린 축하 파티 네팔에서 교육후원사업을 하는 한 NGO단체에 어쇽 타파씨는 현지인 이사로 함께 일하고 있다. 이 단체의 현지 프로젝트 매니저인 김설미씨는 한국인 NGO들과 함께 일하는 네팔인들은 네팔사회의 엘리트로서 학생들의 롤모델이기도 한데 이들 또한 한국에 대한 판타지를 갖고 있으며 이들이 한국에 대한 좋은면 만을 보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문제도 있다는 현실을 알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같이 영화를 보는 시간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해줬다. 인터뷰가 있던 다음 날 이 단체의 사무실에서 축하 파티와 함께 한국인과 네팔인 직원, 자원봉사자 10여명이 모여 함께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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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상받은 건 한국사람들과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또 전 세계에 있는 이주노동자들 덕분이에요. 한국 싫어서 이런 영화 만든 거 아니에요. 좋은 나라이니만큼 더 좋은 이미지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네팔 국적이든 한국 국적이든 세계 어디서나 피부색 달라도, 문화 달라도, 말이 달라도 우리 다 사람이니까 누구나 자유롭게 일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한국인들도 미국, 일본같은 데서 차별 당하잖아요. 한국에 꼭 다시 가고 싶어요. 이주노동자로 가는 게 아니라 당당하게 감독으로서 부산국제영화제나 EBS영화제 같은 데 초대받아서 가고 싶어요. 가서 한국사람들과 함께 영화 보고 얘기하고 싶어요."

작년, 강남스타일의 세계적 인기에 한국이 열광했었다. 그 열광은 진보와 보수를 구분하지 않았던 국민적 열광이었다. 보수적인 대통령 후보도, 진보 정치인도 말춤을 추며 이 열광에 합류했다.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인정하는 기쁨을 누군가는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코리안 드림'과 같은 불편한 시각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인정받는 것에 우리가 침묵하고 있다면 이것 또한 차별이 아닐까.

이번 영화제에서 같은 단편부문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작품은 한국계 캐나다인 감독이 찍은 <평양에서 온 편지>다. 북한에 있는 자신과 자신의 아버지의 친척을 찾아가면서 겪은 북한에 대한 여러가지 여정을 담은 작품이라 한다. 하지만 이런 영화의 수상도 남북의 미묘한 상황과 더불어 주목받지 못했다. 작년 영화제 때 한국인 감독 작품의 본선 진출만으로도 "지역 명품다큐, 한류 열풍 잇다"(기사 링크)며 보도되기도 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주제는 무겁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생각보다 신나게 볼 수 있다. 밴드를 다룬 다큐멘터리 답게 적절하게 삽입된 스탑크랙다운의 노래에 저절로 몸이 들썩여진다. 이주노동자들의 저항 과정도 역동적이고 유쾌하게 다뤄졌다. 물론 미누씨의 눈물이나, 우리도 사람이라고 외치는 소모뚜씨의 절절함에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호소력이 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어쇽 타파 감독은 이 기사로 인해 수상이 알려지는 것은 좋지만 또 한국에서 자신의 영화를 초대하지 않게 되는 건 아닌지 거듭 불안해 했다. 감독의 불안과 달리 이번 수상이 강남스타일처럼 달콤하고 좋은 것만이 아닌 한국에 대한 비판과 여러가지 복잡한 상황들에 대한 세계인의 시각을 한국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해외의 여러 영화제와 함께 한국의 영화제에도 영화를 제출할 예정이라 한다. 어쇽 타파 감독의 바람처럼 <코리안 드림>이 한국의 영화제에 공식 초청돼서 한국사회가 이 영화를 함께 보고 다양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코리안 드림, 이대로 괜찮은가, 묻고 싶다.

인터뷰를 마치고 근처에 있는 한국식당 사랑채를 찾았다. 그는 한국생활의 추억과 한국음식에 대한 그리움때문에 한국식당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카트만두에도 한국 교민들과 관광객들로 인해 한국식당이 10곳 이상 생겼다. 최근 들어 네팔인들도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때문에 많이 찾는다고 한다.
▲ 인터뷰를 마치고 찾은 한국 식당 인터뷰를 마치고 근처에 있는 한국식당 사랑채를 찾았다. 그는 한국생활의 추억과 한국음식에 대한 그리움때문에 한국식당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카트만두에도 한국 교민들과 관광객들로 인해 한국식당이 10곳 이상 생겼다. 최근 들어 네팔인들도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때문에 많이 찾는다고 한다.
ⓒ 김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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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쇽 타파 감독의 지난 작품인 <눈물에 묻히다>(Buried in tears)는 2011년 네팔인권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해 한국의 이주노동자의 인권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또 이 작품을 한국이주노동자방송에서 각색한 <우리가 원하는 것들>은 한국의 여러 인권영화제에서 볼 수 있다. 5월 18일에 신사 인디플러스에서 열리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촛불모임 등 회원들이 준비하는 제 4회 작은 인권영화제 꽃에서도 이 영화를 상영하며 어쇽 타파 감독의 인사메시지도 볼 수 있다(안내 링크).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블로그의 제가 연재하고 있는 여행에서 발견하는 인권(http://blog.amnesty.or.kr/)에도 동시 송고할 예정입니다.



태그:#어쇽타파, #이주노동자, #알자지라, #한류, #미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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