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보성녹차밭
 보성녹차밭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온통 싱그러운 봄빛이다. 오월, 신록의 계절이라고 불릴 정도로 산빛도, 물빛도, 하늘빛도 초록 세상이다. 신록을 예찬하며 그 신록에 파묻혀 자연과 온전히 하나가 되는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지는 자연의 품속에서 담담하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 이것이 초록여행의 시작일 것이다. 여기에선 이미 널리 알려진 여행지부터 아직은 덜 알려진 9곳을 초록여행지로 선정해봤다.

[경남 산청] 싱그러운 초록빛의 첩첩 산자락, 대원사 계곡

 지리산 대원사와 대원사계곡
 지리산 대원사와 대원사계곡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대원사는 신라 진흥왕 때 창건한 사찰로 알려져 있으며, 울산 석남사와 예산 수덕사의 견성암과 더불어 비구니 사찰로 유명하다. 한국전쟁 때 폐허가 된 것을 법일 스님이 복구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국불교계의 큰스님 성철 스님이 처음 불가에 발을 들여놓은 곳이기도 하다.

대원사 가는 길은 계곡을 아래에 두고 산허리를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이다. 계곡 좌우로 깊은 협곡을 이루고 있는 이곳은 첩첩 포개진 산자락, 울창한 숲, 집채만 한 바위 사이로 흐르는 흰 물줄기가 강렬하다. 싱그러운 초록빛에 저도 모르게 눈을 열다 어느새 귀를, 코를, 나중에는 입마저 벌리게 되는 무방비 상태가 된다.

[경북 포항] 12폭포가 빚어내는 아름다움의 절정, 내연산

 포항 내연산 연산폭포
 포항 내연산 연산폭포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비하대가 병풍처럼 깊고 넓은 소를 둘러싸고 쌍 굴인 관음굴 옆으로 두 폭의 폭포가 물줄기를 쏟아낸다. 연산폭포로 가는 구름다리가 폭포 위로 걸쳐 있다. 신선이 학을 타고 오르내렸을 학소대, 구름다리를 건너면 연산폭포다. 내연산 최고의 폭포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폭포로 하늘에서 떨어져 검푸른 소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물줄기가 장대하다.

내연산은 경북 포항시 송라면에 있다. 보경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보경사 옆 수로를 따라 등산로로 접어들면 된다. 제6폭포인 관음폭포와 제7폭포인 연산폭포까지는 2.5km 정도로 쉬엄쉬엄 가도 왕복 서너 시간이면 충분하다. 아이들과 함께 오르기에도 무난한 산길이다.

[경기 포천] 수도권의 큰 쉼표, 국립수목원

 국립수목원과 광릉
 국립수목원과 광릉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광릉수목원'으로 더 알려진 국립수목원은 광릉숲에 자리하고 있다. 광릉숲은 조선 세조가 세상을 떠난 해인 1468년부터 국가적으로 엄격하게 보호·관리되어 왔다. 세조는 생전에 이곳을 둘러보고 능터를 정한 후 경작과 매장을 금했다. 이후 조선왕조 내내 풀 한 포기 뽑는 것조차 금기시된 보호지역이었다.

국립수목원은 사전에 예약한 사람만 입장할 수 있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개방하며 일요일, 월요일, 신정, 설날, 추석연휴는 쉰다. 입장료는 1000원이고 주차비는 3000원이다. 예약, 대중교통 이용 등 자세한 사항은 국립수목원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제주] 행복을 찾아 떠난 치유와 명상의 숲, 절물자연휴양림

 제주절물자연휴양림
 제주절물자연휴양림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이곳에서 난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일상의 번잡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발걸음도 조심조심, 최대한 숨을 죽이고 한 발 두 발. 때론 땅을 향해 허리를 낮추고 고개를 숙이기도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지만 소란스런 소리들은 이내 나무와 나무 사이에 묻혀버린다.

절물휴양림 안에는 삼울길, 생이소리질(새소리길), 오름길, 장생의 숲길 등이 나 있다. 입구에서 시작되는 삼울길과 생이소리질은 5.6km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오름길은 800m 정도로 생이소리질과 이어지며 장생의 숲길은 11.1km로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이외에도 휴양림 안에는 코스 별로 다양한 길이 있어 시간과 체력에 따라 적당한 산책 코스와 트레킹 코스를 정하면 된다.

제주절물자연휴양림은 제주 시내에서 20여 분 거리에 있다. 제주시 명림로 584번지에 있다.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300원이다. 숲속의 집, 휴양관 등에서 숙박도 할 수 있는데, 매달 1일 9시부터 다음 달 예약이 시작된다. 휴양림 이용에 관한 자세한 것은 절물휴양림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전남 보성] 연인들의 싱그러움, 보성녹차밭

 보성녹차밭
 보성녹차밭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흔히 보성차밭의 매력을 들자면 삼나무 숲을 첫손에 꼽는 이들이 많다. 그도 아니라면 4, 5월에 찻잎 따는 풍경을 들기도 한다. 삼나무 숲은 각종 CF와 드라마로 이미 유명세를 얻었고, 찻잎 따는 풍경은 이미 사진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여행자는 그런 각색된 풍경보다 그냥 차밭의 일상이 좋다. 차밭을 걷는 젊은 연인이라든지, 손자의 손을 꼭 잡고 힘겹게 오르는 할머니라든지, 더워서 가기 싫다는 아이를 종용하는 아주머니라든지, 무리가 아닌 그저 한 둘이서 차밭을 손질하는 일꾼들이라든지, 이를테면 이런 풍경들이다. 차밭을 거닐며 카메라에 담고 풍경에 감탄하는 그저 그런 차밭의 일상이 좋다.

그런 일상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것이 바로 차밭의 곡선이다. 구불구불 낭창낭창 스멀스멀 기어가는 듯한 차밭의 수십 개 몸뚱어리가 일제히 꿈틀대는 모습은 한 폭의 작품이다. 이런 풍경은 차밭을 오르면서 보는 것보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훨씬 또렷해진다.

1939년 우리나라의 차 재배의 적지를 찾던 일본인 차 전문가들이 이곳을 점찍었다. 이후 1941년에 일본인 회사 경성화학주식회사가 야산 30정보에 인도산 차나무를 심으면서 기업식 재배가 시작되었다. 물론 이곳에 차가 재배된 것은 훨씬 예전부터이다.

[전북 부안] 열 번을 가도 즐거운 곳, 직소폭포 가는 길

 내변산 직소폭포 가는 길의 산정호수
 내변산 직소폭포 가는 길의 산정호수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열 번을 넘게 이곳을 다녀왔는데도 직소폭포 가는 길에서 만나는 산정호수는 매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하늘이 바로 눈앞인데/ 이곳이 무한 천공이란 생각이 든다// 여기 와서 보니/ 피안이 이렇게 좋다// 나는 다시 배운다/ 절창의 한 대목, 그의 완창을 - 천양희 시 <직소포에 들다> 가운데

내변산탐방지원센터에서 직소폭포까지는 2.2km, 왕복 4.4km로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쉬이 다녀올 수 있는 평탄한 길이다. 그러나 그 길의 풍광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선인봉, 실상사 터, 봉래구곡, 산정호수, 선녀탕, 분옥담 등 폭포로 가는 길은 잠시라도 한눈을 팔 수 없는 비경의 연속이다.

이 산길이 다소 짧다고 여겨진다면 재백이 고개를 넘어 내소사로 가거나 월명암을 올라 남여치까지 이르는 길을 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강원 평창] 이국적인 풍경, 대관령 양떼목장

 대관령 양떼목장과 양먹이를 주는 아이
 대관령 양떼목장과 양먹이를 주는 아이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해발 800m가 넘는 고원지대에 있는 영동과 영서를 연결하는 관문인 대관령. 대관령 정상에 있는 양떼목장은 6만2000여 평의 푸른 초지에 200여 마리의 양들이 있다. 더없이 너른 초원에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목가적인 풍경은 이국적이기까지 하다.

목장에서는 입장료를 대신해 건초(양먹이)를 판다. 건초를 구입해야 입장할 수 있다. 양들에게 먹일 건초더미는 1인당 4000원(어린이 3500원)으로 양 먹이주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충북 괴산] 옛길 따라 오지를 가다, 산막이옛길

 산막이 옛길과 괴산호
 산막이 옛길과 괴산호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산막이마을이 있는 칠성면 사은리 일대는 조선시대부터 유배지였을 만큼 멀고 외진 곳이었다. 댐이 생기고 나서 50년간 섬 같은 육지로 고립된 산막이 마을은 배가 아니면 건널 수 없었던 오지 중의 오지였다. 덕분에 달래강은 아직도 천연의 생태계를 간직하고 있다.

2009년에 이 길이 열리고 난 후 이곳을 찾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과 더불어 이곳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기도 하였다. 예전에는 이곳에도 35가구 정도가 살았던 제법 큰 마을이었는데, 댐이 생기고 난 후에도 15가구가 남았다고 한다. 지금은 단 세 가구만 살고 있다.

산이 막혀 길이 끝나는 산막이마을은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에 있다. 산막이마을을 가려면 '괴산수력발전소'를 찾으면 제일 쉽다. 수력발전소에서 강 오른쪽 길을 따라가면 주차장이 나온다. 이곳이 외사리 사오랑마을이다. 복원된 산길을 따라 2.5km 정도 가면 산막이마을이 나온다. 길은 누구나 편히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잘 정비되어 있다.

[충남 부여] 1500년 전 백제의 시간을 걷다, 부소산성

 부소산성 낙화암에서 본 백마강
 부소산성 낙화암에서 본 백마강
ⓒ 김종길

관련사진보기


얼핏얼핏 숲 사이로 보이는 길이 너무 곰살맞다. 쭉쭉 뻗은 소나무와 짙은 풀 사이로 허연 속살을 드러낸 야릇한 길이다. 부소산성 숲길은 백제의 여인과 남몰래 단둘이 걷고 싶은 그런 길이다. 꼭꼭 숨겨 놓고 싶은 길.

부소산성 숲길은 전체 4km 정도로 걷는 데 2시간 남짓 걸린다. 낙화암만 곧장 다녀올 거면 왼쪽의 넓은 길이 빠르지만 1500년 전 백제의 흔적을 구석구석 느끼고 싶다면 숲길을 따라 느긋하게 걷는 게 좋다. 백제의 충신 성충, 홍수, 계백을 기린 삼충사에서 옛 성의 흔적을 따라 반월루와 사자루를 거쳐 낙화암과 고란사에 이르는 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 '김천령의 바람흔적'에도 형식을 달리하려 실렸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길의 미식가이자 인문여행자. 여행 에세이 <지리산 암자 기행>, <남도여행법> 등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