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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나의 젊은 시절을 기억하는 친구이다. 그 친구와 함께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젊은 시절 이야기만 한 시간 넘게 하다 헤어졌다.'

이럴 때 당신이 그 당사자라면 돌아가는 기분이 어떨까? 여전히 그 젊은 시절의 기억에 빠져 가슴이 뛸까? 아니 그 보다는 지금 나이가 몇인데 지난 이야기가 하고 있었는가 싶어 입맛이 쓰지 않을까?

흔히 젊음을 봄에 비교한다. 하지만 화무십일홍이라고, 꽃피는 봄은 길지 않다. 그런데도 늘 우리의 기억 속 계절의 여왕은 봄이다. 하지만 사람은 꽃이 아니라, 꽃도 사실은 꽃이 다가 아니듯이, 봄만을 살지 않는다. 비바람 한번 치고 나면 떨어져버리는 꽃처럼, 청춘의 봄날은 그저 잠시 머무를 뿐이다.

 지난 24일 MBC <라디오스타> '왕년의 학교 스타' 특집에 출연한 배우 (왼쪽부터) 이민우·홍경인·김정현.

지난 24일 MBC <라디오스타> '왕년의 학교 스타' 특집에 출연한 배우 (왼쪽부터) 이민우·홍경인·김정현. ⓒ MBC


최근 MBC <라디오스타>는 90년대 아이돌 그룹 멤버를 초대한 '전설의 조상님' 특집 '왕년의 학교 스타' 특집처럼 한때 잘 나가던 가수나 배우들을 특정한 주제 아래 모아놓곤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그들이 주로 활동했던 과거 시점에 집중이 되고 만다.

90년대 아이돌 특집의 경우, 그 팀에서 가장 못나가던 멤버라는 특정한 주제를 끄집어내서 이야기 주제로 삼다보니,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식이 됐다. 그래서 생각지도 못한 숨은 이야기들이 등장하긴 했지만, 그래봐야 이제 겨우 삼십대 중반인 그들이 한때 아이돌이라는 영광 뒤에 초라해진 모습을 오히려 확인한 것 같아 마음이 쓸쓸했었다.

지난 24일에는 '왕년의 학교 스타' 특집으로 김정현·홍경인·이민우를 데려다 놓고, 한때 잘 나가던 아역이란 주제 아래 똑같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줄곧 김정현 자신도 기억하기 힘든 데뷔 시절의 <모래시계> 출연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다룬다던가 하는 식으로.

이 세 사람이 물론 한때 잘 나가던 아역이기도 했지만, 지금도 중견 연기자로서 각자 뚜렷한 캐릭터를 통해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그런데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과거만을 들춰버리니, 그들의 삶조차 과거에 갇힌 듯한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재작년 KBS 2TV <공주의 남자>에서 스치듯 지나가버린 이민우의 연기는 여전히 존재감이 뚜렷했고, 김수현 작가의 작품마다 김정현의 연기는 여전히 <모래시계>를 기억나지 않게 할 만큼 탁월하다. 또, 홍경인에게 구구절절 '전태일'의(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분신 장면을 설명케 하기 보다는, 차라리 그가 출연했다는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이야기를 들려주도록 했으면 어땠을까?

무엇보다 이 세 사람은 다른 아역들과 달리, 그나마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성공적(?)으로 넘어온 사람들인데, 그 과정의 어려움을 들려주는 게 유익하지 않았을까?

물론 <라디오스타>가 유익하다고 보는 방송은 아니다. 예능으로서 사람들이 공감할 지점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모두가 가장 잘 공감할 그 지점에서 공명을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겠지만, 세상 그 누구도 모를 것 같은 출연자를 데려다가도 모든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낼 만한 능력을 가진 <라디오스타>가 아니던가. 그렇기에 그들의 과거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지금의 그들이 더 궁금했던 시청자는 아역 탤런트였던 그들을 다루는 방식에 아쉬움이 남는다.

허긴, 이제는 어엿한 수요일 밤의 안방을 차지했지만 '다음 시간에 만나요, 제발~'이라고 간청하던 <라디오스타>는 여전히 그 시절의 정서를 이어받고 있다. 한때는 잘 나갔으나, 지금은 사는 게 아슬아슬한 MC들에, 그들과 급이 맞는 출연자들의 만담 퍼레이드가 가장 어울리는 모습이긴 하다.

하지만 수요일의 메인 요리가 된 <라디오스타>가 그 시절의 <라디오스타>가 아니듯, 네 MC 역시 이제는 다음 시간이 불투명했던 B급 MC들이 아니다. 그러니, 뒷골목 술집에 앉아 누구 하나 뜯어 먹을 듯이 굴던 그 진행 방식에도 이제는 조금은 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5252-jh.tysory.com)에 중복 게재되었습니다.
라디오스타 홍경인 이민우 김정현 왕년의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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