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드라마에 어울리지 않는 정유건(장혁 분)과 지수연(이다해 분)의 로맨스. <아이리스2>의 한 장면.

첩보드라마에 어울리지 않는 정유건(장혁 분)과 지수연(이다해 분)의 로맨스. <아이리스2>의 한 장면.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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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 대한 평가는 어디에 더 중점을 두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절대적 기준'을 논하기가 어렵다. 시청률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잘 만든 드라마라 말하기 어렵고, 반대로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실패한 드라마라 낙인찍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 가지 만큼은 분명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그 드라마가 '시청자의 기대'에 얼마나 부합하느냐의 여부다. 가령 의학드라마라면, 촌각을 다투는 응급의료현장을 얼마나 리얼하게 그려내는지, 그리고 병원을 둘러싼 의사들의 권력관계를 어떻게 전달하는지 등이다. <골든타임> <브레인> <하얀거탑> 등이 작품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시청자가 원하는 것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장르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시청자는 어떤 배우가 등장하는지에 따라 그리고 누가 극본을 쓰고 연출을 하는지에 따라 드라마에 대한 기대치를 달리 갖는다. 때문에 제작진 입장에서는 그 드라마만이 갖는 경쟁력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시청자가 무엇을 보고자 하는지 촉각을 곤두세워야만 제대로 된 '항해'를 해나갈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시청률 하락'이라는 암초를 만나게 되고, 아무리 좋은 배우를 섭외하고 제작비를 많이 쏟아 부어도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게 된다. 그저 그런 드라마로 남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첫 방송부터 종영 3회만을 남겨둔 지금까지 10% 전후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KBS 2TV <아이리스2>는 애초 시청자의 '니즈(욕구)'를 잘못 파악한 대표적인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첩보액션을 표방한 <아이리스2>는 동시에 첫 방송을 시작한 정통 멜로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에 맞서면서 정유건(장혁 분)과 지수연(이다해 분)의 로맨스를 스토리의 중심으로 끌고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과는 처참했다. <그 겨울>은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연출과 극본까지 호평을 받으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종영했고, <아이리스2>는 지난주 첫 선을 보인 MBC <남자가 사랑할 때>에게 마저 뒤지는 '굴욕'을 맛보고 있다. 뻔하고 뻔한 네 남녀의 치정멜로극 <남자가 사랑할 때>에 맞선 <아이리스2>의 로맨스 전략은 그다지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 애초 로맨스를 기대했던 시청자라면 이른바 '비주얼 커플'로 불린 송혜교와 조인성을 보러 <그 겨울>로 떠나버렸고, 이후에는 익숙한 장르의 <남자가 사랑할 때>를 선택했다.

게다가 <아이리스2>의 장혁과 이다해는 벌써 세 번째 호흡을 맞출 정도로 시청자에게는 별다른 기대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커플이다. 로맨스에 대한 기대감에 있어 감정이입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장혁과 이다해 커플은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부터 식상하다는 지적이 앞섰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줄기차게 두 사람의 로맨스를 극의 중심으로 끌고 들어온 뒤, 여기에 출생의 비밀과 삼각관계를 덧칠하면서 첩보 액션이라는 본연의 색깔을 희석시켰다. 거기에 전작을 뛰어넘지 못하는 어설픈 스토리 라인과 과도한 PPL까지 겹치면서 끝내는 이렇다 할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결국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종영을 불과 3회 앞둔 이 시점에서도 제작진은 정유건과 지수연의 비극적인 멜로를 앞세워 시청자의 관심을 붙들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엇나갔던 두 사람의 운명을 빨리 제자리에 돌려놓고, 이제는 멜로가 아닌 아이리스 조직에 맞서는 NSS요원들의 활약상을 그려내야 함에도 불고, 여전히 드라마는 두 남녀의 만남을 불발시키면서 안타까운 멜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첩보액션을 표방하면서 멜로에 집중해 끝내 '2인자'의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드라마가 결국은 또 다시 로맨스에 기댈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 이것이 170억의 대작<아이리스2>의 현주소라는 게 안타깝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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