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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하다. 술자리 최고의 안주가 정치인들인데, 막상 드라마를 통해 희화화되는 정치인과 거기서 피어오르는 사랑은 드라마로 쉽게 받아들이기엔 힘든 영역일까?

지난 10일 2회를 방영한 SBS 수목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의 전국기준 시청률은 첫 회보다 1.9%P 하락한 5.5%(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MBC <남자가 사랑할 때>(11.4%)와 KBS 2TV <아이리스2>(9.7%)에 이은 동시간대 수목극 '꼴찌'다.

2011년에 방영된 같은 작가, 같은 연출자의 <보스를 지켜라>가 재벌 회장의 재판을 피하는 꼼수를 적나라하게 묘사해서 초반에 화제가 되었던 것과는 달리, 그때보다 더 신랄하게 정치판을 묘사하는 <내 연애의 모든 것>에 대한 반응은 냉랭하다. 역시 연애물에는 재벌집 도련님이 나와야 제격이란 말일까?

'또라이' 남자와 '정의로운' 여자의 사랑

2년 전 <보스를 지켜라>는 전혀 다른 스토리의 드라마임에도 <내 연애의 모든 것>을 보고 있노라면 자꾸 <보스를 지켜라>가 떠오른다. 제작진이 동일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재벌가에서 정치판으로 판이 바뀌었을 뿐 그 속에서 움직이는 상황과 두 주인공의 캐릭터조차 흡사하다.

<보스를 지켜라>가 방영당시 화제를 끌었던 것은 사회면에서 화제가 되었던 재벌 회장님의 유별난 아들 사랑, 그에 이은 재판 과정에서 휠체어를 타고 등장하는 꼼수를 그대로 드라마에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내 연애의 모든 것> 역시 다르지 않다. 단지 사회면에서 정치면으로 영역만 변경되었을 뿐이다.

배경이 된 국회 내의 정치인들은 당리당락을 위해서는 억지 입원에, 대리투표 등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룸살롱에 모여 희희덕거리며 애국을 들먹이고 야합한다. 즉, 두 드라마 모두 마치 사회고발 장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적나라하게 우리 사회 기득권층의 행태를 까발리는 것으로 드라마의 포문을 열었다.


주인공 캐릭터조차 비슷하다. <보스를 지켜라>의 남자 주인공 차지헌(지성 분)은 재벌집 아들이지만 어떻게 하면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지 않을까를 골몰하는 'X맨 날라리'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의 김수영(신하균 분) 역시 여당 의원이지만 공개 토론회에 나가서 대놓고 여당의 행태를 비난하고 떼거리 정치엔 결코 참여하지 않으면서 호시탐탐 의원직 사퇴를 노리는 아웃사이더다. 편집증에 공황장애라는 병력을 지닌 차지헌의 독특한 캐릭터나, 김수영의 천상천하 유아독존식 캐릭터는 '남이 보면 똘아이'라는 점에서 닮아 있다.

반면에 <보스를 지켜라>의 노은설(최강희 분)이나, <내 연애의 모든 것>의 노민영(이민정 분)은 우직하게 정의롭다. 그 정의로움 때문인지, 언제나 면접을 보면 100% 떨어지고 겨우 얻은 직업이란 게 비정규직이거나 국회에 겨우 2석 밖에 없는 진보적인 당의 젊은 의원 자리다.

허위의식에 가득 찬 아버지, 혹은 선배들의 세계에 신물 나 하지만, 그것을 그저 개인적인 일탈로밖에 배출할 줄 모르던 남자 주인공(차지헌, 김수영)들은, 여주인공을 만나 아옹다옹한다. 그 과정에서 남자가 여자의 진정성, 정의로움에 눈떠가게 되는 애정물이자, 성장물인 것이 두 작품의 공통적 특징이다.


판타지 기대한 애정물에서 조우한 현실의 민낯?

배경만 다르다 뿐이지 우리 사회 지도층을 조롱하며 시작되는 드라마, 그 속에서 좌충우돌 싹트는 사랑을 다룬다는 점에선 같은데도, 두 작품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다르다. 아마도 그것은 제 아무리 술자리 안주로 씹어대도 경제는 사적 영역이요, 정치는 공적 영역이라는 마음 속 영역 표시가 강한 탓도 있겠다. 재벌집 아들이 양아치인 것은 허용이 되지만, 정치인이 '똘아이'인 것은 거부감이 든다고 할까.

그도 아니면, 말끝마다 '정의'를 외치는 노민영 의원의 말이 다가오지 않는 것처럼, 진보고 보수고 정치인이라면 더 이상 믿게 되지 못한 정치혐오주의가 주인공에 대한 감정 이입에 장애가 되는 것일 지도.

아니 무엇보다, 2011년에 비해 더욱 살기 힘들어진 2013년의 대한민국 사람들이 판타지를 기대하며 들여다 본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서 거울처럼 현실을 조우한 것에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전형적인 클리셰로 굴러가는 <남자가 사랑할 때>가 치고 올라가는 것을 보면 이편이 가장 설득적이기는 하다. 여전히 사람들은 드라마를 통해 현실의 사랑보다는 판타지를 원한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의 여야 정치인이 '야합'이 아니라, 진정으로 '소통'을 하고 '사랑'을 나누게 된다는 것, 이것이 사실은 가장 불가능할 것 같은 판타지다. <보스를 지켜라>를 통해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재벌집 아들의 거듭나기를 다뤘던 것처럼, <내 연애의 모든 것>도 우리 현실에선 거의 불가능할 소통과 화해를 논할 것이다. 판타지라도 한번 꿈꿔볼 만하지 않을까. 권기영 작가, 손정현 연출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