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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한복의 미래, 입어서 자랑스런 우리 옷'이라는 주제로 한복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번 한복심포지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주최로 진행되었다.

한복심포지엄 '한복의 미래, 입어서 자랑스런 우리 옷' 포스터
 한복심포지엄 '한복의 미래, 입어서 자랑스런 우리 옷' 포스터
ⓒ 장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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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복심포지엄은 기존의 한복학계와 한복업계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초청되어 한복의 미래에 대한 다각적인 시각과 의견을 모으는 자리였다.

행사 전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한복심포지엄을 홍보하면서 "한복을 살리기 위해서는 먼저 국가 주요행사에서 의례복으로서의 한복을 자주 입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국회와 정부간에도 의견이 일치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번 학술 토론회를 통해 예복으로써 한복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그 가치에 걸맞은 한복 문화가 형성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의례에서 국가지도자들과 관료들이 자신들의 고유의복을 입는 것은 다른 많은 나라들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 것이야 이런 심포지엄 없이도 추진하면 그만인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한복심포지엄 대해서도 '예복의 기능만 남은 한복을 가지고, 예복 외엔 다 없어진 한복을 가지고, 또 다시 예복의 기능만 논의 하는구나'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매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주최실무자들의 수준에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정작 이날 심포지엄의 뚜껑이 열렸을 때, 발표자들의 발표는 애초 홍보된 것과 달랐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발표자들의 발표는 현재 한복이 처한 상황을 명확히 통찰하고, 한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그들의 발표를 통해 청중들은 한복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한복의 일상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한복심포지엄은 (사)한복단체총연합회 조효순회장의 축사와 경기대 정양모 석좌교수의 기조연설로 시작되었다.

한복 활성화는 많은 사람들이 많이 입을 때 가능 한 것

첫 번째 주제발표는 브랜드네이밍 전문가인 손혜원(크로스포인트 대표)의 "우리 한복의 미래"였다.

그는 "한복을 활성화 하려면 많은 사람들이 많이 입으면 되는 것"이라고 단호히 이야기 하였다. 손 대표는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가 예복이고, 주최 측도 예복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하였지만, 한복은 예복으로 훌륭히 살아남아 왔으며, 남아 있는 옷들은 모두 예복 뿐입니다"라고 운을 떼었다. 그의 발표는 예복에 대해 말하기보다는 어떻게 한복의 가치를 다시 찾고 한복을 활성화 시켜야 하는가가 핵심이었다.

그는 시대에 따라 한복의 트랜드도 바뀌는 것이며, 전통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 주장했다. 그리고 기존의 한복계가 19세기의 전통을 그대로 답습하며, 19세기에 머무르고 있음을 우려하였다. 그가 던진 "우리가 19세기를 지킬 것인가?"하는 물음은 한복업에 몸담고 있는 대부분의 청중을 당황하게 하였다.

그는 먼저 한복의 단점과 장점을 설문조사하여 한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였다. 그의 조사결과 한복의 단점은 크게 불편하고, 비싸고, 고루해 보인다는 3가지로 요약되며, 우리 한복의 두드러지는 장점은 아름답고, 몸에 좋고, 전통이 살아있으며, 몸의 단점을 잘 가려주는 것으로 요약되었다.

불편한 고름을 개선하고, 길이와 폭을 줄이고, 입는 과정을 간소화하고, 옷감을 다양화하면 한복의 단점이 모두 해소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복의 다양함을 인정하면서 발전시켜 나간다면 가격은 얼마든지 현실화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렇게 되어야 젊은이들도 좋아할 수 있는 디자인이 개발되고 대중화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다.

그는 한복전문가들이 시대에 다라 변하는 옷의 속성을 인정해 달라고 호소하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옷의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한복으로서 지켜가야 할 요소들을 놓치지 않으면 된다고 말한다. 그렇게 예복부터 평상복, 캐주얼까지 한복의 다양함을 보여준다면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우리 한복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충고한다.

브랜드네이밍 전문가인 손혜원(크로스포인트 대표)의 "우리 한복의 미래" 발표 모습
▲ 첫번째 주제 발표 우리 한복의 미래 브랜드네이밍 전문가인 손혜원(크로스포인트 대표)의 "우리 한복의 미래" 발표 모습
ⓒ 장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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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브랜드의 위기

두 번째 주제발표는 소황옥(중앙대학교 의류학과 교수)의 "국가 브랜드 이미지 상징으로서의 한복과 해외사례"였다.

그는 "한복은 이미 국가 브랜드 이미지의 대표적 상징이며, 세계인들에게 높이 평가되고 있는 가장 강력하고 안정된 문화콘텐츠 아이템"이라고 말하면서 "세계 어느 곳이든 한복을 보고 한국을 상상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한복 브랜드의 위치를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르는 현 상황을 경고했다. 또, 그는 국내 한복 문화와 한복 행사, 한복 산업 등이 보이고 있는 현실에 깊은 우려를 보였다.

문화의 생명은 변화에 있지만, 한복 문화는 대중과 호흡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가나 관련단체 행사에서 한복은 늘 부대행사로 머물러 오고 있다는 것이 그의 가장 큰 걱정거리이다. 그가 제시한 해외의 사례를 보면 이런 걱정이 과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일본이나 인도네시아, 태국,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이란, 이라크, 부탄 등 세계각국의 관료나 지도자들은 국가행사와 기념일에 전통복을 착용하고 있으며, 각국의 젊은층 역시 자신들의 의복문화에 익숙하다.

일본은 학생과 젊은이들이 전통복을 입고 지방의 지역행사인 마쯔리 축제에 참여하고 있으며, 중국도 55개 소수민족복 박람회를 개최하고, 한복(漢服, Hanbok)디자인의 세계적 콘테스트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한편 한복입기 축제를 열어 젊은이들이 한복을 입고 참여하는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는 지난 2008년부터 2009년까지 <한복사랑 페스티벌>의 총 감독을 맡았으나, 그가 실무를 넘긴 뒤 행사가 유야무야 된 점을 들어 안타까움을 토로하였다. 중국의 <한복디자인 콘테스트>와 우연하게 같은 시기에 시작되었으나 중국의 한복콘테스트는 세계적인 규모로 발전한데 비해, 한복사랑 페스티벌은 열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발음이 똑같은 중국의 한복이 우리의 한복의 브랜드 이미지까지 흡수해가고 있는 무서운 현실이었다. 그는 발표 중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에게 지속가능한 행사를 만들어 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그 역시 앞선 정혜은 대표의 발표와 한 목소리를 냈다. 한복도 일반 패션과 같이 생활의 T.P.O에 맞는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래야 젊은이들도 한복을 편리하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황옥(중앙대학교 의류학과 교수)의 "국가 브랜드 이미지 상징으로서의 한복과 해외사례" 발표 모습
▲ 두 번째 주제발표 국가 브랜드 이미지 상징으로서의 한복과 해외사례 소황옥(중앙대학교 의류학과 교수)의 "국가 브랜드 이미지 상징으로서의 한복과 해외사례" 발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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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함께 지키고 만들어가야 할 우리 옷의 미래

이후 패션디자이너 이주영, 한양대 건축학과 교수 임지택, 한복명장 이소정, 영화의상디자이너 정경희의 패널토론이 진행되었다. 이 중 임지택 교수는 한옥의 예를 들면서, 한옥 역시 한복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소개 하였다. 우리의 일상인 의, 식, 주 전반에 걸친 전통문화가 처한 현실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같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패널 토론에서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에게 다음 심포지엄부터는 한복의 구체적인 요소에 대해 토론의 장을 마련해 줄 것을 부탁했다. 즉, 동정이면 동정, 고름이면 고름과 같은 세부 주제를 가지고 깊이 있는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패션디자이너 이주영, 한양대 건축학과 교수 임지택, 한복명장 이소정, 영화의상디자이너 정경희의 패널토론 장면
▲ 페널 토론 패션디자이너 이주영, 한양대 건축학과 교수 임지택, 한복명장 이소정, 영화의상디자이너 정경희의 패널토론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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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복심포지엄은 기존 한복전문가와 한복업 종사자들만의 잔치였던 한복심포지엄들과는 달리 한복과 우리국민이 나아가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해 주는 자리였다.

물론 이날 심포지엄 역시 손혜원 대표가 패널 토론 때도 말했듯이 한복의 구체적인 구성요소들에 대한 전문적인 세미나가 아니었다. 그리고 한복을 개발하고 일상화시킬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학술토론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래서 또 다시 뾰족한 답이 없는 한복의 미래에 대한 광활한 해답만을 구하는 심포지엄이라 할 수도 있었다. 때문에 일면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이날 발표자들이 명확히 제시해 준 한복의 미래는 우리 모두가 노력한다면 지켜낼 수 있는 분명한 희망이었다.

첫 번째 발표자인 손혜원 대표와
한복동호회 '한복 세상을 꿈구다' 회원들
▲ 손혜원 대표와 한복동호인들 첫 번째 발표자인 손혜원 대표와 한복동호회 '한복 세상을 꿈구다'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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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전문가들은 한복을 지키고 활성화하기 위해선 자신들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복디자이너들과 영상소품디자이너들 역시 한복 디자인을 다양화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한복업자들 역시 한복시장의 확대를 위해서 지원책을 확대해 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복을 실질적으로 착용하는 문제에 대해선 아무도 말하지 않고, 아무런 대책도 없고, 아무런 지원도 없었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평소에 입지 않는 옷은 이미 죽은 옷이 아닌가.

필자는 평소 주 5~6일 이상 한복을 입고 생활하고 있으며, 한복이 가진 문제를 온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그동안 다양하고 많은 옷을 맞춰 입었으며, 이 과정 속에서 한복일상화에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결혼예복 팔기에 급급한 한복업계에 많은 실망을 얻었다. 자연히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한복을 입고 길거리에 나서면, 따가운 시선을 견뎌내야 한다. 시선만 따가운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한 마디를 던지는 사람들이 퍽이나 많다. 우리만큼 적극적으로 전통의상을 배척하는 나라는 드문 듯하다. 이는 모두 한복 자체가 익숙하지 못해 비롯된 문제가 아닐까.

한복전문가들이 전통의 고유함을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디자이너들이 다양하고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한복시장에 대한 지원책도 꾸준히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한복을 입을 사람이 없다면, 이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국민들이 보다 한복을 가까이하고 착용하게끔 만들기 위해서는 한복을 입고 참여하는 행사가 다양하고 지속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문화유적 입장, 국공립 전시장 입장, 공공시설물 이용 등에 대한 혜택을 확대해야 할 것이며, 한복을 평소에 즐겨 입는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터득한 노하우들을 널리 공유해 나가야 할 것이다.

행사에 참석한 한복동호회 '한복 세상을 꿈꾸다(한꿈)' 회원들과 필자.
▲ 한복심포지엄에 참석한 한복동호인들 행사에 참석한 한복동호회 '한복 세상을 꿈꾸다(한꿈)' 회원들과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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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는 한복의 일상 및 보편화를 위해 평소 한복을 입고 생활하며,
이날은 '한복 세상을 꿈꾸다(한꿈)'라는 한복동호회의 소속으로 세미나에 참석하였습니다.
네이버 카페 '한복 세상을 꿈구다' http://cafe.naver.com/hanggoom103



태그:#한복, #한복심포지엄, #한복의 미래, #한복세상을 꿈꾸다, #한복 일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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