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010년 2월 5일 반구대 암각화의 훼손상태를 살펴보러 간 정몽준 의원이 반구대 앞 태화강에 얼었던 얼음이 깨지면서 한쪽 다리가 물에 빠져 넘어지고 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반구대암각화 보존방안이 결정되지 않아 훼손이 가속화 되고 있다.
 지난 2010년 2월 5일 반구대 암각화의 훼손상태를 살펴보러 간 정몽준 의원이 반구대 앞 태화강에 얼었던 얼음이 깨지면서 한쪽 다리가 물에 빠져 넘어지고 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반구대암각화 보존방안이 결정되지 않아 훼손이 가속화 되고 있다.
ⓒ 경상일보

관련사진보기


"반구대 암각화 보전 방법은 생태제방 조성이 가장 현실적이다."

14일 대다수 언론에 이같은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반구대암각화의 훼손을 방지하는 방안에 대해 울산시가 용역을 의뢰해 실시한 수리모형실험의 13일 결과 발표를 두고서다.

울산시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울산시가 지난해 6월 한국수자원학회(대표 한건연)에 용역을 의뢰해 ▲사연댐 수위조절(60m → 52m) ▲생태제방 설치 ▲터널형 물길 변경 등 3개 방안으로 수리모형실험을 한 결과, 생태제방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

하지만 이 결과에 대해 민주통합당은 14일 "생태제방 안은 지역의 토건족을 건져낼 생떼를 부리는 것"이라며 "10년 넘게 잠기기를 반복하는 세계사적 국보문화재인 반구대암각화부터 먼저 건져내라"고 반발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문화재청 "댐 수위 낮춰야" vs. 울산시 "제방 설치해 반구대 암각화 물 막아야"

반구대암각화(국보 제285호)는 울산 태화강 상류 기슭의 가로 8m, 세로 2m 암벽에 선사시대 선조들이 고래·개·늑대·호랑이·사슴·멧돼지·곰·토끼·여우·거북·물고기·사람 등의 형상과 고래잡이 모습, 배와 어부의 모습, 사냥하는 광경 등을 표현한 것으로, 선사시대 생활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반구대 암각화가 지난 1971년 동국대학교 탐사반에 의해 발굴되기 6년 전인 1965년, 인근 태화강 하류에 사연댐이 건설 되면서 1년에 6~7개월을 물에 잠기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만큼 현재 훼손이 심한 상태다.

문화재청은 댐수위를 낮춰 반구대암각화를 보호하자는 입장인 반면, 관할 울산시는 시민들의 식수 부족을 들어 생태제방 방식을 고수하면서 문화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울산시는 13일 오후 3시 40분 본관 7층 상황실에서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수리모형실험 연구 최종 보고회'를 열었고, 용역을 맡은 한국수자원학회는 이같이 생태제방 안이 최적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보고회에는 박맹우 울산시장을 비롯해 울산시(8명), 국무총리실(2명), 문화재청(5명), 수리모형실험 연구진(4명), 유관기관 관계자 등 모두 25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야당의 참석이 배제됐다며 항의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울산시당은 14일 "이번 최종보고회에 앞서 울산시에 참석을 요청한 바 있지만 '관계자와 언론만 참석대상이라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지역사회의 주요한 현안 결정에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보자는 취지를 거부하는 불통행정을 보였다. 용산을 망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실패를 직시하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반구대암각화 세계유산 등재는 박 대통령의 공약... 정치적 문제로 비화하나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에 대한 문화재청과 울산시의 이견은 이명박 정부 5년간 공방만 계속하다 결국 해결하지 못했다. 지난 2월 15일 열린 마지막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김황식 전 총리가 이명박 정부의 미해결 국정현안과 정책과제 중 하나로 반구대암각화를 지목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은 박근혜 정부 들어 해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반구대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 때문. 특히 문화재청은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 각석(국보 147호)을 묶어 '대곡천 암각화'군으로 지정하고 2001년 1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를 성공시켰고, 현재 댐 수위를 낮추는 보존방법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재청 안대로 댐수위를 낮춰 공약을 이행할지가 관심사다.

문제는 이번 용역 결과에 더 힘을 얻은 울산시가 문화재청과 문화계가 반대하는 생태제방 안을 고수할 경우 박 대통령의 공약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생태제방 안을 고수하는 박맹우 울산시장이 친박근혜계인 점도 울산시 안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공세는 거세다. 민주당은 "박맹우 울산시장은 '수위조절안은 울산시민의 식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책을 선택해서 암각화를 물 속에서 건져내는 일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고 했다"며 "이번 최종보고회에서도 울산시는 환경요인과 주변경관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과 지역사회의 의견들을 무시한 채 수리적 문제해결만을 고집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번 최종보고회는 울산시와 문화재청의 이견만 확인했을 뿐, 정부 입장에서는 원점 재검토 외 다른 결론을 얻은 게 없다"며 "10년이 넘는 지지부진한 논란을 계속하겠다는 울산시의 입장만 확인한 셈"이라며 생태제방 안을 평가절하했다.

특히 민주당은 "반구대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며, 문화재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암각화가 주변경관과 함께 공존할 때만이 등재가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박맹우 시장은 지역의 토건족을 건져낼 생떼를 부릴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울산시장의 생떼로 10년 넘게 잠기기를 반복하는 세계사적 국보문화재인 반구대암각화부터 먼저 건져내라"며 "되돌릴 수 없는 결과로 울산시민과 후손들의 비난을 받기 전에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국회는 2013년 예산심의에서 반구대암각화 보존대책의 일환으로 문화재청이 추진하고 있는 사연댐 수문설치사업의 예산 30억 원을 국회에서 의결한 바 있다.


태그:#반구대 암각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