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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역 환경단체들과 다양한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에너지 절약과 자립자치운동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서울 햇빛발전소협동조합'과 '환경정의' '오마이뉴스'는 [햇빛 서울만들기]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도시형 에너지 자립 모델의 하나인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의 의미를 짚어보고 성과와 한계를 진단합니다. 또, 시민들이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자립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핵발전소'를 줄이고,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첫걸음은 에너지 절약에 있습니다. [편집자말]
부안을 기억하십니까?

2003년 핵폐기장 반대운동으로 전국을 들끓게 했던 고장입니다. 전북 부안은 2년 여 동안 국가폭력에 맞서 피와 눈물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서해안의 조그만 도시입니다. 그 안에는 국책사업으로 추진되었던 정부의 핵폐기장 강행에 맞서 태풍 매미의 비바람 속에서도, 엄동설한 눈보라 속에서도 촛불의 희망을 꺼뜨리지 않았던 주민들이 있습니다.

20년 가까이 안면도, 굴업도, 부안으로 이어지는 격렬한 주민저항과 영덕, 울진, 영광 등 전국을 떠돌며 주민들을 괴롭히고 지역갈등을 일으켰던 핵폐기장 사태의 원인은 원자력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 있었습니다.

부안주민들의 '핵폐기장 반대' 외침은 '에너지정책의 전환'으로 이어졌습니다. 국가에너지정책의 중심을 대형 화력과 원자력 발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잘못된 이 나라의 에너지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부안은 '핵 없는 세상, 생명 평화의 에너지'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치른 대가는 너무나도 엄청났습니다. 반대운동 기간 동안 수많은 구속자와 부상자들이 발생했습니다.

지역공동체는 하루아침에 박살나 버렸습니다. 감당하기 힘든 폭력에 맞서 저항하면서 정부와 지자체에 대한 절망과 분노가 쌓여갔습니다. 하지만 이를 촛불의 마음으로 극복했습니다. 촛불집회를 밝힌 작은 양초는 스스로의 몸을 태워 세상을 밝힙니다.

2011년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고가 터졌습니다. 이웃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입니다. 역사가 증명해 주었습니다. 부안이 옳았다고. 부안주민들이 왜 그토록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고향을 지키려 애썼는지를 밝혀주었습니다. 핵은 죽음입니다. 문제는 지금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자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어느덧 10년, 부안 주민들은 지금

2003년 부안 핵폐기장 반대운동 당시 주민들의 집회 모습.
 2003년 부안 핵폐기장 반대운동 당시 주민들의 집회 모습.
ⓒ 이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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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부안 주민들은 핵폐기장 반대를 뛰어넘어, 스스로 외쳤던 구호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에너지전환을 위한 작은 실천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기를 절약하려는 주민들의 작은 실천에서부터 집과 건물의 지붕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하는 운동으로 이어졌습니다.

부안 곳곳에서는 쉽사리 태양광발전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작지만 의미 있는 실천을 통하여 에너지자립의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생명 평화의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2005년부터 시행된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활용하여 주민들은 시민발전소를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한전으로부터 받아 쓰는 소비자가 아닌, 당당하게 전기를 생산해 판매하는 발전사업자가 되었습니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출자하여 시민햇빛발전소를 세웠고 이는 2010년까지 이어졌습니다.

종교지도자들이 앞장서서 부안성당과 원불교당에 태양광발전을 설치했습니다. 변산공동체학교를 비롯한 시민들의 참여가 뒤를 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린홈 100만호사업으로 바뀐, 당시 태양광주택 10만호사업과 같은 정부지원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습니다.

주민들은 우리 집에서 쓰는 전기를 핵이 아닌 태양으로 교체했습니다. 지금이야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지고 설치비도 1/3이하로 싸졌지만, 당시로는 태양광발전 자체가 생소한 말이던 시절이었습니다. 설치비도 kW당 1000만 원이던 때였는데도 말입니다.

핵폐기장 반대운동에 각성된 지역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에너지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습니다. 에너지에 대한 주민 참여는 에너지자립마을 만들기로 이어졌습니다. 부안 등용마을에서 시작된 에너지자립마을만들기는 주산면 화정마을을 비롯하여 5개 마을로 이어졌습니다. 지금도 정부의 그린빌리지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마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가능에너지는 처음 설치할 때 많은 비용이 듭니다. 하지만 태양과 바람은 청구서를 보내지 않습니다. 운영 유지비가 적게 듭니다.

최초의 투자로 평균 사용연한인 30년 동안 최소한의 비용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일반 전기의 발전원(源)에 따른 원재료 가격의 상승, 즉 대형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의 원료가 되는 석유, 석탄, 우라늄 등의 가격상승과 대형발전소 부지 선정에 따른 사회적 갈등비용에 대한 부담이 없습니다.

핵발전소 해체와 핵폐기물의 처분비용과 같은 사후처리비용은 더더욱 없습니다. 게다가 설치비는 2005년 당시보다 1/3수준으로 싸졌습니다. 시민의 참여가 많아질수록 내수 시장이 활성화되고, 관련 기업에서는 연구 개발과 생산시설의 투자가 이어지게 됩니다. 갈수록 설치비는 저렴해지고, 발전 효율은 높아지고, 수명은 길어집니다. 전 세계가 태양광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이유입니다.

반핵 상징 노란조끼 뒤덮였던 부안, 다시 노랑물결이 일다

한동안 반핵을 상징하는 노란조끼가 뒤덮였던 부안에 다시금 노랑물결이 일었습니다. 유채가 바로 그것입니다. 부안의 농민들은 2004년부터 논과 밭에 유채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농토를 기름지게 하여 땅심을 살리는 녹비작물로 선택한 유채(油菜)가 이름처럼 식물성 기름작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농민단체가 조직적으로 참여하여 부안의 유채밭은 점점 확대되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부안의 유채밭 조성사업은 2009년부터 3년 동안 정부의 바이오디젤용 유채시범사업에 선정되어 해마다 150~ 180ha의 논밭으로 넓혀졌습니다. 

유채기름으로 만든 바이오디젤은 경유를 대체하는, 논과 밭에서 생산하는 석유입니다.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농민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친환경 석유입니다. 공기를 정화하며, 수확한 씨에서 추출한 기름은 식용유가 되어 식탁을 기름지게하고, 농기계와 자동차를 굴리고, 전기를 생산하여 지구를 식히는데 일조합니다. 수확하고 남은 유채 짚은 토양을 비옥하게 합니다.

식용으로 무쳐먹는 등 쌈 채소로 입을 즐겁게 하고, 기름을 짜고 난 유채 찌꺼기는 훌륭한 바이오매스의 자원이 되고, 친환경 농업을 가능하게 하는 유기농 퇴비가 되고, 양질의 가축사료가 됩니다. 또한 부분적으로 위기에 처한 우리 농업의 대안이 됩니다. 유채는 보리나 밀처럼 가을에 심어 봄에 수확하는 2모작 작물입니다.

에너지작물에 대한 지원은 무역제재의 대상이 되지 않기에 정부나 지자체가 의지만 있다면 생산농민에 대한 소득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유채는 이렇듯 농업의 공익적인 가치를 높이고, 농민에게 실익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자원순환형 농업을 이끌어 냅니다. 게다가 유채는 4~5월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노란 꽃을 피웁니다.

노란 꽃밭은 많은 도시인에게 멋진 자연경관을 제공하며, 관광자원으로 활용됩니다. 꿀을 생산하는 양봉업에서는 중요한 밀원(蜜源)입니다. 이외에도 유채기름은 경유를 대체하는 디젤엔진 연료, 윤활유, 인쇄용 잉크, 세정제, 화장품, 플라스틱 가소제, 세제류의 무독성 계면활성제, 방역 소독 경유를 대체하는 등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을 만들어 냅니다.

초기 유채재배에 참여한 농민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냉해로 유채가 얼어 죽고, 기러기와 같은 철새들이 뜯어 먹어 한 해 농사를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식물 석유를 생산한는 에너지 농민으로서의 자부심으로 이 사업에 참여했습니다.

부안군에서도 이를 격려하며 지원을 했습니다. 유채꽃 축제까지 개최하며 진행되던 이 사업은 3년의 시범사업을 끝으로 정부에 의해서 폐기되었습니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노력에 정부가 찬물을 끼얹은 셈입니다.

에너지 대안을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

태양열 온풍기 제작 작업 중 검은색 스프레이를 뿌리는 모습.
 태양열 온풍기 제작 작업 중 검은색 스프레이를 뿌리는 모습.
ⓒ 이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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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던 2가지 에너지정책이 있습니다.

하나는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정부가 지원하여 높은 가격으로 한전에 판매할 수 있게끔 하였던 '발전차액지원제도'입니다. 2011년을 마지막으로 폐기되었습니다. 지금은 '의무할당제'라 하여 발전사업자에게 생산하는 발전량의 2%를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도록 하는 제도로 바뀌었습니다. 이후 국내 태양광시장은 급속도로 얼어붙었습니다. 더 이상 늦기 전에 발전차액지원제도는 부활되어야 합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에너지의 97%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우리나라에서 에너지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유용한 정책이 바로 바이오디젤용 유채 재배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폐지하였습니다. 국제 유채가격과의 차액을 근거로 자국의 시장을, 그것도 지역주민에 의해 어렵게 만들어진 정책을 정부가 앞장서서 폐기했습니다. 이것은 에너지 대안을 위한 전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행동입니다.

그래도 에너지 대안을 위한 주민들의 노력은 중단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곳곳에는 숨어있는 에너지 장인들이 있습니다. 내가 쓰는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보급하는 분들입니다.

고효율 화목난로와 태양열 온풍기 등을 직접 제작하는 적정기술 장인들과 소형풍력발전기, 자전거발전기, 바이오매스 시설 등을 직접 제작하는 장인들이 있습니다.  자르고, 붙이고, 박고, 때우다 보면 난로가 나오고, 발전기가 완성됩니다. 부안의 중, 고등학교마다 자전거발전기가 돌아갑니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것입니다. 선배가 만들어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후배들은 이어서 동아리를 만듭니다.

에너지에 대한 시민들의 다양하고 직접적인 참여는 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가능케 합니다. 지자체의 에너지 정책을 이끌 수 있고, 이들이 모여 국가의 에너지 정책을 바꿔낼 수 있습니다.

산·들·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생거부안'을 3000만 원의 지역발전 지원금에 팔아넘기지 못한다는 신념. 후손에게 물려줄 고향을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었던 부안 할머니의 마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대운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의 대안을 스스로 만들어가기 위한 크고 작은 노력이 부안 곳곳에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부안 주민들은 핵폐기장 반대투쟁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깨닫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이제는 '주는 대로 써라!'가 아니라 '알고, 제대로 쓰자!가 돼야 합니다. 부안 주민들은 몰랐던 시절, 되는 대로 쓰면서 살았던 전기가 핵폐기장의 악령으로 되돌아왔던 아픈 기억을 잊지 않고자 합니다. 지난 우리 삶에 대한 깊은 성찰로부터 반성과 고백으로, 작지만 의미 있는 실천을 이어나가려 합니다.

희망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곁에서 함께 숨 쉬며 자라고 있었습니다. 단지 먼 곳만, 높은 곳만 우러러 보던 우리들의 영혼이 너무나 오염되어 발견할 수 없었을 따름입니다.

애써 눈 감고 귀 막은 정부의 태도가 바뀌길 기대하기에 앞서, 주민 스스로 희망이 되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 길이 외롭지 않길 바라뿐입니다. 반가운 소식이 이어져 들려옵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에너지자립을 꿈꾸는 마을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도 마을공동체와 에너지자립마을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공명(共鳴), 껴울림입니다.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이현민 부안시민발전소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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