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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기존 지역투어를 발전시킨 '201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가 4월부터 시작합니다. 올해 전국투어에서는 '재야의 고수'와 함께 지역 기획기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시민-상근기자의 공동 작품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의 문제를 고민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기사도 선보이겠습니다. 4월, 2013년 <오마이뉴스> 전국투어가 찾아간 첫 번째 지역은 강원도입니다. [편집자말]
강원도 영월읍에서 차로 10여 분 떨어진 연당리에 있는 연당중학교. 전교생이 23명뿐인 이곳에 한 달여에 한 번씩 특별한 수업이 열린다. 성신여대 학생과 교수들이 교과수업, 인문학 특강, 진로 멘토링을 하는 것. 새로운 교육에 대한 갈증, 시골의 작은 학교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 더해져 생긴 수업이라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는 '연당문화학교'를 찾았다.

"실험을 하니까 아르키메데스 부력이 더 이해가 잘 되요"

교과수업 중 아이들이 대학생 선생님과 함께 실험하는 모습
▲ 연당문화학교 교과수업 중 아이들이 대학생 선생님과 함께 실험하는 모습
ⓒ 연당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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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가 갖는 환경적인 한계가 있어요. 주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자원도 제한적이고. 그래서 여러 가지로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데, '연당문화학교'는 그런 면에서 우리랑 잘 맞았죠."

연당중을 찾은 지난 4월 26일, 학생부장인 김정규 선생님이 '연당문화학교'의 취지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연당문화학교'는 연당중이 2008년부터 매년 성신여대 봉사동아리 '나눔과 베품'과 함께 여는 교육프로그램. 학기 중 있는 세 번의 교과 관련 수업과 멘토링, 여름방학 중에 하는 캠프, 1년에 3~4차례 있는 성신여대 교수들의 특강으로 이루어져 있다. 캠프를 제외한 모든 수업은 서울에서 영월까지 오가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주로 토요일에 진행된다.

처음 시작은 영월이 고향인 성신여대 경영학과 이성근 교수의 아이디어였다. "고향에 기여하고 싶기도 했고, 입시교육이 아닌, 어린 아이들이 즐겁게 배울 수 있는 교육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추진하게 됐다"고 이성근 교수는 설명했다.

'나눔과 베품' 동아리를 만든 것도 이성근 교수의 노력. 처음 3년간은 교수들의 특강 위주로 진행하다 자원봉사로 갔던 대학생과 아이들이 어울려 잘 지내는 것을 보고 체험과 멘토링 위주로 프로그램으로 바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대학생 선생님들의 역할이 많다. 우선, 학기 중 3번의 방문을 통해 아이들에게 색다른 수업을 선보인다. 수업은 되도록 연당중 학생들이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수학이나 과학 실험 위주로 진행된다. 연당중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찬솔군은 "아르키메데스 부력을 수업시간에 배우긴 했는데 대학생 선생님들과 함께 실험을 하니 더 잘 이해가 됐다"며 "안 해봤던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한다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진로에 관한 실질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다는 것도 대학생 선생님이 갖는 강점 중 하나. '나눔과 베품' 회장을 맡고 있는 문계령(간호학과 3학년)씨는 "동아리 회원들이 수학과, 생명공학과, 간호학과, 경영학과, 법학과, 중어중문학과 등 다양한 학과로 구성된 데다 아이들과 세대차이도 얼마 나지 않아 소통이 잘 되는 것 같다"며 "대학생이라서 줄 수 있는 경험적 지식들이 아이들의 진로나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교 밖 인적-물적 자원 활용이 큰 장점

'연당문화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이 협동놀이를 하는 모습
▲ 2012 연당문화캠프 '연당문화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이 협동놀이를 하는 모습
ⓒ 연당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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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중 진행되는 연당문화캠프는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많은 프로그램. 성신여대 학생들과 교수, 연당중 학생, 학부모, 교직원 모두가 함께하는 캠프는 아이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준다. 지난해는 5일 동안 교과수업, 남한강 생태탐사 라이딩, 동강 트래킹 등을 했다. 연당중 3학년에 재학 중인 임예슬양은 "친구들과 같이 잠을 자고 노는 것도 재미있고, 자전거를 타고 했던 생태탐사도 좋았다"고 말했다.

올해는 서울에서 진로를 주제로 캠프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김정규 선생님은 설명했다. 학생들은 대학생 언니, 누나들과 팀을 이뤄 자신의 꿈과 관련해 만나고 싶은 인물, 가고 싶은 장소를 가고, 기업체 탐방을 하며 미션도 수행할 예정이라고.

이외에도 성신여대 교수들의 참여로 이뤄지는 특강은 학부모 또는 학생 대상으로 진행된다. 강연 교수는 때마다 다르며, 강연자의 특성에 따라 강의 내용도 인문학, 철학, 경영학 등 다양하게 나뉜다. 강사 섭외는 '연당문화학교'를 총괄하는 성신여대 경영학과 이성근 교수가 맡았다. 이성근 교수는 "'연당문화학교'의 취지에 동의하기에 특강을 해주는 교수들 모두 무료로 강의를 해준다"고 말했다.

시골에 있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혜택을 덜 받는 아이들에게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다는 바람은 '연당문화학교'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 김정규 선생님은 "지역사회에서도 쉽게 끌어들이지 못하는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연당문화학교'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연당문화학교'가 특별해 보이는 건 지역적 한계를 넘어 학교와 사회가 함께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고, 성장과 발달을 돕기 위해 노력한다는 데 있다. '스마트한 세상'만 지역간 경계를 허무는 건 아닐 터. 교육교류를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마음을 나누고, 서로에게서 배우는 모든 과정이 아이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이자 교육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강원도교육청 블로그 '학구파'에도 기사가 게재됩니다.



태그:#연당문화학교, #연당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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