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저녁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제 '인디다큐페스티벌2003' 개막식

21일 저녁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제 '인디다큐페스티벌2003' 개막식 ⓒ 인디다큐페스티벌


"새 정부가 출범했는데, 5년 전 기억이 떠오른다.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갈 길이 멀다. 싸우기 위해 투쟁하기 위해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영화들이 우리 곁에 있다."

21일 저녁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다큐멘터리 영화제 '인디다큐페스티벌2013'의 개막선언을 위해 앞에 나온 임창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새 정부의 출범과 독립 다큐멘터리의 현재를 5년 전의 상황과 연계시켰다. 지난 5년의 어려웠던 과정이 또다시 되풀이되지 않을까 걱정 어린 마음이 스며있었다.

오정훈 인디다큐페스티벌 집행위원장은 "누군가 뛰어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같이 만들어 가는 거란 뿌듯함이 있다"며 인디다큐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해 나가고 있는 인디다큐의 현실에 대해 "지금도 어렵다. 어렵지만 조금씩 힘내서 도와달라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나와 내 주변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봤으면 한다."며 영화를 통해 세상을 둘러보기를 권유했다.

영화 시작 전 상영되는 올해 인디다큐의 트레일러 필름은 쌍용차와 재능교육, 현대차의 고공 농성장의 모습으로 구성돼 있었다. 힘겨워하는 이웃들과 연대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었다.

빼어난 성과에도 불구하고 줄어든 '인디다큐' 지원 예산 

1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립 다큐멘터리 축제 인디다큐페스티벌이 21일 개막했다. 인디다큐페스티벌은 '실험, 진보, 대화'를 슬로건으로 국내 독립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제작자 발굴과 흐름을 주도해온 행사다. 실험적이며 창의적인 다큐멘터리를 소개하고 지원하는게 이 영화제의 특징이다.

올해도 홍대 앞 철거농성장 두리반을 기록한 <두리반 발전기>, 세종대의 비리재단에 맞선 싸움을 10년 동안 기록한 졸업생의 <주님의 학교>, 부모의 이혼 후 외할머니와 함께 살다가 뒤늦게 엄마와 같이 살게 된 딸이 엄마와의 갈등을 그린 <콩가루 모녀>, 마포 성미산 마을 주민들을 그린 <춤추는 숲> 등 57편의 작품들이 상영된다.  

 인디다큐페스티벌 2013 포스터

인디다큐페스티벌 2013 포스터 ⓒ 인디다큐페스티벌

독립다큐멘터리는 지난해 용산참사를 소재로 한 <두 개의 문>이 흥행하며 주목받았다. 다큐멘터리 영화가 사회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의미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주목받을 수 있었던 데는 '인디다큐페스티벌'의 역할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인디다큐에서는 용산을 소재로 했던 모든 작품들이 공개되는 등 다큐멘터리의 마당 역할을 해내고 있고 다큐멘터리 감독들의 등용문 역할도 감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빼어난 성과에도 불구하고 다큐멘터리 어려운 환경은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지난해는 영진위가 10년 간 이어져오던 인디다큐페스티벌에 대한 지원이 2011년부터 2년 연속 끊기면서 독립다큐진영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명박 정권에서 이어져온 독립영화 탄압정책이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추가 심사를 통해 지원이 이뤄졌고, 다큐영화지원정책도 부분적으로 개선됐으나 앞으로의 전망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인디다큐 등을 지원해온 영진위의 영화단체사업지원의 예산이 줄어들면서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 일몰제가 적용돼 해마다 일정 비율만큼 계속 줄어들게 되는 것도 우려가 커지는 부분이다.

제작지원 늘리면서 관객 만나는 마당 좁혀 놓은 것은 모순

영진위의 관계자는 "관련 예산 계수가 지난해 대비 0.8로 내려와 20% 예산이 줄었다"며 해예산이 축소된 이유에 대해 "기획재정부에서 사업성과 등을 따져 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예산이 줄었다고 지원하는 단체를 줄이는 것은 아니고, 배정되는 액수가 비율만큼 줄어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진위 측은 하지만 "다큐멘터리 제작지원이 5억으로 늘어나 제작 여건은 많이 개선됐다"면서 "단체지원 축소규모와 상쇄된 것이 아닌 별개의 사안으로 증액된 것"이라고 말했다.

인디다큐페스티벌 최민아 사무국장은 "올해 영진위의 지원에 대해 아직은 확정된 것이 없다"며 "영화제가 끝난 이후 심사를 통해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원받을 수 있는 예산이 줄어들게 돼 어려움이 있겠지만 일단 다큐멘터리 제작지원이 늘어나는 등 개선된 부분도 있어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 사무국장은 인디다큐페스티벌 예산에 대해 구체적 액수를 밝히기를 꺼려했는데, 1억이 채 안 될 만큼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영진위의 지원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작지원은 늘리면서 도리어 이런 다큐 영화들이 관객들과 만나게 될 마당을 좁혀 놓은 것은 모순이 있다는 것이다. "제작지원이 늘어난 만큼 만들어진 작품들이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이 안정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한 데도 영진위 지원정책이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지원정책이 형식적인 아니라면 제대로 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 이날 인디다큐 개막식에 참석한 한 영화인의 목소리였다. 새 정부의 출범에 기대보다는 지난 5년을 떠올리며 먼 길을 각오하고 있는 다큐 영화인들의 모습에 독립다큐가 처한 상황이 투영돼 있었다.


인디다큐 독립영화 두개의 문 페스티벌 영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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