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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955호) '노 땡큐'에 나온 기사 한 토막입니다.

중년 여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첫째는 딸, 둘째는 돈, 셋째는 건강, 넷째는 친구다. 그럼 중년 남성은 어떨까? 첫째는 마누라, 둘째는 아내, 셋째는 와이프, 넷째는 집사람이라 한다.

올해 '마흔여덟 살', 얼마나 살지 모르겠지만 인생 반환점을 돈 저의 상황과 같았기 때문에 옆에 있던 아내에게 "완전히 내 이야기네"라고 했습니다. 아내 없는 삶은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너무 빨리 죽으면 당신도 힘드니까 나보다 1초만 딱 더 살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참기름 안 준다고 "밥 안 먹어!"

그럼 지금 아내에게 잘할까요? 답부터 말하면 아닙니다. 양성평등과 여성권리를 강조하지만 집에서 하는 행동은 '독불장군'입니다. 아이들에게도 별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이 '줄 세우기', '주입식 교육'이라 비판하지만 우리 아이들에 대한 교육방식 역시 강압교육에 가깝습니다. 아이들을 먼저 배려하고, 생각하는 아빠 같지만, 실상은 아닙니다. "우리 집은 아빠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독재자 모습을 보일 때도 있습니다.

지난 4일(목요일)에 일어난 일을 보면 이젠 '밴댕이 소갈딱지'가 되어 버린 저를 보고 얼마나 씁쓸했는지 모릅니다. 저녁에 돼지 목살을 구워 먹었습니다. 그런데 참기름이 아이들 앞에만 있고, 제 앞에는 없었습니다.

"왜 나한테는 참기름을 안 줘요?"
"아이들은 거리가 멀잖아요."

"그럼 저 참기름 내 앞에 놓을 거예요."
"당신 앞에 두면 불판 때문에 뜨거워 델 수도 있어요."
"저 참기름은 내게 주고, 아이들은 따로 만들어주면 되잖아요."
"오늘은 그냥 드세요."
"밥 안 먹어!"
"예? 그렇다고 밥을 안 먹어요?"
"엄마, 아빠에게 참기름 드리세요. 우리는 괜찮아요."(세 아이들 합창)
"밥 드세요."
"밥 안 먹는다니까."

아빠 챙기는 아이들...

아내와 아이들은 어안이 벙벙한 것같습니다. "밥 안 먹어!"는 대여섯 살 아이들이 엄마에게 '투정' 부릴 때 하는 말이지, 마흔여덟 살 먹은 중년남자가 할 말은 아닙니다. 우리 집 막둥이도 참기름 안 준다고 밥 안 먹는다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해버렸으니 아이들은 아빠를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하지만 아내와 아이들은 아빠가 밥을 안 먹어도 맛있게 목살을 구워 먹고 있었습니다. 속으로 '괜히 밥 안 먹는다고 했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입니다. 만약 다시 밥 먹겠다고 하면 대여섯살 아이 정신 수준으로 전락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아빠가 걱정이 되는지 엄마를 설득했습니다.

"엄마, 아빠에게 참기름 주면 안 돼요?"
"괜찮아."
"엄마 그래도. 아빠가 배 고프잖아요."
"이제 엄마도 무조건 아빠 말 듣지 않을 거야."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아빠가 아이들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아빠를 챙기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빠를 향한 무한한 사랑을 아이들은 아낌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후회가 휘감아 돌았습니다. 하지만 '미안하다'는 말을 도저히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룻밤이 지났습니다. 아이들은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갔습니다. 하루 종일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사과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저녁 먹기 전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아빠가 참기름 안 준다고 화내며 밥 안 먹은 것 미안하다. 아빠를 용서해주겠니?"
"예."
"아빠가 앞으로는 화내지 않을게. 투정 부리지 않을게."
"아빠!
앞으로는 화내지 말고 밥 잘 드세요."(막둥이)
"알았다. 앞으로는 참기름 안 준다고 화내거나 밥 안 먹겠다는 말 하지 않을게."

그리고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밥 안 먹는다는 아빠 어린 투정에 가라앉았던 집안 분위기도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아이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를 보면서 틀린 말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밥 안 먹는다"고 말하는 남자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빈말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하루 하루 노력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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