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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호 객실에서 내다보이는 풍경
▲ 넓은 차창 새마을호 객실에서 내다보이는 풍경
ⓒ 최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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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창밖으로 봄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날씨가 좋아 봄볕이 너무 좋다. 깡마른 산천초목이 아직은 겨울의 그림자가 더 크지만, 틈틈이 터져 나오는 꽃망울과 새순들이 봄빛을 발하고 있다. 

유실수들이 봄꽃을 피우고 있다.
▲ 창밖으로 보이는 과수원 유실수들이 봄꽃을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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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앞만 달리는 일상에서의 탈출을 '일탈'이라 부르는가! 직장인에게 일탈의 기회는 많지 않다. 그것도 주말도 아닌 평일에 갖는 일탈의 소중함은 표현할 길 없다.

그 소중한 일탈이 나에게 찾아 왔다. 훌쩍 떠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일탈의 시작이었다. 지난 5일, 새마을호에 몸을 실었다. 옛 영화가 사라진 새마을호는 쓸쓸하기조차 하였다. 텅빈 객차에 드문드문 사람의 머리들이 보인다. 당대 최고의 자리를 누리던 새마을호가 아니던가! 그러나 KTX라는 힘세고 날렵한 놈(?)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텅빈 새마을호 일반객실의 모습에서 아련한 추억들이 새록 새록 피어난다.
▲ 새마을호 일반실 텅빈 새마을호 일반객실의 모습에서 아련한 추억들이 새록 새록 피어난다.
ⓒ 최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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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새마을호는 나에게 다른 무엇을 주었다. 그건 바로 '여유'. 덜덜 떨리는 기차 몸체의 떨림과 창 밖으로 휙휙지나가는 풍광이 속도감을 그대로 전해준다. KTX에 비해 속도가 느리다고 하지만 봄볕을 붙잡기엔 너무 빠르다.

샛노란 개나리가 너무 예뻐 카메라에 붙잡아 두고 싶지만 어느새 저만치 멀어져버렸다. 담고 싶은 풍광들이 아쉬움과 함께 가슴에 매달렸다.

봄은 생명이다. 깡마른 나뭇가지에 어느새 파릇파릇 새순이 돋아난다. 생명의 씨앗에 봄기운이 잠을 깨운 것이다.

기차길 옆 개나리의 노오란 색이 봄을 성큼 당기는 듯 하다
▲ 철길 옆의 개나리 기차길 옆 개나리의 노오란 색이 봄을 성큼 당기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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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아랫지방에서부터 서서히 윗지방으로 번져가고 있다. 서울에서 온 사람의 이야기로는 아직 서울은 개나리와 목련이 겨우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수준이란다. 대구는 이미 벚꽃이 지고 있는데 말이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새마을호 2호칸에 마련되었다는 카페를 찾아보았다. 커피와 음료 그리고 과자류들이 진열되어 있다. 노래방기계과 오락기 몇 대가 놓여있다. 주중이라그런지 손님은 없다.

옛날 식당칸을 대신해 자리하고 있는 열차카페
▲ 열차 카페 옛날 식당칸을 대신해 자리하고 있는 열차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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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목적지인 대전역에 도착했다.

거리를 걷노라니 봄볕이 거리에 내려앉아 있었다. 종묘상에 봄들이 소복이 모여 있었다. 상추며, 숙갓, 고추 등등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너무나 앙증맞고 예쁘다. 봄이기 때문에 가능한 풍경이 아닌가!

봄볕을 받아 싱그러운 모종
▲ 채소 모종 봄볕을 받아 싱그러운 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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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을 느끼며 거리를 걷는다는 자체가 행복했다. 주말엔 비 소식이 있다지만 너무나 좋은 날씨이다. 볕좋은 목을 강아지가 차지하고 있다. 인도 위라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데도 불구하고.

강아지가 따뜻한 볕을 즐기고 있다.
▲ 인도위의 강아지 강아지가 따뜻한 볕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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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가로수들은 겨울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나보다. 한 건물 앞을 화사하게 핀 벚꽃 몇 그루들이 분위기를 확 바꿔준다.

꽃은 말 그대로 '유혹'이다.

화사하에 핀 벚꽃나무와 아직도 앙상한 가로수
▲ 거리의 벚꽃 화사하에 핀 벚꽃나무와 아직도 앙상한 가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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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눈길을 끄는 표지판이 있었다. 재래시장 표지판이 눈에 들어 왔다. 발길이 닿는 곳으로 시장안으로 들어갔다. 

눈길을끄는 시장 알림판
▲ 시장 간판 눈길을끄는 시장 알림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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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너무나 고요했다. 거의 대부분 문을 닫고 있었다. 지역이 재개발 지역으로 결정되어 상권이 죽은 탓인가 보다. 서민들의 치열한 삶의 터전의 대명사인 시장이 조용하니 기분이 착 가라 앉았다.

치열한 삶의 현장일 것이라는 짐작과 달리 텅비어버린 시장의 모습
▲ 시장 안 치열한 삶의 현장일 것이라는 짐작과 달리 텅비어버린 시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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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로 들어섰다. 골목에서도 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봄처녀라 했던가. 화사하고 싱그러운 봄!

골목길을 환하게 하고 있는 개나리 모습
▲ 담장위의 개나리 골목길을 환하게 하고 있는 개나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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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봄볕을 좆아다니다 하루가 갔다. 참 아름다운 날이었다.


태그:#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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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을 사랑합니다. 그 영롱함을 사랑합니다. 잡초 위에 맺힌 작은 물방울이 아침이면 얼마나 아름다운 빛의 향연을 벌이는 지 아십니까? 이 잡초는 하루 종일 고단함을 까만 맘에 뉘여 버리고 찬연히 빛나는 나만의 영광인 작은 물방울의 빛의 향연의축복을 받고 다시 귀한 하루에 감사하며, 눈을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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