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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만약에 말입니다. 당신이 일주일밖에 살지 못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지내겠습니까? 지금까지 당신은 남의 일을 아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는 않았는지요? 일주일은 너무나 짧은 인생이다는 것을 안 순간 당신은 1분 1초라도 아껴서 당신을 위하여 시간을 쓰려고 애를 쓸 것입니다. 그리고 내 자신보다는 남의 일에 너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을 후회하게 되겠지요.

서울에 오면 꼭 가보는 곳이 국립현충원입니다. 아이들이 살고 있는 봉천고개와 붙어있는 현충원은 많은 사람들이 즐겨 산책을 하는 장소입니다. 우리에겐 현충원이라는 말보다는 동작동 국군묘지가 더 익숙한 곳이지요. 삶의 애환이 서린 아파트경계를 지나면 고요한 잣나무 숲이 나옵니다. 울울창창한 잣나무 숲을 지나면 서달산 정상이 나옵니다. 그 서달산 정상에 우뚝 솟은 동작대에 올라서면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보입니다.

잣나무 현충원으로 가는 잣나무 길
▲ 잣나무 현충원으로 가는 잣나무 길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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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충원 수많은 호국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국립현충원. 멀리 한강이 보이고 서울의 빌딩숲이 보이낟.
▲ 국립현충원 수많은 호국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국립현충원. 멀리 한강이 보이고 서울의 빌딩숲이 보이낟.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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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충원은 과천과 한강 사이 관악산 공작봉 기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공작봉은 관악산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뻗어내려 불끈 솟아올랐다가 엎드리는 줄기와 만나고 헤어지면서 늠름한 군사들이 여러 겹으로 호위하는 형세로 기가 뭉쳐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공작대에서 내려와 오솔길을 따라 걸어봅니다. 철책이 둘러싸인 길을 걸어 내려가면 곧 호국지장사란 절이 나옵니다. 묘지의 영혼들을 위로하는 목탁소리가 가슴을 울립니다. 절 입구 약수터에서 물을 한 바가지 벌컥벌컥 마시니 오장육부가 시원한 느낌이 듭니다.

약수로 입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다시 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곧 호국영령들이 잠들고 있는 묘원에 도착을 합니다. 장군묘역에 올라서면 사방의 산은 군인들이 모여 아침 사열을 하는 것처럼 묘비가 가지런히 줄을 지어 서 있습니다.

공작이 아름다운 날개를 쭉 펴고 비상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묘역에는 수많은 호국영령들의 영혼이 잠들어 있습니다. 묘지 건너편에는 한강이 흘러가고 남산과 스모그에 싸여 있는 서울 시내가 보입니다. 저 속에서 사람들은 희로애락의 굴레에 얽혀 내일 죽을 줄을 모르고 바동바동 살아가고 있습니다.

수많은 별들이 잠들어 있는 장군묘역은 고요합니다. 장군묘역에서 내려와 사병들이 잠들고 있는 묘역으로 발길을 돌려봅니다. 어떤 중년 부부가 꽃다발을 들고 와 한 묘비 앞에 바치고 경건하게 묵념을 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성스럽게 보입니다. 모든 마음을 내려놓고 묵념을 올리는 중년부부의 모습은 겸손하기 그지없습니다.

장군묘역 별들이 잠들어 있는 장군묘역
▲ 장군묘역 별들이 잠들어 있는 장군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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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겸손해지는 장소가 두 곳이 있습니다. 하나는 병원에 입원을 했을 때이고, 다른 한곳은 바로 이 묘지입니다. 모두가 죽음으로 연결되는 장소이기도 하지요. 묘지에는 파란만장한 삶의 역정을 끝낸 사람들이 땅 속에 누워 있습니다. 그 묘역을 걷다보면 우리는 삶과 죽음,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다시금 일깨우게 됩니다.

극작가 손튼 와일더의 '우리 읍내(Our Town)'을 보면 둘째아이를 낳다가 사망한 젊은 여주인공 에밀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두고 온 세상에 미련이 남은 에밀리는 유령들에게 단 하루만 살아생전 평범하고 사소했던 삶의 세계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간청을 합니다. 마침내 에밀리는 14년 전 자신의 열두 번째 생일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 받습니다.

이승으로 내려온 에밀리는 12살 소녀로 돌아옵니다.

"그 베이콘 천천히 잘 씹어 먹어라."

이승의 세계로 다시 돌아오니 아침밥을 잘 씹어 먹으라는 엄마의 잔소리가 여전히 들려옵니다. 출장에서 돌아오는 아버지, 이모와 친구에게서 온 생일 선물들… 에밀리는 벅차오르는 안타까움을 주체하지 못합니다.

"두 분은 어쩌면 저렇게 젊고 아름다우실까? 뭣 때문에 늙어야만 할까? 엄마 내가 왔어요. 나도 컸죠, 난 엄마 아빠가 좋아. 무엇이고 다 좋아요."

에밀리는 모든 것이 자꾸 지나가는데 그걸 모르고 지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녀는 무덤으로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승의 세계를 한 번 더 바라보며 말합니다.

"난 몰랐어요. 모든 것이 자꾸 지나가는데 우린 그걸 모르고 있는 거예요. 날 데려다주세요. 산마루터 무덤으로요. 하지만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보겠어요. 안녕, 속세야 잘 있어. 우리 읍내도 그만야. 안녕히 계세요, 어머니, 아버지. 째깍거리는 시계도 잘 있어. 그리고 엄마가 가꿔놓은 해바라기도. 맛있는 음식과 커피도. 새로 대려놓은 옷과 더운 물이 나오는 목욕탕도… 잠자는 것과 눈을 뜨는 것도. 아 대지. 너무도 아름답고 훌륭한 것이어서 그 진가를 아무도 모르는 것인가. 사람들은 살아 있는 동안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을까요? 자기들이 살고 있는 일분일초를 말이에요."

이승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시 저승의 세계로 돌아 온 에밀리에게 유령이 된 싸이먼 스팀슨은 말합니다.

"그렇다니까. 어제야 안 모양이지. 산다는 게 다 그런 거라니까요. 무지의 구름장이나 타고 떠다니는 거나 마찬가지지.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감정을 무시하면서 그냥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밖에. 흡사 백만 년이나 살듯이 허송세월하고. 늘 자기중심의 격정의 밥이 되고 이제야 아셨지? 그게 바로 당신이 돌아가 보고 싶었던 행복한 생활이라는 거예요."

그렇습니다. 사람은 마치 백만 년이 살 것같은 착각에 빠져 살아가고 있습니다. 죽음이 금방 다가오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꽃을 들고 온 중년부부에게 물었습니다. 누구의 묘지에 오셨느냐고. 중년 남자는 35년 전에 돌아가신 형님의 묘지를 찾아왔다고 답했습니다. 묘지에 누워있는 형님이 그 시간 이승의 세계로 돌아왔다면 자신을 찾아 온 아우와 제수씨에게 무엇이라고 할까요?

고요한 묘지를 산책하다 보면 우리는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미국의 작가 사라 밴 브레스낙은 '혼자 사는 즐거움'이란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일을 알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합니다. 정작 자신을 알기 위해 할애한 시간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게 살다가 맞이한 생의 마지막 날,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졌던 사소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멋진 것들로 가득 차 있었는지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국립현충원 현충원 묘역의 어느 묘비에 참배를 하는 중년부부
▲ 국립현충원 현충원 묘역의 어느 묘비에 참배를 하는 중년부부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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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태어나는 것은 순서가 있지만 저승으로 가는 시간은 순서가 없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날이 내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평생을 자신보다 남의 일을 아는 데 시간을 허비하며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나는 한때 바람 앞에 촛불처럼 꺼져가는 아내의 생명 앞에서 맹서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하루를 평생처럼 살아가겠노라고" 아내가 다시 건강을 회복하여 삶의 현장으로 돌아서면서 그 맹서를 금세 잊어버리고 쓸 데 없는 일로 시간을 허비하곤 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혼자 명상을 하면서 그 때의 일을 상기하며 자신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오늘처럼 묘지를 산책하는 날은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묘지를 산책하다보면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에게 항상 감사를 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줍니다. 아내, 아이들, 고마운 친구들에게 항상 감사하고 그들을 더 많이 사랑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찮은 내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도 더욱 감사하며 삶에 보람을 주는 의미 있는 글과 아름다운 사진을 담아서 보여주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합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이 세상의 모든 것들에게 매일 안부를 전하며 살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텃밭에 자라나는 야채들, 집 주변을 날아다니는 새와 고라니, 고양이들…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아내, 아이들, 친구들, 네팔의 가난한 아이들,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 내 사소를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도… 늘 안부를 묻고 그들의 행복을 위하여 기도를 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국립묘지에 잠들고 있는 호국영령님 들게 특별히 안부를 묻고 삼가 명복을 빌고 싶습니다. 우리는 언제 어느 곳에서 짧은작별 인사를 건넬 틈도 없이 생의 마지막 날을 맞이할지도 모릅니다. 그러기 전에 자신을 더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듯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늘 안부를 전하며 서로 사랑하고 지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원추리 양지바른 곳에 우멑 나오는 파란 새싹
▲ 원추리 양지바른 곳에 우멑 나오는 파란 새싹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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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원이 양지바른 곳에는 원추리의 파란 생명이 오후의 햇빛을 받아 움터 나오고 있습니다. 노란 개나리꽃도 막 꽃망울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더욱 사랑하고, 아름다운 풍경들을 더욱 많이 보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풍경입니다. 오후의 따사로운 햇볕이 내 온몸을 감싸고 있습니다. 오, 나는 이 고마운 햇볕에 감사를 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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