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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스토킹의 위험성을 온몸으로 느꼈던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제 여동생이 한동안 집 밖에 나가지도 못할 정도로 고생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평소 스토킹을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번 경범죄처벌법 개정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제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스토킹 자체를 다룬 법안이 없었습니다. 예컨대, 협박을 하면 협박죄로, 반복하여 문자나 파일 등을 보내면 정보통신망이용법 등을 적용해 처리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내용이 적용되기 위해서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행위가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개인 간의 구애행위 등에 있어서는 사적인 문제로 치부되어 그냥 넘어가는 예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경범죄처벌법이 개정되면서 이 내용이 달라졌습니다. 스토킹도 바로바로 처벌하겠다는 것이지요. 스토킹을 범죄로 인식하였다는 점과 스토킹 자체를 다룰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겼다는 점에서 고무적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과연 이 내용이 '경범죄' 수준인지 또한 구체적인 적용기준은 무엇인지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우선, 경찰의 설명을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경찰은 경찰청 블로그인 '폴인러브'에서 스토킹 처벌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하였습니다. 경찰의 소개를 따르면 상대방이 2회의 거부의사를 표현했는데, 3회 이상 구애행위 혹은 고백 등을 하게 되면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처벌된다는 요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언뜻 보면 상당히 합리적이고, 잘 정돈된 기준이란 생각이 듭니다. 2회나 거절했는데 또 다시 고백하겠다고 하면 피해자로서는 굉장히 불쾌하고, 괴로울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는 피해자 중심의 관점을 적용하여 처벌하는 것이 옳습니다.

문제는 처벌의 기준을 피해자의 '감정'이 아닌 '횟수'에 두었다는 것입니다. 스토킹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는 '연속성' 혹은 '지속성'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스토킹에 있어 '횟수'라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습니다.

또한 일방적인 구애행위는 단 1회만 발생했더라도 피해자에게 충분한 불쾌감과 공포심 등을 주곤 합니다. 이럴 때 단 1회라도 거부 의사를 표현했더라도 또 다시 반복을 하면 처벌의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합니다. 실제 1회의 고백 이후 기분이 나빠진 스토커가 피해자를 살해한 사례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이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실제 여러 스토킹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어쩔 수 없다는 경찰의 응답 후 살해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에 각 주에서 제정된 스토킹 방지나 예방 관련 법안은 스토킹으로 인한 위협이 감지되기 전 혹은 감지된 후 경찰이 효과적으로 개입해 더 큰 범죄를 예방하는 방식으로 정리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나라처럼 2회까지는 괜찮고, 3회부터는 안 된다는 식의 지극히 행정편의주의적인 방식이 아니라 스토킹 피해자의 감정을 고려한 예방과 근절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제시한 법률은 국가가 국민의 연애문제까지 간섭한다는 인상을 줄 가능성이 너무도 높습니다.

스토킹은 애정표현이 아닌 분명한 '범죄'입니다. 예전 같으면 이성 간의 애정문제로 여겼겠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는 분명히 중단되어야 하고, 처벌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기준을 '횟수'로 두어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스토킹은 평소 오랜 기간동안 진행된다는 특징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피해자의 '감정'에 초점을 둔 개선과 적용이 필요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필자의 블로그 하늘바람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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