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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긴 방학시스템을 갖고 있는 나라다. 프랑스 새학기는 9월 초에 시작되는데 1년 학기가 다음해 6월 말까지 지속된다. 그 사이에 방학이 4번이나 존재한다. 10월 중순에 있는 2주 가을방학, 크리스마스 2주 방학, 2월 중에 있는 2주 겨울방학, 4월 부활절 때 맞는 2주 봄 방학이 여기에 해당된다. 결국 7주 학기를 진행하고 2주 방학을 갖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7월부터 8월까지 2달에 걸쳐 긴 여름방학이 존재한다.

이러한 방학제도는 학기 사이에 4번의 방학이 보통 1주를 넘지 않는 다른 이웃국가에 비해서 긴 기간이며, 여름방학 역시 독일, 영국, 네덜란드가 6주인 것에 비해 2주 정도가 길다.

프랑스 학생들의 연간 수업일수는 144일로 유럽에서 가장 짧고,(참고로 OECD국가의 평균 수업일수는 187일이다)주당 4일 수업 (다른 유럽국가는 주5일 수업이 보통)을 받고 있다. 그러나 초등학생의 경우 평균 하루에 6시간의 수업을 듣기 때문에 하루 수업량이 가장 많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지역별로 방학기간이 다른 이유

3지역의 방학으로 나누어진 프랑스.
 3지역의 방학으로 나누어진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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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겨울방학과 봄 방학은 전국에서 동시에 시작되는 게 아니라 지역을 3개 권역으로 나누어 지역별로 각각 다르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올해 A지역 (리용, 그르노블 등 9개 도시 해당)의 봄 방학은 4월 20일에서 5월 6일까지이며, B지역은 (니스,마르세이유 등 12개 도시에 해당) 4월 13일에서 4월 29일까지, C지역은 (파리와 보르도에 해당) 4월 27일에서 5월 13일까지다.

올해는 B지역에서 처음 방학이 시작되지만 해마다 방학시작 순서가 바뀌어 내년에는 C지역에서 가장 먼저 방학이 시작되고, 그 다음해에는 A지역에서 방학이 먼저 시작되는 식이다.

결국 방학기간을 순차적인 방식으로 조정해, 그 기간 동안 원활한 도로 상황을 유지하고 기차 이용객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겨울에는 스키장 등 특정 관광지에 한꺼번에 너무 많은 휴가객들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관광 사업 활성화를 위한 노력인 셈이다.

프랑스 방학제도의 역사는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교 무상 의무교육이 시작된 1881년부터 프랑스에서는 주 5일 수업이 진행됐는데, 수업이 없는 목요일에는 학교 외에서 행하는 문답식 종교 교육을 진행했다.

제1차 세계 대전까지는 여름에 한 달 동안 방학이 주어졌다. 농업국가인 프랑스에서 한창 일손이 바쁜 여름철에 학생들이 부모를 돕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1936년 'Front populaire'(인민전선)에 의해 처음으로 2주 유급휴가가 도입되었고, 이후 프랑스 경제 부흥 30년 시기가 시작되는데 이 때부터 여름방학은 계속 늘어나게 된다. 1939년에는 여름방학이 7월15일에서 9월 30일까지로 연장되었고, 방학이 10월 말까지 연장되는 해도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긴 여름방학으로 인해 학생들이 새학기가 시작되어도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자, 1950년 대에는 여름 방학 기간이 다시 단축되었다. 한편 1922년에서 1938년 사이에는 여름방학 이외에도 군데군데 짧은 방학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부활절 기간에 2주, 크리스마스 기간에 며칠, 사순절 화요일에 며칠 동안의 방학이 '짧은 방학'에 해당한다

이후 1950년대 말부터는 국가 통제하에 수업일수와 휴일이 엄격하게 강조되기 시작했고, 1956년부터는 학생들의 방과후의 숙제를 금하였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경제적 부흥과 민주화, 관광 부흥에 힘 입어 프랑스의 방학 캘린더는 정치적·도덕적 목적에서 관광업자들의 경제적 목적을 위해 점차 변화되기 시작했다.

1961년 들어 도 차원에서 결정되던 방학기간을 국가가 결정하는 것으로 변경됐고, 아울러 처음으로 관광부와 협의를 거쳐 방학기간이 정해지게 됐다. 1964년부터는 겨울방학과 봄방학을 2개 권역으로 나누어 기간을 달리 정했으며, 1972년부터는 3개 권역으로 확대해 방학 기간을 각각 정하고 있다.

1969년부터는 토요일 오전 수업을 없애게 되는데 (이로써 주당 수업이 30시간에서 27시간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유는 사람들에게 주말여행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여행장려정책은 시골 별장 붐을 일으켰고, 이는 노동자층까지 시골에 별장을 소유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또한 1972년부터 수업이 없는 날을 목요일에서 수요일로 변경하였다.

리비에라 해안의 해변에서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리비에라 해안의 해변에서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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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1980년 '경제사회 심의회'에 의해 프랑스가 여름방학이 가장 길고 대신 하루 수업량이 가장 많은 나라라는 사실이 발표되면서 변화가 생겼다. 이 조사결과를 놓고 소아과 의사와 교육자들은 "수업량으로 인해 학생들이 피곤해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특히 10~11월과 2~3월에 학생들의 피곤도가 가장 심하다"고 밝혔다. 이 발표를 바탕으로 1985년부터 7주 수업과 2주 방학이라는 개념이 도입됐으며 10월 중순에 투셍방학이, 2월 중순에는 겨울방학이 새롭게 신설됐다. 그러면서 1986년부터 '7-2 리듬'(7주간 수업을 듣고, 2주간 방학하는 시스템)이 정착하게 된 것이다. 

4.5일 수업과 방학제도 변경이 가져올 변화

한편 2008년부터 시작된 주4일 수업은 여러 방면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 현 올랑드 정부의 페이옹 교육부 장관은 임기 초부터 주 4일 수업을 4.5일의 수업으로 변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파리를 비롯하여 낭뜨, 브레스트, 렌느, 디종, 메츠 등의 도시가 주당 4.5시간을 채택하여 올해부터 적용하기로 했고 스트라스부르그, 릴, 몽펠리에, 니스, 마르세이유는 2014년부터 적용하기로 하였다.

주 4.5일 수업을 망설이는 이유는 경제적인 측면 때문이다. '프랑스 시(읍·면)장협회'은 수요일 오전 수업을 위해 동원되는 추가 스쿨버스 비용, 오후 방과 후에 이루어지는 과외활동 비용으로 6억 유로의 비용이 추가된다고 예측했다. 이것은 정부가 주 4.5일 수업을 올해부터 시행하는 시에 별도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2억5천만 유로에 비해 2배가 넘는 금액이다. 참고로 1년에 한 아이당 시에서 담당하는 교육비용은 평균1000유로 정도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주4일에서 4.5일의 수업 변경은 준비기간이 필요한 사항으로 어느 정도 유예기간을 두고 결정해야 하는데 너무 갑자기 결정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올랑드 정부는 또한 긴 여름방학을 단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 또한 관광분야 관계자들의 이해관계와 시 예산과 연결돼 경제적 비용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이런 이유로 내년부터 실시하게 될 방학 변경 시스템을 위한 회의에는 관광단체와 운송단체, 지역의원 등이 모두 참석해서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할 예정이다.

프랑스 관광 수입비용은 720억 유로로 국민소득의 6%를 차지한다. 여름 방학이 보름 줄어든다면 당연히 호텔 이용자 수도 줄어들게 되어 관광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낙관적인 입장을 표시하는 이들도 있다. 어차피 프랑스인들 가운데 두달 여름 휴가를 통째로 사용하는 이들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7월 15일 이전은 휴가객들이 드물어 방학이 2주 단축된다고 해도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역별로 다르게 적용되는 스키방학 기간이 3개 권역에서 2개 권역으로 축소될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고 보는 의견이 우세하다. 관광업계는 자신들의 영역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의사 조정에 나설 예정인데 이들의 의견이 다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태그:#프랑스 ,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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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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