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와 ㈔생명의숲국민운동은 2012년 7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한국의 아름다운 숲' 50곳 탐방에 나섭니다. 풍요로운 자연이 샘솟는 천년의 숲(오대산 국립공원), 한여인의 마음이 담긴 여인의 숲(경북 포항), 조선시대 풍류가 담긴 명옥헌원림(전남 담양) 등 이름 또한 아름다운 숲들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의 가치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땅 곳곳에 살아 숨쉬는 생명의 숲이 지금, 당신 곁으로 갑니다. [편집자말]
 소나무가 마을 전체를 뒤덮은 강릉 '초당마을숲'
 소나무가 마을 전체를 뒤덮은 강릉 '초당마을숲'
ⓒ 신한슬

관련사진보기


"어디부터 마을이고, 어디부터 숲이지?"

서울 촌놈인 나의 무식한 질문은 '강릉 초당마을숲'에서 통하지 않았다. 눈부신 진녹색의 소나무 숲과 초당동 마을은 서로 뒤섞여 얼싸안고 있었다. 그래서 '강릉 초당마을숲'의 입구는 곧 초당동 마을 입구다. 순두부로 유명한 그 초당동이 맞다.

파란 하늘과 흰 동네 담벼락, 그리고 소나무의 빛깔이 햇살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배경을 이룬다. 강원도 최고 명문이라는 강릉고등학교도 두터운 병풍같은 소나무숲에 둘러싸여 있다. 생활과 자연이 그만큼 아무렇지도 않게 어우러져 있다.

이런 곳이기에 산림청과 생명의숲국민운동이 주관하는 2010 제 11회 아름다운숲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어울림상'(장려상)과 '아름다운 누리상'(네티즌상)을 받았나보다. 그야말로 사람'누리'('세상'의 옛말)와 잘 '어울리는'숲이다.

 강릉 '초당마을숲'은 2010 제 11회 아름다운숲전국대회 '어울림상'을 받았다.
 강릉 '초당마을숲'은 2010 제 11회 아름다운숲전국대회 '어울림상'을 받았다.
ⓒ 신한슬

관련사진보기


천재 시인 허난설헌이 '신선세계'를 상상했던 곳

'순두부집' 간판이 곳곳에 보이는 낮은 주택가 골목을 지나, 유난히 두터운 소나무숲에 둘러싸인 문화재자료 59호 '허난설헌·허균 생가터'로 향했다. 강릉 초당동은 조선 후기 문인 남매, 허난설헌(1563~1589)과 허균(1569~1618)의 고향이다. '초당'이라는 이름부터 남매의 아버지이자 당대의 문사였던 허엽(1517~1580)의 호(號)에서 왔다.

지금 생가터에는 후대에 복원된 전통가옥이 소박하게 자리잡고 있다. 허난설헌이 7살 때까지 뛰어놀았던 깨끗한 앞마당이 너른 소나무숲에 바로 맞닿아있다. 지금도 이곳에서는 매년 봄에 허난설헌 문화제를, 가을에 허균 문화제를 열어 두 문인(文人)을 기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허난설헌 탄생 450주년을 기리는 기념문화제를 연다고 한다.

 강릉 '초당마을숲'에 둘러싸인 '허난설헌·허균 생가터'
 강릉 '초당마을숲'에 둘러싸인 '허난설헌·허균 생가터'
ⓒ 신한슬

관련사진보기


 강릉 '초당마을숲' 허난설헌·허균 생가터
 강릉 '초당마을숲' 허난설헌·허균 생가터
ⓒ 신한슬

관련사진보기


8살 때 <광한전 백옥루 상량문>이라는 한시를 지어 세상을 놀라게 했던 신동 허난설헌. 그 내용은 상상 속의 신선세계 궁궐인 광한전 백옥루의 상량식에 자신이 초대받아, 그 상량문을 짓는 것이다.

신선들 사이에서 당당히 자신을 주인공으로 세운 과감한 '설정'과 화려한 상상력이 빛나는 글이다. 집 앞에 이렇게 예쁜 소나무숲이 펼쳐져 있으니, 감수성이 남다른 어린 시인 허난설헌에게는 능히 신선세계가 보이지 않았을까.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이라는 애국가의 구절처럼, 소나무라면 어딘지 위엄있고 남성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평균 연령 70살 정도로 제법 키가 큰 초당마을숲의 소나무들은 조금도 위협적이지 않다. 부드러운 곡선을 품고 있어서일까? 섬세한 여류시인 허난설헌의 이미지가 겹쳐서일까. 솔잎으로 푹신하게 덮인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아늑하기까지 했다.

 강릉 '초당마을숲' 허난설헌·허균 생가터의 허난설헌 초상
 강릉 '초당마을숲' 허난설헌·허균 생가터의 허난설헌 초상
ⓒ 신한슬

관련사진보기


 허난설헌·허균 생가터 안마당에서 바라 본 강릉 '초당마을숲'의 아름다운 모습.
 허난설헌·허균 생가터 안마당에서 바라 본 강릉 '초당마을숲'의 아름다운 모습.
ⓒ 신한슬

관련사진보기


경포호와 경포대가 지척

허난설헌·허균 생가터부터 길쭉한 소나무숲의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산책을 했다. 이 날 강릉에는 강풍이 거세게 불었다. 소나무 그늘 아래 풀밭이 파도치듯 출렁거렸다. 바다 방향으로 걸어서 숲을 빠져나오니 무지개다리 하나가 마중을 나와 있다.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의 주인공, 홍길동의 앙증맞은 동상이 손을 흔든다.

 강릉 '초당마을숲'과 경포호가 만나는 곳에 있는 다리 장식. 허균의 대표 소설 <홍길동전>의 주인공 홍길동이 손을 흔들고 있다.
 강릉 '초당마을숲'과 경포호가 만나는 곳에 있는 다리 장식. 허균의 대표 소설 <홍길동전>의 주인공 홍길동이 손을 흔들고 있다.
ⓒ 신한슬

관련사진보기


이 다리를 건너면, 다섯 개의 달이 뜬다는 강릉의 명물, 경포호가 눈 앞에 펼쳐진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수양벚꽃이 호숫가의 잘 만들어진 산책길을 따라 흔들리고 있었다. 소나무숲-다리-경포호 산책로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호수를 한바퀴 돌면 약 4.5km 남짓.

천천히 한 시간 정도 걷기 좋은 코스다. 바람이 많이 불어 인적은 뜸했지만, 그 와중에도 조깅을 하는 주민들이 가끔 지나갔다. 호수 반대편에는 관동팔경 제 1경인 경포대도 보인다. 허난설헌 생가터에서 경포대까지는 2km가 채 되지 않는다.

 강릉 '초당마을숲' 허난설헌 유적지와 경포호는 약 300m 떨어져 있고, 경포호에서 경포대까지는 1.4km 거리다.
 강릉 '초당마을숲' 허난설헌 유적지와 경포호는 약 300m 떨어져 있고, 경포호에서 경포대까지는 1.4km 거리다.
ⓒ 신한슬

관련사진보기


 수양벚꽃이 피기 시작한 경포호숫가. 저 멀리 호수 건너편에 보이는 정자가 관동팔경 제 1경인 경포대이다.
 수양벚꽃이 피기 시작한 경포호숫가. 저 멀리 호수 건너편에 보이는 정자가 관동팔경 제 1경인 경포대이다.
ⓒ 신한슬

관련사진보기


경포호와 경포대를 뒤로 하고 조금만 더 걸어가면 곧장 경포해변이 나온다. 부산 해운대와 더불어 휴가철이면 관광객으로 장사진을 이루는 곳이다. 지금은 '2013 경포 벚꽃잔치' 준비로 한창 부산스러워 보였다. 경포호 산책길에도 경포해변 못지 않은 벚꽃길이 펼쳐 있다.

이날은 바람이 많이 불어 아직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며칠만 더 있으면 금방 꽃망울을 터뜨릴 것 같았다. 안내를 해주신 강릉생명의숲 윤도현씨 말로는, 특히 이 주변에는 일반 벚꽃보다 늦게 피는 진분홍색 '겹벚꽃'이 일품이라고 한다.

 "여기도 홍길동이 있네?" 소나무와 벚꽃이 어우러진 경포호숫가 산책길에 홍길동 동상이 서 있다.
 "여기도 홍길동이 있네?" 소나무와 벚꽃이 어우러진 경포호숫가 산책길에 홍길동 동상이 서 있다.
ⓒ 신한슬

관련사진보기


관광객보다 주민들에게 인기 있는 강릉의 '숨은 명소'

이런 유명 관광지의 지척에 있는데도, 의외로 초당마을숲을 찾는 관광객은 많지 않다. 윤도현씨의 말에 따르면, 대부분의 관광객은 경포해변과 경포대로 몰리고, 초당마을숲은 주로 현지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그만큼 한적한 분위기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유명세를 떨치는 관광지보다도 이런 숨은 보석이 '알짜'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당마을숲의 소나무가 특별히 정답게 느껴지는 것도 수시로 이곳을 찾는 주민들의 '사람 냄새' 때문일지도 모른다. 날씨가 조금만 풀리면 많은 주민들이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도 하고, 온 가족이 돗자리를 깔고 소풍을 즐기기도 한단다.

곳곳에 나무 벤치와 테이블도 설치되어 있었다. 초당마을 주민들이 참 부러웠다. 동네 마실 나가는 가벼운 발걸음 몇 번이면 상쾌한 '피톤치드'가 가득한 소나무숲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아닌가.

 경포호를 바라보며 걷는 강릉 '초당마을숲' 산책길
 경포호를 바라보며 걷는 강릉 '초당마을숲' 산책길
ⓒ 신한슬

관련사진보기


 강릉 '초당마을숲' 곳곳에는 돗자리를 깔기 좋은 풀밭과 벤치, 나무 테이블이 놓여 있다.
 강릉 '초당마을숲' 곳곳에는 돗자리를 깔기 좋은 풀밭과 벤치, 나무 테이블이 놓여 있다.
ⓒ 신한슬

관련사진보기


경포호 산책길과 이어지는 숲 가장자리의 하천길을 따라 다시 소나무숲으로 돌아왔다. 소나무와 물이 어우러진, 예쁜 엽서 같은 오솔길이었다. 오래된 벚꽃가지가 냇가에 닿을 듯 늘어진 모습은 환상적이었다.

호수로 통하는 하천에는 습지가 형성되어 사계절 동안 온갖 철새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그 중 천연기념물만 100종 이상이다. 하천길에는 '철새관찰오두막'이 지어져 있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 새들과 눈이 마주칠 수도 있다.

 '초당마을숲'을 통과해 '철새관찰오두막' 가는 길의 아름다운 오솔길.
 '초당마을숲'을 통과해 '철새관찰오두막' 가는 길의 아름다운 오솔길.
ⓒ 신한슬

관련사진보기


 '철새관찰오두막' 가는 길. 지금쯤은 여기도 벚꽃이 만개했을 것이다.
 '철새관찰오두막' 가는 길. 지금쯤은 여기도 벚꽃이 만개했을 것이다.
ⓒ 신한슬

관련사진보기


 눈만 내 놓고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철새관찰오두막'. "너무 추워서 다들 숨었나?"
 눈만 내 놓고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철새관찰오두막'. "너무 추워서 다들 숨었나?"
ⓒ 신한슬

관련사진보기


허난설헌·허균 생가터와 기념관, 아늑한 소나무숲, 경포호, 벚꽃이 늘어진 하천길, 그리고 철새까지. 초당마을숲을 한바퀴 돌며 이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단체로 관광을 오기엔 조금 심심한 곳일지도 모르지만, 소중한 사람을 꼭 한번 데려와 함께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그런 숲이었다.

 강릉 '초당마을숲' 허난설헌 유적지 '문화관광안내소'. 미리 연락하면 '문화관광해설사'가 안내를 해 준다.
 강릉 '초당마을숲' 허난설헌 유적지 '문화관광안내소'. 미리 연락하면 '문화관광해설사'가 안내를 해 준다.
ⓒ 신한슬

관련사진보기


마을 안쪽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는 점심시간 한가운데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 유명한 '초당 순두부'를 지나칠 수 없었다. 초당마을숲 그늘을 벗어나지 않는 곳의 소박한 순두부집을 찾았다. 매콤하고도 담백한 순두부전골이 술술 들어갔다.

 밤에는 절대 보지 말아야 할 초당동 순두부 사진.
 밤에는 절대 보지 말아야 할 초당동 순두부 사진.
ⓒ 신한슬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는 전국의 아름다운 숲을 찾아내고 그 숲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여 숲과 자연,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한 대회로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유한킴벌리(주), 산림청이 함께 주최한다. 생명의숲 홈페이지 : beautiful.forest.or.kr | 블로그 : forestforlife.tistory.com

* 2013년 난설헌문화제
일시 : 4월 27일~28일
장소 : 초당동 허난설헌유적지 앞 난설헌 문학공원
주요 행사 : 424주기 추모 헌다례, 여성자유토론회, 여성휘호대회, 난설헌인형극, 백일장, 문학의 밤, 국제 설치미술전, 시화전, 수공예체험, 탁본체험 등
문의 : 허균·허난설헌기념관 (강릉시 난설헌로 193번길, 033-640-4798)


* 문화관광해설사 안내 예약 033-640-5132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