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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센터 '인권중심 사람'이 2년여 준비 끝에 2013년 4월 29일, 드디어 문을 열었다. 이곳은 2914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낸 9억 2000만원으로 세워졌다.
 인권센터 '인권중심 사람'이 2년여 준비 끝에 2013년 4월 29일, 드디어 문을 열었다. 이곳은 2914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낸 9억 2000만원으로 세워졌다.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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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는 남녀 성별 표시가 없었다. 이혁상 <종로의 기적> 감독은 "커밍아웃(성소수자임을 공개)한 뒤 누군가와 화장실에서 마주치면 상대방이 저를 의식하고 작은 두려움을 갖는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는 그런 것 없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어서 좋다"며 웃었다.

현관문부터 모든 공간마다 문턱도 없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대표는 "오고 싶어도 못 오게 되는 (불편한) 공간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턱이 하나도 없다"며 "(휠체어를 탄 채) 문턱을 넘을 때마다 충격을 받아 허리가 아픈데 '이곳'에 와서는 하나도 안 아프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도 (장애인) 맞춤형"이라며 그 역시 웃었다.

성소수자와 장애인만이 아니라 '이곳'에 모인 모든 사람이 웃었다. 바로 인권재단 '사람'이 2010년 11월부터 준비해온 인권센터 '인권중심 사람'(아래 인권센터)이다. 2년여 준비 끝에 2013년 4월 29일 마침내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에 인권센터를 차렸다.

시민 2914명은 스스로 주춧돌이 되어 9억 2000만 원을 모아 성소수자에게, 장애인에게, 또 다른 소수자들과 인권을 고민하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4층짜리 건물을 세웠다. 이곳 1층에는 인권재단 사람 사무실과 교육실이 있고, 1.5층에는 올해 11월 인권도서관 '동화'가 들어설 예정이다. 2층에는 8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다목적홀과 교육장이, 3층에는 섬돌향린교회와 정원이 있고, 4층은 옥상이다.

축의금, 승소비 등이 차곡차곡 모여 세운 '인권중심 사람'

인권센터 '인권중심 사람'이 2년여 준비 끝에 2013년 4월 29일, 드디어 문을 열었다. 이곳은 2914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낸 9억 2000만원으로 세워졌다. 개관식을 마친 후 관계자들이 축하 떡을 자르고 있다.
 인권센터 '인권중심 사람'이 2년여 준비 끝에 2013년 4월 29일, 드디어 문을 열었다. 이곳은 2914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낸 9억 2000만원으로 세워졌다. 개관식을 마친 후 관계자들이 축하 떡을 자르고 있다.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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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센터 '인권중심 사람'이 2년여 준비 끝에 2013년 4월 29일, 드디어 문을 열었다. 이곳은 2914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낸 9억 2000만원으로 세워졌다. 인권센터 소장을 맡은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가 그동안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인권센터 '인권중심 사람'이 2년여 준비 끝에 2013년 4월 29일, 드디어 문을 열었다. 이곳은 2914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낸 9억 2000만원으로 세워졌다. 인권센터 소장을 맡은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가 그동안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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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센터 소장을 맡은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는 "(센터 건립은) 무모한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정말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었고, (모금한) 돈으로 당장 어려운 싸움하는 노동자들을 도와야하는 것 아닌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당초 목표한 10억에 살짝 못 미치는 돈이 모였고, 엘리베이터 등 몇몇 시설은 예상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가는 등 어려움도 많았다.

그럼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친구들의 결혼축의금을 모두 기부한 선은정씨처럼, 재판에서 이기고 받은 1억 원을 고스란히 건넨 익명의 시민처럼, 한 사람당 1만 원씩 주변에서 100만 원을 모아온 한 공무원처럼 많은 사람이 "이 공간을 갈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소회를 풀어놓던 중 잠시 울컥하던 박 소장은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며 말을 마쳤다. 인권센터는 센터 건립에 참여한 2914명의 이름을 새긴 동판을 앞마당 '자유의 뜰'에 세울 예정이다.

한편 이날 인권센터 개관을 축하하러 온 게이코러스 지보이스(G-Voice)는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며 "이 자리에 차별금지법 제정 철회에 동의한 국회의원들도 오셨다고 아는데, 저와 제 동료, 친구들의 노래를 듣고 사과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지난 2월 각각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던 민주통합당 김한길·최원식 의원은 보수기독교단체의 거센 반발에 밀려 4월 24일 끝내 차별금지법 발의를 철회했다.



태그:#인권센터, #인권, #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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