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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핵발전소
 고리 핵발전소
ⓒ 권승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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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핵발전소 1호기가 있는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은 예부터 동해안 별신굿이 성하던 곳이라고 한다. 동해안 별신굿은 마을의 풍요와 어민들이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도록 기원하는 마을굿으로 부산에서 강원도에 이르는 동해안 지역에서 1년 또는 2∼3년마다 열린다. 동해안 별신굿은 어느 특정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이 아니라 마을마다 마을 수호신을 모셔 놓은 당이 있어서 여러 신에게 마을의 풍요와 배를 타는 선원들의 안전을 기원한다.

마을의 풍요를 빌던 그곳에 이제는 현대 사회 무한 욕망의 상징인 핵발전소가 자리하고 있다. 그곳의 주인이던 마을 주민과 신들은 고리원전으로 인해 쫓겨났고, 바다를 다스리던 용왕은 뜨겁게 달궈진 핵연료봉을 식히느라 정신이 없다. 원자로 안에 있는 핵연료봉은 10만 년 동안 방사선을 내뿜는 만큼 굿과 신화 속에 담긴 5만 년의 지혜로도 그 독성을 감당할 수 없을지 모른다.

"오늘 굿은 사용기간 끝난 고리원자력 1호기를 완전 폐쇄하고, 지구상에 있는 팔만사천 원자력을 저게 반야 용선에 실어서, 얼씨구 절씨구 신명으로 물길 열고,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서 지 생기기 전에 자리로 도로 보내는 굿이요."

보다 못한 골맥이 할매가 이승을 다스리는 소별왕과 저승을 관할하는 대별왕을 불러 고리넘버원의 마음을 돌려 쉬게 하려고 하지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화살을 쏴 터뜨릴 경우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사고와 같은 참사를 겪게 될 테고, 밤이 대낮보다 더 밝은 세상에서 고리넘버원의 광기는 더욱 거세질 뿐이다.

탈핵SF마당극 ‘My name is KORI 넘버원’ 포스터
 탈핵SF마당극 ‘My name is KORI 넘버원’ 포스터
ⓒ 엄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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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혜를 짜낸 묘책은 아기의 울음소리다. 그것이야말로 고리넘버원의 마음을 돌릴 묘약이었던 것. 김영구 연출가는 "5만 년 인간의 지혜의 산물인 신들이 10만 년 동안 독성을 뿜어낼 원자력의 마성을 잠재울 방법은 오직 인간들 자신임을 신명으로 풀어내려 했다"고 밝혔다. 탈핵SF마당극 'My name is KORI 넘버원'은 4월 21일까지 부산시민회관 옆 일터소극장에서 진행된다.

고리원전 1호기는 지난 2007년 30년 설계수명을 마쳤지만 수명을 연장해 운영 중이다. 최근엔 2차 수명 만료를 4년 앞두고 대대적인 정비 및 설비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지출하는 부품 교체와 제작비용이 총 2382억 원에 달한다. 2차 수명연장을 위한 꼼수로 밖에 볼 수 없는 것.

탈핵SF마당극 'My name is KORI 넘버원'처럼 아기들과 함께 고리원전 앞 바다에 모여 별신굿을 해 보는 건 어떨까. 신명나게 벌어지는 굿 한판이 고리넘버원을 떠나보내는 계기가 될지 또 누가 아는가.


태그:#고리1호기, #별신굿, #부산SF마당극, #일터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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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에서 탈핵과 에너지전환, 기후정의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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