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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 이희재 편
ⓒ 강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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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전남 완도에서도 배를 타고 한참을 더 가야하는 신지도라는 섬에서 태어난 한 소년. 소년은 광주 큰아버지댁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범생이'로 자랐다.

"신작로로 걸어 나와 오른쪽으로 꺾어져서 학교 가는 길, 그 20분 거리만 오가던 생활이었어요. 사촌형이 보기에도 답답했던지 어느 날 내 손목을 잡아끌고 나가더라고요. 그때 신작로에서 처음으로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으로 '좌회전'을 해봤어요. 20미터 정도 가니 만화가게가 나오더군요."

소년의 세상이 달라지는 순간이었다.

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인 만화가 이희재씨의 이야기다. 이희재씨는 지난 4월 9일 (사)재미있는재단과 오마이뉴스가 함께하는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展)'의 첫 강연자로 테이프를 끊었다.

1970년 만화계에 입문한 이후 1981년 <명인>으로 데뷔한 뒤 <악동이> <간판스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아홉살 인생> <이희재 감동 한국사> 등 정력적인 작품활동을 펼쳐온 이희재씨의 이날 강연은 잔잔하지만 흥미진진했다.

"박재동 화백이 20만권 돌파했을 때, 나는..."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첫 강의자는 이희재 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이다.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첫 강의자는 이희재 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이다.
ⓒ 김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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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와 함께 완도에 나갔다가 처음 만화책을 접했던 기억을 시작으로 '만화 이야기'와 '사람 이야기'를 넘나들었다. 처음 좌회전해서 만화가게에 다다랐던 때로 돌아가 보자.

"만화가게에 들어섰을 때 '내가 이런 것도 모르고 지냈구나' 싶었죠. 초등학교 때까지 본 만화책이 20권 정도였는데 60년대 중후반에 거기서 수천권을 봤을 겁니다. 새롭게 나의 세계, 나의 세상을 만난 거죠. '만화의 공기'를 비로소 접했다고 봐야죠."

그러면서 이희재씨는 "박재동 화백이 초등학교 다닐 때 집에서 만화가게를 했다"면서 "그 시절에 자기는 이미 20만권을 독파했다고 자랑하더라"며 "거짓말 좀 보탰겠지만 어쨌든 나는 한참 늦었던 것"이라며 웃었다.

당대의 만화가들 작품을 섭렵하면서 자연스레 자기도 만화를 '베껴보기' 시작했다. 오후 7시에 엎드려서 이리저리 그리다보면 어느새 다음날 오전 7시가 됐다. 독자투고란에 만화를 그리면 선별해서 실어주던 시절, 처음 보낸 그림이 2등으로 뽑혔다.

"이제 중학생인 내 족적이 공적인 매체에 나왔다는 게 정말 벅찬 경험이었어요. 모든 피가 머리로 올라오는 것 같고, 내 그림이 실린 잡지를 반 친구들이 돌려보며 대단해하고…. 어린 가슴에 한없이 바람이 들어버린 거죠. 그렇게 만화의 운명 속으로 한발 더 들어왔습니다."

만화의 공기, 만화의 운명, 만화의 생명력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첫 강의자는 이희재 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이다.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첫 강의자는 이희재 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이다.
ⓒ 김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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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운명'이라는 그의 말은 자못 운명처럼 들렸다. 이후 만화가로서 궤적이 그랬거니와 실제 이날 강연에서 이어진 그의 이야기 대부분이 '만화의 운명' '만화가로서 운명'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철완 아톰'이란 만화로 패전 이후 일본사회에 미래와 희망을 비춰준 데즈카 오사무, 우리나라에서 최장 기간 신문에 연재된 '고바우 영감'의 김성환 화백이 그려온 풍속화에 얽힌 이야기도 그러했다.

"김성환 화백의 풍속화 가운데 1·4후퇴 당시 피난민들로 가득 찬 열차를 그린 것이 있어요. 한 할아버지가 그 그림을 보고 대성통곡을 했더랍니다. 열차 위에 있는 저 사람이 바로 나라고 말이죠. 데즈카 오사무는 의사자격증이 있는 박사였는데 만화가의 길을 걸었죠. 그리고 아톰이란 만화로 패전 후 일본인들의 상심, 트라우마에 일종의 정신적 치유를 했던 거거든요."

이희재씨는 이어 "만화든, 영화든 중요한 것은 공감이라고 본다, 사회의 경험을 공유하고 공감의 폭을 만드는 것"이라며 "예술가는 바로 소통과 공감을 만들어내고 확산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만화도, 만화가도 그러하다는 것. 만화의 운명은 만화의 역할, 그리고 만화의 생명력에 대한 고민과 궤를 같이했다.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왜 15년, 20년 뒤에도 남아있는 만화, 만화가가 없을까', '신윤복, 김홍도는 300년이 지나도 신윤복, 김홍도인데 왜 만화가는 그러지 못할까'하는 질문이죠. '뭘 그려야 돈을 벌까' 그러면서 그린 그림은 그 시기가 지나면 안 맞거든요. 다음 시대에 봐도 생명력 있는 만화, 늘 고민하면서 삽니다."

얼마 전 환갑을 지나 '새 갑'을 맞았다는 그가 '결론 없이' 강의를 마무리한 말이었다.

4월 한달 신촌에서 '사람이야기'는 계속된다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展)'은 다양한 인사들을 초대해 그들이 '전시'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장소도 신촌의 한 호프집으로, 맥주 한 잔 앞에 둔 부담 없는 분위기를 지향한다. 4월 한달 간 매주 화요일 저녁 7시30분에 음악평론가 강헌(16일), 영화제작자 최재원(23일), 가수 손병휘(30일)씨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재미있는 재단과 오마이뉴스가 함께 하는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안내

 재미있는사람이야기전 포스터
 재미있는사람이야기전 포스터
ⓒ 재미있는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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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은 사단법인 재미있는 재단이 기획 주관하며, 오마이뉴스와 함께 합니다. 재미있는 재단은 문화를 중심으로 즐거움을 나누기 위하여 만들어진 공동체입니다. 재미있는 재단의 다양한 사업들, 미국 MBA 진출지원 프로젝트 '개천에서 용났다'와 소소한 주변의 이야기를 담는 영상 교육 프로젝트 '비추다'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사업들 중의 하나로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을 을 기획하고 전개해 가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람이야기전'은 매주 화요일 지속적으로 개최 됩니다. 먼저 문화계를 비롯한 궁금한 우리 시대의 인물로부터 점차 우리 주변의 이웃들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전시'하는 재미있는 사업입니다.

신촌 현대백화점 옆의 텍사스아이스바(02-325-0088)에서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30분, 호프 한잔과 함께 편안한 대화의 장으로 진행되는 '사람이야기 전'은 누구나 스스로를 이야기 하거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날 그날 진행된 이야기는 <오마이뉴스>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한달의 행사를 사전에 공지하고, 만나고 싶은 분이 있을 때 언제든지 찾아 주시면 됩니다. 참가비는 간단한 식사거리와 맥주, 강연료 등을 포함하여 2만 원이며, 대학생의 경우 50% 할인해 드립니다.

자연스런 우리시대의 삶의 전시 공간 '재미있는 사람이야기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 김종선 기자는 '(사)재미있는재단' 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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