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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이후 시작한 한반도 위기가 몇 달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코리아연구원(knsi.org)과 공동으로 현재의 한반도 위기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특집을 8회에 걸쳐서 진행하고자 합니다. 코리아연구원은 정책대안과 국가전략 제시를 목적으로 하는 네트워크형 싱크탱크입니다. 이번 특집을 통해서 중국의 대북정책,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과 위기해법, 개성공단의 위기와 대안, 군사적 충돌 가능성과 신뢰구축, 남북관계 진단과 방향, 미국의 대북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서 현위기의 해법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독자여러분들의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이번 특집에 참여하는 필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장환(한신대 교수), 최종건(연세대 교수), 김진향(한반도평화경제연구소 소장), 김종대(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서보혁(통일평화연구원 HK 연구교수), 송영훈(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김창수(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 김연철(인제대 교수) [편집자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새로운 대북정책 브랜드로 내놓으면서 자신만만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5일 후보시절 그가 여의도 당사에서 외교안보통일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새로운 대북정책 브랜드로 내놓으면서 자신만만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5일 후보시절 그가 여의도 당사에서 외교안보통일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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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출항도 하기 전에 좌초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새로운 대북정책 브랜드로 내놓으면서 자신만만했다. 튼튼한 안보 아래 인도적 지원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통일의 기반을 구축한다는 포부가 컸다.

신뢰 프로세스의 구체적 이행은 ▲인도적 문제 해결 ▲당국 간 대화 ▲호혜적 교류협력 ▲개성공단의 국제화 ▲북핵문제 해결 기여 등으로 제시되었다. 그런데 개성공단이 중단되는 사태에 직면하게 되었다. 인도적 지원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당국 간 대화가 부재한 상태에서 협력과 평화의 거점이 문 닫을 상태가 됐으니, 신뢰 프로세스의 위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박근혜 정부가 출발한 지난 2월 한반도 정세는 평탄하지 않았다. 북한의 광명성3호 2호기 발사 및 3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이어졌다. 또 한국과 미국은 북한을 겨냥한 합동군사연습에 돌입하였다. 그리고 남북한과 미국의 새 최고지도자의 지도력이 국내·외적인 관심을 받고 있었다.

이 세 요소가 어우러지면서 한반도는 천안함, 연평도 사건 이후 최악의 긴장 상태로 빠져들었다. 박근혜 정부의 신뢰 프로세스가 출항하기 어려운 태풍이었다. 그러나 이 태풍은 신뢰 프로세스호의 약점과 선장의 역량 문제로 인해 더 세차 보였다.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따른 안보리의 결의 2094호 채택과 이어 미국의 일련의 핵 무력시위가 전개되면서 북미 간 대결이 정세를 주도하였다. 그러나 핵 무력시위가 지나가고 한미 간 독수리훈련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남북 간 대결이 정세를 주도하는 듯하였다.

개성공단을 대북제재의 일환으로 접근하고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들이 박근혜 정부 고위인사의 입에서 터져 왔다. 그런 상황에서 일회성 대북 인도적 지원을 허용한 것으로 북한에 신뢰의 메시지를 보내기에는 태부족이었다.

대북제재 대상으로 전락한 개성공단

마침내 개성공단이 문을 닫는 지경에 이르렀다. 개성공단이 이 지경까지 된 데에는 역시 북핵문제를 둘러싼 관련국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못하고 충돌한 데서 일차적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개성공단이 평화와 협력의 중심에서 대북제재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작금의 개성공단 사태 불가피성을 남한 노동자의 신변안전에서 찾고 있지만, 북한의 도발에 대한 처벌 다시 말해 대북제재의 일환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 정황상 드러나고 있다.

여기서 박근혜 정부의 김정은 정권 길들이기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으로서도 경제나 군사 측면에서 개성공단을 유지할 필요성이 극히 낮아졌고, 박근혜 정부의 반응을 도발로, 고위인사들의 발언을 모멸적으로 간주하고 있던 터에 연연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남한과 미국의 군사협력 강화로 북한 군부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결국, 남북한 정권은 개성공단을 통해 공유해 온 상생과 평화의 공공재를 함께 파괴한 것으로 기록될 수 있다.

개성공단이 이 지경까지 된 데에는 역시 북핵문제를 둘러싼 관련국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못하고 충돌한 데서 일차적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사진은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전원 철수가 예정된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도 파주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마중나온 관계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입경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개성공단이 이 지경까지 된 데에는 역시 북핵문제를 둘러싼 관련국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못하고 충돌한 데서 일차적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사진은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전원 철수가 예정된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도 파주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마중나온 관계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입경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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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프로세스의 신뢰성 문제

이제 작금의 사태를 박근혜 정부의 입장에서, 신뢰 프로세스의 틀에서 그 원인을 찾고 해법을 생각해보자. 박근혜 정부 출범 2개월여 만에 개성공단 중단 사태가 벌어진 것에는 박근혜 정부가 통제하지 못한 사태나 의도하지 않은 요인이 작용했지만, 그것으로 작금의 사태를 모두 설명할 수 없다. 만약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의 역할, 신뢰 프로세스의 존재감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정세 악화만 지켜보았다. 박 정부는 이같이 악화된 한반도 정세 속에서도 남북관계만큼은 살려서 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들었어야 했다.

현 정부는 대북정책에 대해 대화하거나 협력하려는 노력은커녕, 비난과 압박만이 무성하다. 안보, 강경, 제압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통일부마저 그 대열에 동참하고 고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박 정부는 신뢰 프로세스를 안보와 협력의 균형으로 가동하겠다고 해놓고, 그의 첫 방향을 스스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안보 일변도의 접근을 상황 탓으로 돌린다면 신뢰 프로세스는 머릿속에만 있는 것에 불과하다.

박근혜 정부는 신뢰 프로세스의 두 번째 추진 방향으로 단계적 이행을 제시했는데, 사실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언론, 학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설왕설래가 많았다. 핵심 지적 중 하나는 신뢰 프로세스의 신뢰성 문제였다. 불신이 구조화되어 있는 남북관계에서 북한으로부터 신뢰 프로세스를 어떻게 신뢰받을 것인가. 다른 주변 국가들로부터도 마찬가지다. 대내적인 신뢰 확보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으로부터의 신뢰이다.

대북 제재가 주도하는 국면에서 신뢰 프로세스 가동에 대한 강한 의지를 북에 전달하고 그 징표로 공약했던 인도적 문제 해결과 개성공단 활성화 방안을 밝히고, 이를 위한 당국 간 회의를 제시하고 거기서 북핵문제도 다루는 지혜를 발휘했어야 한다. 인도적 지원과 개성공단 확대는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국내적 신뢰도를 제고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낼 수 있다.

대통령의 책임과 의무

이상의 조치는 실기한 것이 아니다. 우선, 개성공단을 남북 협력과 한반도 평화의 중심으로 살려 더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입장을 진정성과 권위를 갖춰 발표해야 한다. 그리고 개성공단 활성화를 위한 합리적 원칙과 현실적 대안을 내외에 천명하고 이를 위해 북한에 대화를 제의할 필요가 있다.

춘궁기와 만성적 식량부족을 고려해 북한에 10만 톤 이상의 쌀을 지원하는 것도 우리가 관심 두는 인도적 문제 해결 분위기 형성과 북한과의 신뢰 조성에 유익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대북정책을 안보 일변도로 접근하면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대북정책이 실패할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안보지상주의는 청와대의 '외교안보회의'라는 이름에서 잘 드러난다. 통일정책은 실종된 채 대북정책이 이 틀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북한의 핵 능력 강화에 즈음하여 안보태세 강화는 누구도 이견을 달지 못하지만, 그것만으로 한반도 평화가 보장되고 남북 화해협력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대북정책의 주무부서인 통일부에 힘을 실어줘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고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는 과제를 부여해야 한다. 인도주의적 교역을 시작으로 5.24 조치의 단계적 해제도 검토할 때가 됐다. 신뢰 프로세스의 국제적 지지와 북한의 긍정적 반응 유도 차원에서 박 대통령이 오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평화적 해결 의지를 피력하길 기대한다.

남북 간 기싸움으로 대중의 생명과 재산이, 우리들의 꿈이 희생당하는 사태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위기에서 교훈을 찾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신뢰 프로세스를 위기에서 구할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 자신에 있다. 대북통일정책은 다른 어떤 정책 영역보다 대통령의 철학과 역량에 의존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7.4남북공동성명을 구현할 역사적 책임이 있고 대통령 취임 선서를 준수할 법적 의무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코리아연구원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필자는 코리아연구원 연구기획위원이면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로 재직중입니다.



태그:#신뢰 프로세스, #기성공단, #대북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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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연구원은 통일외교안보, 경제통상, 사회통합 분야의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네트워크형 싱크탱크입니다. 아름다운 동행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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