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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마이뉴스>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기존 지역투어를 발전시킨 ‘201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가 4월부터 시작합니다. 올해 전국투어에서는 ‘재야의 고수’와 함께 지역 기획기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시민-상근기자의 공동 작품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의 문제를 고민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기사도 선보이겠습니다. 4월, 2013년 <오마이뉴스> 전국투어가 찾아간 첫 번째 지역은 강원도입니다. [편집자말]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술자리가 얼큰 달아올라 흥이 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어나 '감자꽃' 노래를 즐겨 부르던 선배가 있었다. 처음에는 두 손을 불쑥 나온 배 앞에 모아 잡고 조정에서 녹 먹는 벼슬아치처럼 조신하게 시작하지만, 자주 감자에서 하얀 감자로 넘어갈 무렵에는 덩실덩실 춤까지 추며 불렀다.

"내가 왜 '감자꽃' 노래를 좋아하는지 알아? 감자꽃도 감자도 강원도 사람들을 닮았어. 자주 꽃 피면 자주 감자, 하얀 꽃 피면 하얀 감자처럼 우리도 살았잖아. 영악하지도 못하고 재주 부릴 줄도 모르고 감자처럼 감자꽃처럼 그렇게 살아온 거야."

그랬다. 선배 얘기처럼 어린 시절 강원도 들녘에서 우리들은 일상 속에서 감자꽃을 보며 살았다. 때가 되면 자주꽃 핀 감자 밭에서는 자주 감자를 캤고, 하얀 꽃 핀 감자 밭에서는 하얀 감자를 캤다. 감자로 만든 음식을 먹으며 강원도 아이들은 감자처럼 여물어갔다.

하얀 감자
 하얀 감자
ⓒ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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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감자꽃
 하얀 감자꽃
ⓒ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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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닮은 강원도 사람들

언제부턴가 감자는 강원도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굳어졌다. 순박하고 착하지만 영악하지 못해 남에게 해 끼치지 않는 강원도 사람들을 일컬어 '감자바위'라 불렀다. 강원도 하면 떠오르는 말이 어떤 게 있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감자와 옥수수라고 답한다.

요즘 젊은 세대도 다르지 않다. 강원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을 비롯한 타 지역 대학으로 진학한 제자들이 찾아와서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강원도에서 왔다고 하면 심심산골 오지에서 감자만 많이 먹고 살았던 것처럼 얘기해서 속상했다고 푸념한다.

끝없는 이윤을 탐하고 무한경쟁을 추구하는 자본의 논리 앞에서 강원도라고 자유로울 수는 없을 터, 재배한 감자를 수확해 먹는 사람들보다 마트에 진열된 감자를 사먹는 사람들이 이젠 강원도에도 더 많다. 그러니 서울이나 타 지방으로 진학한 애들이 억울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변하는 세상처럼 사람들의 생각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 법. 강원도 하면 떠오르는 감자 이미지도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직접 수확한 감자로 감자밥, 감자범벅, 감자 수제비, 감자떡 해먹고 살았던 때나 자본이 고도로 발달한 지금이나 여전히 강원도는 변방일 뿐이니까.

감자, 변방 강원도 맛을 대표하다

감자 옹심이
 감자 옹심이
ⓒ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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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맛 하면 떠오르는 음식들이 있다. 닭갈비, 막국수, 메밀묵, 찰옥수수, 감자전 등등. 이들 음식들 모두 강원도 사람들의 정서가 깃든 음식이고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 음식 중에 강원도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식은 어떤 것일까.

답을 찾기 위해 페이스북을 통해 의견을 들어보았다. 주로 강원도 출신들이 댓글을 올렸는데 감자전, 감자 옹심이 등 감자로 만든 음식들을 가장 많이 추천해주었다. 닭갈비나 막국수처럼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유명해진 음식보다는 강원도에 보편적으로 퍼진 음식이고 강원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감자떡
 감자떡
ⓒ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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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는 강원도에서 많이 재배되던 작물이다. 강원도의 기후와 환경 조건이 감자 재배에 적합하기도 했지만, 주식인 쌀이 부족했던 척박한 강원도에서 주식을 대체할 작물로 적합했기 때문이다. 강원도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감자로 만든 음식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부족한 주식을 대체하던 감자밥, 감자범벅, 감자 수제비, 반찬으로 먹던 감자나물, 감자조림, 감자볶음, 감자찌개, 간식으로 화로에 구워 먹던 군감자, 별식으로 먹던 감자전, 감자떡 등등.

강원도 사람들 중에 감자를 너무 많이 먹어 물렸다는 사람도 있지만 어릴 때 먹던 감자의 맛과 추억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더 많다. 도시락에 밥 대신 감자범벅 싸가지고 와서 먹던 아이들, 아궁이 앞에서 입술을 꺼멓게 물들이며 먹던 군감자, 한여름 장마철에 푹푹 썩은 감자 전분을 이용해 만든 감자떡, 감자 썰어 넣고 끓인 장칼국수…. 얘기만 듣고도 절로 입에 침이 고인다면 강원도와 깊은 인연 두고 살아온 이들이다.

감자전
 감자전
ⓒ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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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장모님은 딸과 사위가 온다는 날이면 새벽같이 일어나서 감자를 강판에 갈아 감자전을 부쳐 소쿠리에 수북하게 쌓아 놓고 기다리셨다. 이른 새벽부터 준비하신 장모님의 정성과 손맛이 담긴 감자전의 달고 고소한 맛을 생각하면 저절로 입에 군침이 돈다.


태그:#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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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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