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기존 지역투어를 발전시킨 ‘201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가 4월부터 시작합니다. 올해 전국투어에서는 ‘재야의 고수’와 함께 지역 기획기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시민-상근기자의 공동 작품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의 문제를 고민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기사도 선보이겠습니다. 4월, 2013년 <오마이뉴스> 전국투어가 찾아간 첫 번째 지역은 강원도입니다. [편집자말]
강원도의 한숨이 깊다.

강원도는 일상에서 쉼과 치유를 필요로 사람들에게 어머니 품과 같은 휴식을 기대케하는 생명력 넘치는 본향과 같은 곳이다. 그런데 한국인들에게 휴식과 생명의 원천인 강원도가 한숨 쉬는 문제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자살'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0년 강원도의 자살률은 당시 우리나라 자살률, 인구 십만명당 13.6명보다 1.4배 높은 19.2명이었다. 10년 뒤 2011년도 강원도의 자살률은 인구 십만명당 45.2명으로 11년 동안 약 2.4배 증가했으며, 전국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은 지역이 되었다.

강원도 자살 문제를 들여다 보는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자살률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아서가 아니다. 자살은 OECD 가입 국가나 전국에서 1위이면 문제가 되고, 10위면 안심해도 되는 그런 순위의 문제가 아니다. 자살은 한 명의 사망으로 종결되는 그런 '단순한 개인 사건'도 아니다.

통계로 본 강원도의 자살 문제

자살은 남겨진 가족은 물론 지역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인 문제이자, 한 사회 구성원들의 사회적 고통을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환경적인 요소들과 관련하여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다. 자살 문제를 진솔하고 반성적으로 들여다보면서, 자살률 감소라는 과업적인 성과지향을 넘어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라는 생명 공존을 위한 대안 모색을 하는 게 중요하다. 

먼저 강원도의 자살문제에서 두드러진 특성과 그에 대한 과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강원도 자살률이 쉼 없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러한 자살 증가 추세가 모든 연령대에서 나타나는데, 최근 10년간 20~30대는 약 70%, 40~50대 49%, 65세 이상의 노인은 보다 심각해 111.3%의 높은 자살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모든 연령대에서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강원도민이 행복한 생활을 지속하는데 필요한 '그 어떤 요소들'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강원도민의 각 생애주기에 요구되는 교육, 문화, 고용, 복지 등 안전망을 다각적으로 점검하고, 다양한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강원도 스스로의 역량과 기초체력을 정비할 시점이 되었다는 뜻이다.

강원도의 자살문제 두 번째 특성은 매우 심각한 수준의 노인자살이다. 강원도의 노인자살률은 비노인층(15-64세)에 비해 약 2.6배 높고, 특히 80세 이상의 고령 남녀 노인의 경우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노인인구비율 15%의 고령사회로 진입한 강원도에서 노인자살이 심각하다는 것은 우리나라 농어촌 지역, 고립 지역 노인들의 삶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강원도에서 농사를 짓는 노인들은 매년 폭설과 냉해, 폭우를 반복적으로 겪는다. 하지만 농어촌 노인들의 사정이 적극적으로 고려되지 않은 중앙 중심의 노인보건복지정책은 그다지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역은 개발되는데, 그 경제 발전이 노인들의 삶과는 무관하고, 지역이 개발될수록 노인들은 익숙한 사람과 공간이 사라져 더 이상 마을이 주는 재미조차 없어진다. 이런 상황을 두고 노인들은 한마디로 "낙이 없다"고 정의한다.

그들은 왜 죽음을 택했을까

노인 자살 문제가 심각하다. 사진은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한 장면.(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노인 자살 문제가 심각하다. 사진은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한 장면.(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 세인트폴시네마

관련사진보기


이 '낙'은 단순한 재미나 즐거움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삶의 기쁨, 보람, 그리고 내가 공동체에 필요한 존재라는 어떤 자아감 등이 함축된, 진정한 '나'에 대한 문제다. 아직 노년기를 경험하지 못한 강원도 구성원들(또 우리 사회 모두는)은 이런 노인의 심정을 이해해야 한다. 

결국 노인들에게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서의 '낙'을 명확히 규명하고 이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 이게 강원도가 노인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업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 세 번째 자살 문제의 특성은 바로 강원도의 '조용함'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소리없는 아우성'이다. 필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강원도는 지금 자살문제를 대처하면서 여러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일단, 자살률 높은 지역이라는 오명에 대한 주민들의 불편한 감정이 존재한다. 이 불편한 감정은 자칫 강원도가 자살 문제를 똑바로 응시하는 걸 어렵게 하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자살률이 높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수년간 증가하고 있는 자살 문제에 적절한 대처 못하는 게 더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따라서 강원도의 첫 과제는 바로 이 자살에 대한 지역의 수치감, 그리고 주민들의 오해를 풀어내야하는 것이다. 여기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원도가 뭔가를 추진하고자 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지역의 재정상태나 전문가 확보수준이 취약하다. 이러한 면에서 강원도는 마치 손발이 묶인 것 같은 답답함이 있을 것이다.

강원도에서는 광역정신보건센터유치를 통해 도내 자살예방사업에 대해서도 박차를 가하고자 했겠지만, 광역센터와 파트너십을 갖고 사업을 전개할 지자체의 역량들이 각양각색이라 일관된 정책을 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강원도는 의지를 갖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사실 자살예방정책은 자살률을 기적처럼 떨어뜨려 "봐라!" 할 만한 성과를 내기도 어렵고, 주민들이 "반드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으로 여겨 "내 세금을 쓰세요"라고 우선적으로 동의하기도 어려운 과제이다.

그러나 도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지켜야하는 기본 의무와 책임에 대해 강원도가 조용해서는 안 된다. 굳이 '의지'와 '결단'이라는 힘 들어간 용어로 강원도에 부담을 주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강원도의 의지와 결단에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이 걸려 있고 더 나아가 강원도의 미래 생명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이웃, 이래서 중요하다

이 글을 통해 필자는 자살예방을 위한 특별한 정책, 예산 배정, 시시템 구축과 같은 화려하고 꿈 같은 대안만을 전개하자는 게 아니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좋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자살예방을 위해 주민 한사람 한사람이 참여하는 사회문화적 접근, 공동체적 접근이다. 즉 강원도민이 서로에게 기여할 수 있는 기회와 동력을 통해 '생명공동체 질서'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

강원도가 잃어가고 있는 본연의 이웃성(neighborhood)을 회복하고, 자살에 대한 두려움과 편견을 깨고 함께 "한 번 해보자"는 의지도 중요하다. 재정과 전문가 부족을 핑계대면 끝이 없다.

강원도 사람들을 통해, 강원도민이 공감할 수 있는 생명문화를 만드는 것. 이런 문화와 주민들의 공감이 형성되었을 때, 비로소 자살예방정책이 기능할 수 있고, 강원도민 누구라도 죽음을 생각할 때 주저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누구나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제공할 수 있는 공동체 회복. 그럴 때 강원도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쉬러 강원도를 찾는 사람이든, 강원도민이든 지금이 바로 강원도의 탄식에 귀 기울이고 서로를 격려해야할 때임을 기억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을 쓴 박지영은 상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입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학술위원장도 맡고 있습니다.



태그:#강원도, #자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